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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끝날 듯 끝나지 않으며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예측할 수 없는 변이가 지속해서 등장하며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현재까지 보고된 ‘오미크론’ 변이만 300여 종에 달하는 상황. 백신은 물론 치료제 역시 지속적인 변이 때문에 효과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포스텍(포항공대) 신소재공학과 오승수 교수팀이 변이에 스스로 적응해 더 강한 효과를 내는 맞춤 성장형 코로나19 중화제(치료제 후보물질) 개발에 성공했다고 27일 밝혔다. 바이러스의 진화를 역이용해, 변이가 거듭될수록 더 우수한 효과를 내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중화제를 약품으로 만든 후 임상시험을 거치면 치료제가 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듭하며 감염력이 점점 증가하는 이유는 세포 표면 단백질인‘안지오텐신 전환효소(hACE2)’ 수용체와의 상호작용이 강해지도록 구조를 바꾸며 진화하기 때문이다. 기존 약품은 이처럼 새롭게 등장하는 변이에 바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치명적 한계를 갖는다. 변이가 발생하면 그에 따라 매번 새롭게 약을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바이러스와 hACE2 수용체 사이의 ‘핫스팟(결합 주요 부위)’ 상호작용 원리를 모방, 세포 감염을 획기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단백질 조각과 핵산으로 구성된 하이브리드 중화제가 마치 미끼처럼 수용체 대신 바이러스와 강력히 결합함으로써 바이러스의 세포 침투를 막는 원리다.
이 중화제는‘ HOLD’ 라고 불리는 연구팀의 독자적인 시험관 진화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다. 10조 개에 이르는 수많은 후보물질 중 바이러스 결합에 가장 적합한 물질이 자동으로 선별되는 기술이다. 자연계에서 환경에 적합한 개체가 더 잘 살아남는 자연선택 이론과도 유사하다. 이렇게 개발한 이 중화제는 거의 모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를 중화하는 효과를 보였다. 알파, 베타, 감마, 델타 변이뿐만 아니라, 전염력이 가장 높다고 알려진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서도 우수한 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에 대한 중화 효과가 초기 코로나바이러스보다 5배 더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저자인 이민종 연구원은 “이 중화제가 아직 임상 등을 거치지는 않았지만 우수한 바이러스 중화 효과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뛰어난 치료제가 될 후보물질”이라며 “앞으로 코로나 19뿐 아니라, 인플루엔자나 한타바이러스 등 다양한 형태의 치명적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승수 교수는 “변이 발생에 맞춰 더 우수한 성능을 갖도록 스스로 진화하는 중화제 개발 플랫폼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 사이언스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26일자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