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빛의 히비스커스 차(茶)는 면역력 향상과 혈압 관리 ,체중 감량 등 다방면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 히비스커스가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일부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포스텍(포항공대) 생명과학과 김경태 교수팀은 히비스커스 함유 물질인 ‘고시페틴(Gossypetin)’ 이 뇌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Microglia) 를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26일 밝혔다. 이 면역세포는 알츠하이머의 원인 물질은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해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을 회복시킨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독성을 가지는 베타아밀로이드와 같은 단백질응집체가 뇌세포에 쌓이며 시작된다. 미세아교세포는 이러한 단백질응집체를 먹어 치워 뇌를 지켜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 미세아교세포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단백질 응집체가 많이 생기면 만성 염증반응이 일어나 신경세포가 손상된다. 환자의 인지 기능과 기억력이 점차 떨어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개발의 가장 큰 장애물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천연 물질인 플라보노이드 화합물, 특히 히비스커스의 일종인 로젤(학명: Hibiscus sabdariffa) 이라는 식물에 함유된 ‘고시페틴’ 성분에 주목했다.

이 화합물을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린 실험용 쥐에 모델에 3개월간 경구 투여한 결과, 치매로 인해 떨어진 기억력과 인지 기능이 정상 마우스만큼 회복됐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의 뇌 조직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다양한 형태의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체가 줄었을 뿐만 아니라, 만성염증 반응도 감소했다.

연구진은 여기에 이어 포스텍 생명과학과 김종경 교수팀과 함께 또 다른 실험을 진행했다. ‘단일 세포 RNA 염기서열 (Single cell RNA sequencing)’ 분석이라는 일종의 유전자 실험 결과, 고시페틴이 만성염증을 일으키는 신경교증(gliosis) 관련 유전자들의 발현을 줄이는 반면, 베타 아밀로이드를 잡아먹는 유전자들의 발현은 증가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고시페틴의 영향으로 미세아교세포가 베타아밀로이드를 더 빠르게 제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향후 진행될 임상실험을 통해 확인된 정확한 투약 방법을 지켜야 한다. 전문가의 처방 없이 임의로 히비스커스 차를 대량 투여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김경태 교수는 “이번 연구성과는 뇌 조직에 쌓이는 아밀로이드 단백질 응집체를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방법을 확인한 것으로 치매 예방과 치료에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고시페틴은 향후 알츠하이머성 치매로 고통받는 환자를 위한 안전하고 저렴한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성과는 국제 학술지 ‘알츠하이머 리서치 엔테라피(Alzheimer’s Research & Therapy)’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