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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하균 "숙제 같았던 '욘더', 끌림에 대해 고민"

기사입력 2022.10.25.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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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티빙 제공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눈을 맞출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는 세상을 떠난 아내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남자가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작품은 안락사가 합법화된 근 미래를 배경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극 중 아내 '이후'(한지민)를 떠나보내는 남편 '재현' 역을 맡은 신하균 역시 작품의 메시지와 소재에 끌려 출연을 결심했다. "이야기가 던지는 화두가 좋았다"고 말한 신하균은 "이런 이야기를 끌고 갈 수 있는 역할을 제가 맡게 된다는 점도 새로웠고, 무언가를 더 보여주려고 하지 않고 이 이야기 안에서 제가 해낼 수 있는 몫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그걸 전달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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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현'의 감정선을 오롯이 따라가는 전개이기에 배우로서도 몰입도에 대한 걱정이 있을 법했다. 이미 대중에게 '연기의 신 신하균'이라는 뜻의 '하균신'이라 불리는 신하균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건조하고 표현을 잘 안 하는 인물이지 않나. 그런 선에서 '감정을 보여준다는 게 뭘까' 질문을 던지면서 시작했다. 대사가 많지 않고 거의 리액션 위주였다. 극 중 재현이 끌려가다시피 욘더로 가니까 그 끌림에 대한 고민이 항상 있었다."

    "저도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다. 인물의 심리를 숨소리와 눈동자의 떨림, 시선, 고갯짓 하나에 미세하게 끌고 가야 했다. 저에게도 되게 도전이었고 숙제였다. 현장에서도 감독님과 그런 표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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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욘더'는 이준익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이면서 신하균-한지민이 20여 년 만에 재회하는 작품으로 일찌감치 시청자의 기대를 모았다. 특히나 이준익 감독과는 첫 호흡이었다고 말한 신하균은 현장 분위기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준익 감독님이어서 하게 된 영향도 있다. 감독님과의 작업이 늘 궁금했다. 감독님과는 예전에 제작사 대표님이셨을 때부터 알고 지냈다. 그땐 연출하시기 전이었어서, 그때의 모습과 현장에서의 모습이 굉장히 다르시더라. (감독님이) 현장에서 에너지를 주시는 게 좋았고, 아니나 다를까 답을 찾기 위해 열정을 가지고 하시는 부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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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운 연기였던 만큼 연출자와의 소통, 그리고 상대역과의 시너지가 중요했다. 이미 안면이 있는 사이였기에 거리낌은 없었다. 오히려 평소의 텐션으로 현장에 임한 덕에 더 완벽한 호흡이 완성될 수 있었다. 이날 인터뷰에서 신하균은 돈독했던 현장 분위기를 언급했다. 실제로 '욘더'의 첫 촬영차 한 섬을 찾았던 날,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 탓에 촬영이 연기됐고, 제작진과 배우들이 한데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회상했다.

    "비금도라고, 신안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인데 굉장히 아름다운 섬이다. 첫 촬영이 잡혀있었는데 도착해서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온다고 해서 촬영이 취소됐다. 섬에서 할 게 없으니 고기 구워 먹고 술 마시는 시간이 있었다. 그때 감독님이 신나는 음악을 틀어주셔서 지민 씨뿐만 아니라 저도 흥겹게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 했다."

    "감독님도 요리를 해주셨지만, 저희 스태프 중에 요리를 굉장히 잘하시는 분이 계셨다. 막 캠핑용품을 가지고 다니시는 분이다. 그래서 저는 받아먹기만 했다. 요리가 너무 맛있어서 잘 먹다 보니 10kg 정도 쪘었다. 이후에 '유니콘' 촬영을 들어가야 해서 탄수화물 끊으며 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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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드라마 '좋은 사람' 이후 약 20년 만에 한지민과 재회한 소감도 궁금했다. 신하균은 "사실 처음 만난 기분"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그때는 저도 그렇고 지민 씨도 그렇고 훨씬 더 조용하던 시절이라 대화를 많이 나누지 않았다. 그저 굉장히 예쁜 소녀라는 이미지만 가지고 있었고, 지민 씨 목소리도 거의 기억이 안 날 정도였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이번에 본격적으로 부부 사이를 연기해서 그런지 몰라도 서로 애틋하고 편하고 굉장히 좋아졌다"라며 상대역으로서 느낀 한지민의 장점을 늘어놨다.

    "지민 씨는 너무 큰 장점이 많다. 우선 아름다운 사람이다.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고, 연기자로서의 태도도 배울 점이 많았다. 지민 씨는 굉장히 똑똑하다. 배우가 해야 하는 지점을 분명히 한다. 이게 되게 어려운 일이다. 그 친구도 역할 상 죽음 전후가 있기 때문에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했는데, 그런 부분에서 해야 할 지점을 정확하게 한다는 건 해석하는 능력과 표현하는 능력이 정말 좋다는 거다. 저는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두루뭉술한 편인데 지민 씨에게 그런 (정확한) 점을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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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티빙 제공
    '욘더'는 SF 멜로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신하균은 '욘더'를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은 없다고 했다. "멜로라고 생각하고 촬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며 "그것보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 인간의 이기심에 대한 문제, 결정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이고 답을 내려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질문하는 작품이라 생각했다"고 말한 그다. 지천명을 앞둔 신하균은 작품을 하며 자신의 삶을 바꾼 과거의 결정을 되돌아봤다.

    "제가 지금은 굉장히 활발해지고 말도 많아진 거다. 되게 소극적이고 내성적이고 말주변도 없고 특별한 끼도 없는 사람이었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부끄러워하고, 키가 크고 잘 생기거나 그런 것도 아니고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 시절 제가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모두 의아해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 마음 아닌가. 당시에는 '그래 보여주겠어'하는 생각으로 절실했던 것 같다."

    "저도 돌이켜보면 배우가 된다는, 어떻게 이런 말도 안 되는 결정을 내렸을까 싶다. 나같은 사람이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를 생각하면 참 신기하다. 지금도 연기라는 길에 뛰어들었던 때처럼 도전 앞에 놓여있는 것 같다. 새로운 작품을 계속 접하고 도전하며 살고 싶다. 제 결정에 후회는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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