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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카카오의 사과, 데이터센터 업계는 분노했다

기사입력 2022.10.21 17:56
  • 대규모 서비스 장애 사태에 대한 ‘카카오’의 사과가 도리어 데이터센터 업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최대 장애 원인인 ‘안전관리’보단 ‘자체 데이터센터 설립’에 무게를 둠으로써 문제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자체 데이터센터 설립으로 이번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각 데이터센터의 안전관리 문제를 체계적으로 진단해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이 카카오가 행해야 할 ‘책임감’이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카카오는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로 발생한 대규모 서비스 장애 사태에 대해 19일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했다. 홍은택, 남궁훈 대표는 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며 고개를 숙였다. 남궁훈 대표는 취임 약 7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카카오는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자체 데이터센터 운영 계획을 밝혔다. 경기도 안산과 시흥에 2개의 자체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겠다고 설명했다. 제1데이터센터는 안산에 2024년 1월 가동 예정이다. 같은 달 서울대 시흥캠퍼스에 제2데이터센터 건설도 추진한다.

    카카오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체 데이터센터의 재난 대응 능력을 강조했다. 카카오가 발표한 내용을 종합하면 자체 데이터센터는 지진, 침수 등의 문제가 없도록 설계하고 화재에 조기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데이터센터의 심장과 같은 전력 공급 공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변 발전소와 예비 전력 공급 계획도 세우고 회선 문제 발생에 대비해 약 600억 원을 들여 전용선도 깔 예정이다.

    하지만 이 같은 카카오의 발표에 다른 데이터센터 업체 반응은 차갑다. 진짜 문제는 외면하고 자체 데이터센터의 미래지향적인 내용만 강조해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반응이다. 모든 기업이 자체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진정으로 문제를 들여다봐야 하는 ‘진중함’이 필요하다는 게 데이터센터 업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A사 대표는 “이번 문제는 같은 데이터를 여러 곳에 복제하는 이중화 조치가 되지 않은 탓”이라면서 “카카오는 공식적으로 서버 데이터 자체는 모두 이중화돼있었지만 이를 운영하는 작업 도구가 이중화되지 않았다는 설명만 내놓고 이에 대한 해결책은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카카오가 이번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자체 데이터센터를 설립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처럼 보이는 데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과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는 다른 문제”라며 “IT를 표방하는 기업은 규모에 상관없이 모두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는데 카카오의 이론에 따르면 중소기업도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설립해야 하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공급하고 있는 B사 상무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기존 데이터센터에 안전조치에 관한 얘기가 많이 오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데이터센터의 구조적 설계, 화재 위험 지역과의 이격거리, 이중화 조치에 필요한 작업 도구 보완 등에 관한 얘기가 오갔어야 맞다”며 이번 발표는 마치 카카오가 모든 책임을 SK C&C에 전가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이번 기자회견을 보면서 앞으로 카카오가 건설할 데이터센터만 안전하고 다른 데이터센터는 위험하다고 느껴져서 아쉬웠다”고 비난했다.

    또 다른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C사 이사는 “(이번 사고는) 결국 매뉴얼이 있고 없고의 차이였지, 신규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것인지 아닌지의 차이가 아니었다”면서 “카카오는 이번 사과에서 미래지향적인 얘기로 문제 본질을 흐렸다”고 비난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업계는 이번 사고로 정부 규제가 더 강화돼 모든 민간기업이 제도화될 것을 걱정하고 있다”며 “카카오는 이러한 점에 대해 어떠한 사과도 없이 ‘앞으로 우리 데이터센터는 안전할 것’이라는 얘기만 강조하며 다른 데이터센터 업체들만 가해자로 만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데이터센터 업계의 비난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번 카카오의 장시간 서비스 먹통 사태로 피해를 본 또 다른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관련 업체다. 데이터센터 화재가 원인일 수 있지만 카카오가 한 데이터센터에 데이터 이중화 조치 없이 서버를 편중해놓지 않았다면, 어쩔 수 없이 편중해놨어도 화재에 대비한 매뉴얼만 잘 갖췄다면 서비스 장애는 금방 해결될 문제였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 업계의 주장처럼 많은 기업은 데이터센터를 이용하고 있다. 수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하기 위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도 데이터센터를 사용한다.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새로운 데이터센터 건립이 아닌 현존하는 데이터센터에서 문제를 찾고 이를 고치는 것이 맞다. A 데이터센터 업체 대표는 “데이터센터에 관한 규제가 강해지고 표준으로 갖춰야 할 요소가 많아지더라도 안전을 위한 길이라면 마땅히 따르겠다. 카카오처럼 신규 데이터센터 건립을 이유로 대며 도망가지 않겠다. 그것이 국내 데이터센터 생태계를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주는 울림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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