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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개발자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GIGDC) 2022’ 수상작이 발표됐습니다. GIGDC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며 한국게임개발자협회가 주관하는 행사입니다. 올해에는 일반부, 대학부, 중고등부 분야에서 총 20개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인디 개발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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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가장 분주한 사람은 누구일까. 다원중에 다니는 신상현 학생은 ‘엄마’를 꼽았다. 남편과 자녀를 깨우고 아침밥을 만들고 출근과 등교를 독려해야 하는 엄마. 그래서 탄생했다. ‘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 중고등부 기획 부문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한 ‘바쁜 엄마의 아침밥 대작전’ 게임이. 이 게임은 어머니가 자식에게 아침밥을 먹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중학생 시선을 담겨 있다. 신상현 학생은 어떤 의도로 이 게임을 기획했을까.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바쁜 엄마의 아침밥 대작전. 이름부터 재밌습니다. 어떤 게임인가요?
제목 그대로 바쁘게 움직이는 어머니가 자식에게 아침밥을 먹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내용을 담은 기획안입니다. 자식이 아침밥을 먹으면 성적이 오릅니다. 이를 위해 어머니는 매일 아침 아들을 위해 밥을 하고 회사로 가서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 재료를 사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 과정에서 어머니는 움직이는 속도가 빨라지거나 받는 월급이 증가한다는 등 성장이 이뤄집니다. 하지만 이렇게만 진행된다면 재미가 없겠죠, 그래서 재난이라는 요소를 게임에 넣었습니다. 특정 날짜에는 엄마가 디버프를 받아 게임이 어려워집니다. 게임의 목표는 자식의 성적을 모두 1등급으로 올리는 것입니다. 쉽지는 않습니다. 실제처럼요.
-정말 어머니의 일상과 같아서 마음이 아픈데요. 게임 소재를 생각한 배경이 있나요.
게임 소재가 참신하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전 이 소재가 참신하다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제 주변에 있던 것들을 소재로 사용했기 때문입니다. ‘바쁜 엄마’라는 소재도 차 한 대로 저와 형을 픽업해주시면서도 춤 연습과 공연하러 다니는 어머니를 보고 생각했습니다. 요리 시스템은 학교 가정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을 게임에 접목했습니다. 재난 시스템은 기후 위기, 태풍, 홍수 등 사회적 문제를 가져왔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것들을 그대로 게임에 가져온다면 플레이어들의 공감대 형성에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평소 게임 기획을 많이 했는지요?
사실 게임 기획은 이번에 처음 해봤습니다. 저는 평상시 게임을 많이 좋아합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결국은 재밌어서였습니다. 따라서 게임 기획서를 작성할 때 어떻게 하면 여러 번 게임을 반복하면서도 질리지 않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게임 내에서는 항상 흥미로우면서도 중요한 선택을 계속하게 만들면 좋지 않을까’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이를 중점으로 기획서를 작성했습니다.
-게임을 기획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생각해둔 엔딩이 있는지요? 또 게임 타겟 유저를 20대 남자로 잡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 중학교 3학년 학생인데, 방학을 보다 보람차게 보내고 싶어서 GIGDC에 신청했습니다. 남은 기간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서 게임을 개발하긴 어렵고 기획을 했습니다. 이렇게 큰 상을 받게 되어 영광입니다.
기획서에서 재미에 중점을 둔 탓에 엔딩은 아직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살짝 생각해본다면 아마 자식이 서울대를 가는 엔딩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울대는 학생들의 꿈이니깐요. 게임 타겟 유저를 20대로 설정한 이유는, 이 게임은 긴 플레이 타임을 갖고 있고 난이도도 높은 편입니다. 그만큼 많은 시간과 체력을 요구합니다. 30대는 아무래도 직장생활도 하게 되고 회식도 많아 장시간 게임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대를 타겟으로 게임을 기획했습니다.
-게임을 기획할 때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주변에 도움을 받을 사람이 없었다는 겁니다. 가족이나 친척 중 게임업계에 종사하는 분이 없었고 이러한 교육을 전문으로 받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모르는 걸 물어볼 사람도 없고 제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지 피드백을 받을 사람도 없었습니다. 컴퓨터로 그림을 그릴지 몰라 그림판을 사용했고 워드 파일도 처음 사용해봤어요. 이 상황이 힘들었지만 ‘게임 기획에 대해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내일의 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진행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합니다.
게임개발과가 있는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추후 게임을 개발해 직접 판매도 하고 싶습니다.
-GIGDC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감은 어떠신가요. 혹시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는지요?
중학교 3학년 입장에서는 어디에서도 배울 수 없는 정보들을 얻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게임 기획이나 데이터, 계약서 등의 분야는 컨퍼런스를 제외하면 배울 수 있는 곳이 사실상 없는데 이러한 경험을 하게 돼서 기뻤습니다. (저 같은 학생들을 위해)대회에 참여한 기획서나 게임에 대해 자세한 피드백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참가해서 어려울 수 있지만 이러한 부분을 지원해주시면 가까운 미래에 한국 게임 산업은 더 강해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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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