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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필주(이성민)의 아버지, 어머니, 형, 그리고 누나까지 모두 친일파에 의에 목숨을 잃었다. 그리고 6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필주는 부유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 이들을 향해 총을 들었다. 그와 동행하는 것은 20대 절친 인규(남주혁)이다. '리멤버'는 역사를 가장 뜨겁게 '리멤버'(기억)한다.
12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리멤버'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이성민, 남주혁, 그리고 이일형 감독이 참석했다. '리멤버'는 영화 '검사외전'으로 970만 명의 관객을 사로잡은 뒤, 6년 만에 이일형 감독이 선보이는 신작이다.
6년 만에 관객과 만나는 작품에서 '친일파'라는 가슴 아픈 역사의 한 페이지를 꺼냈다. 이일형 감독은 "12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리멤버'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이성민, 남주혁, 그리고 이일형 감독이 참석했다"라고 '리멤버'를 연출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
이성민은 60년 동안 계획한 복수를 감행하는 알츠하이머 환자 필주 역을 맡았다. 그는 촬영 내내 노인 분장을 하고, 액션부터 걸음걸이, 자세, 말투 등 작은 것까지 노력했다. 이에 대해 "노인의 걸음걸이와 자세 때문에 촬영 중후반에는 목디스크가 걸렸다. 그 이유는 영화를 보니 알겠더라"라고 남다른 노력을 전했다. 이어 "말투는 북쪽에 있던 분이라서, 옛날 어르신들의 경기도 사투리처럼 보였으면 했다. 필주의 말투를 제 나름대로 분석하고 표현한 것 같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남주혁은 의도치 않게 필주(이성민)의 복수에 가담하게 된 20대 청년 인규 역을 맡았다. 남주혁이 보여주는 연기 자체가 인규가 필주의 동행에 대한 이유가 되어야 했다. 남주혁은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눴을 때, 감독님께서 '20대를 살아가는 청년처럼 연기해달라'고 하셨다. 막상 촬영에 들어가고, 연기를 하던 중, '참 쉽지 않구나'라고 느꼈다. 인규를 연기할 때 '관객이 인규의 감정을 따라가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과연 인규라면 어떨까, 필주를 어떻게 바라볼까, 지금 놓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등을 생각하며 심플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한 것 같다"라고 남다른 노력을 밝혔다.
이일형 감독은 '검사외전'에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검사(황정민)와 사기꾼(강동원)의 조합을 관객이 즐기며 볼 수 있도록 연출해냈다. '리멤버'에서는 역사를 가장 뜨겁게 기억하는 방법으로 70대 노인 필주(이성민)와 20대 청년 인규(남주혁)의 연대를 선택했다. 두 사람의 연대는 차곡차곡 쌓여 '리멤버'의 마지막 장면에서 관객이 잊을 수 없도록 그려낸다. 마지막 장면에 대해 이성민은 "그것이 거의 마지막 촬영이었다. 딱히 연기할 때 어떻게 해야겠다는 생각은 기억이 안 난다. 영화를 보면서,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는 제가 찍은 영화를 보면서 좀 울었다"라고 남다른 감정을 이야기했다. -
남주혁 역시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그동안 쌓아온 필주와 인규의 감정이 있어서 특별한 연기라기보다 상황 자체가 정말 슬프고 안타까웠다. 그런 감정이 촬영이 들어갔을 때 연기를 하면서 감정이 잘 올라왔다고 생각이 어렴풋이 든다"라고 답했다. 이일형 감독은 "일부러 마지막에 찍은 장면"이라고 설명을 보탰다. 감독의 의도 그대로, 이성민과 남주혁은 실제로 촬영 기간 동안 쌓아올렸던 두 사람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리멤버'는 캐나다와 독일의 합작 영화 '리멤버: 기억의 살인자'를 리메이크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일형 감독은 "유태인이 아우슈비츠에서 자신의 가족을 죽인 독일군을 쫓는 이야기다. 이를 본 순간 우리나라 현실과 너무 유사하다고 생각했다. 현실에 이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라고 리메이크를 결정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동시대의 할아버지가 여전히 그 과거를 쫓으며 복수를 꿈꾸고 아픔을 해소하려는 모습이 충분히 우리의 모습이고, 우리도 그런 아픔이 있으니 그걸 그리면 좋겠다 싶었다. 그 지점을 인규를 설정하고, 시선을 더 주고 싶었다. 20대 사는 청년들이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장르적 외향성을 맞추며 완성했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이일형 감독의 말처럼 '리멤버'는 과거와 교차로 전개되지만, 분명 '오늘'의 이야기다. 그는 "옳은 것을 옳다고 하지 않고, 잘못된 것을 잘못됐다고 하지 않았던 시간들이 너무 굳어져 있었던 것 같다.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 '리멤버'의 가장 큰 속성인지도 모른다. 관객들이 같은 지점을 느끼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라고 덧붙여 설명했다.
한편, 이성민, 남주혁의 열연으로 완성한 영화 '리멤버'는 오는 10월 26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