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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여러분의 ‘선택’은?”

기사입력 2022.10.12 10:21
[GIGDC인터뷰_⑫]아우토반 배효영 팀장: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상/대학부 기획 부문 동상
  • 인디게임 개발자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GIGDC) 2022’ 수상작이 발표됐습니다. GIGDC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며 한국게임개발자협회가 주관하는 행사입니다. 올해에는 일반부, 대학부, 중고등부 분야에서 총 20개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인디 개발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주

  • (왼쪽부터) 아우토반팀의 배효영팀장과 이성은 팀원.
    ▲ (왼쪽부터) 아우토반팀의 배효영팀장과 이성은 팀원.

    1910년 나라 주인이 일본으로 바뀌었다. 무자비한 일본의 횡포에 남편을 잃은 옥순이는 생계유지가 어려워지면서 고향을 떠나 서울 종에 수선 가게 ‘이앙’을 차렸다. 그런데 딸이 독립운동을 시작했다. 일본에 딸까지 잃을 수 없는 상황. 옥순은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배효영, 이성은, 정문정 이화여대 학생이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퍼즐 어드벤처 게임 ‘<이앙> 수선을 꽃피우다’를 만들었다. 게임에선 독립운동가인 딸을 지키면서 생계도 유지해야 하는 어머니의 삶이 펼쳐진다. 배효영 학생은 “이 게임으로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고통을 들여다보고 민족의 아픈 역사를 제고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의 아픈 역사 일제강점기. 간접적으로라도 경험해보면 어떨까.

    - 게임 이름이 독특한데요. ‘<이앙> 수선을 꽃피우다’는 어떤 게임인가요?

    독립운동가인 남편을 잃고 더 이상 고향에서 생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 옥순이의 이야기를 담은 게임입니다. 옥순이는 일하던 면직 공장을 그만두고 딸과 함께 고향을 떠나 종로 탑골공원 근방에 ‘이앙’이라는 이름의 수선 가게를 개업하는 이야기를 지닌 캐주얼 퍼즐 어드벤처 게임입니다. 

    - 게임 배경을 특별히 ‘일제강점기’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일제강점기 시대는 8월 15일 광복을 맞이하며 끝이 났지만, 그 과거에 대한 청산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반민족 행위 특별 조사 위원회의 활동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는 그 이후의 역사에도 영향을 주었죠. 여전히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부정하고 여러 매체에서는 욱일기, 다이쇼 로망, 제국주의 미화 등이 문제의식 없이 소비됩니다. 일제 강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은 필요합니다. 따라서 일제강점기 시대에 있었던 실제 사건들을 전달하는 게임을 개발하고 싶었습니다. 

    다만, 게임이 무겁진 않았으면 했습니다. 3·1운동이라는 진중한 역사적 사실을 주제로 채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레이들이 부담 없이 즐기는 게임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2D 픽셀아트 특유의 캐주얼한 분위기로 게임의 무게감을 중화시켜 역사적 고증이 짙은 게임을 즐기지 않는 플레이어라도 게임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 일반적인 게임에 비해 주인공의 직업이 평범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일제강점기 시대 가장 피해를 입은 사람은 평범한 사람일 겁니다. 그런 상상을 해보셨을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일제강점기에 있다면 어떨까. 어떤 이는 항일투쟁을 하고 어떤 이는 숨죽이며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친일파 행위를 하는 사람도 있겠죠. 이번 게임에는 이러한 평범한 사람들이 끝없는 내적 갈등 속에서 고뇌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평범한 조선인을 주인공으로 설정해 플레어어의 공감과 몰입을 끌어내고 싶었습니다.

    - 수선가게 이름이 ‘이앙’인 이유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앙은 순우리말로 ‘이음새’를 뜻합니다. 옥순이 운영하는 수선 가게는 뜯어진 옷을 수선해주며 일제강점기를 살아가던 조선인들에게 치유와 위로를 제공합니다. 말소될 위기에 놓인 한글 서적을 엮어 후세에 전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즉, 본 게임의 제목인 ‘이앙’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들의 고통을 들여다보고 순국선열의 넋을 기리며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제고하는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게임의 목적을 은유적으로 플레이어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 ‘<이앙> 수선을 꽃피우다’의 플레이 화면.
    ▲ ‘<이앙> 수선을 꽃피우다’의 플레이 화면.

    - 스토리가 탄탄하다고 느껴집니다. 스토리 구상에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요?

    주인공인 옥순의 심리에 플레이어가 공감할 수 있도록 스토리를 짜임새 있게 작성하는 것에 중점을 뒀습니다. 서사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일제강점기 시절 차별받는 조선인이 느껴야만 했던 죽음의 두려움에 맞서 싸우는 옥순의 내면이 직간접적으로 드러나길 원했습니다. 옥순이 독립운동가로 각성하게 된 결정적 이유라 볼 수 있는 딸 ‘란서’와 다시금 유대를 다지며 독립운동을 외면하고자 했던 자신의 과거 행위를 반성하고 조국에 대한 민족애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옥순이 다른 누구도 아닌 조선인으로서의 ‘나’를 되돌아보는 모습에 플레이어가 공감할 수 있도록 스토리를 풀어내어 진중한 교훈을 줌과 동시에 감동을 끌어내고자 했습니다.

    - 미니게임이 한글을 오브젝트로 사용하던데요.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수선하는 행위로서 옷 수선을 맡기러 온 손님의 대사를 오브젝트로 사용하는 미니게임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앙에는 한글을 접목한 미니게임이 6가지 존재하며 손님이 방문할 때마다 3가지 미니게임을 랜덤으로 플레이하게 되는데요. 플레이어는 수선 과정에서 손님과 대화하며 그들의 대사와 상호작용하게 됩니다. 수선 행위는 미니게임으로 진행되고 손님이 바뀔 때마다 반복됩니다. 플레이어가 주어진 설정을 성실히 이행하기 위해선 등장하는 오브젝트 및 조작법에 익숙함과 재미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게임 플레이에 강한 몰입을 주기 위해 가장 한국적인 요소이자 민족의 근본으로서 지키고 보존해야 할 한글을 게임 오브젝트로 활용해 특색있는 미니게임 시스템을 기획하고자 노력했습니다. 

    - 엔딩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일 것 같은데요.

    그렇습니다. 엔딩은 최소 4종류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게임 오버로서 순사에게 독립운동을 들켜 잡혀가게 되는 엔딩과 독립운동을 돕지 않아 딸 란서를 잃게 된 옥순이 일제에게 탄압받는 소시민으로서 살아가는 엔딩이 있습니다. 독립운동에 참여하여 독립운동가의 삶을 사는 엔딩 또한 존재하고, 독립기금을 얼마나 기부했느냐에 따라 엔딩이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바로 옥순의 딸인 란서와 관련된 엔딩인데요. 흔히 말하는 히든 엔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히든 엔딩의 내용은 이후 게임이 출시됐을 때 직접 플레이하시는 즐거움으로 남겨두겠습니다.

    - GIGDC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감을 어떠신지요.

    무엇보다도 굉장히 기쁩니다. 위너스 캠프를 통해 훌륭한 멘토 분들께 게임 업계 취업에 관한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시간과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엔씨소프트를 견학하는 일정이 대단히 기대됩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GIGDC 지원팀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게임 기획자를 진로로 삼고 있지만, 자신의 실력에 대한 뚜렷한 지표가 없었는데 이번 수상을 계기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감사하게도 다른 게임 공모전 또한 본선에 진출하게 되어 학기를 병행하며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해당 공모전 또한 잘 마무리한 뒤에, 마음이 맞는 개발자 분들을 모아 겨울학기 때부터 ‘이앙’을 개발하고 내년에 출시해볼 계획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욱 꼼꼼하게 짜여진 기획서가 필요할 것입니다. 제작에 들어갈 겨울학기까지, 학기를 병행하면서 심도 있는 게임 기획을 공부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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