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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년 서울시에 남긴 메시지, AI 로봇과 AR로 찾아보세요”

기사입력 2022.10.12 10:10
[GIGDC인터뷰_⑪] XRpolis 이육샛별 팀장: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상/대학부 기획 부문 은상
  • 인디게임 개발자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GIGDC) 2022’ 수상작이 발표됐습니다. GIGDC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며 한국게임개발자협회가 주관하는 행사입니다. 올해에는 일반부, 대학부, 중고등부 분야에서 총 20개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인디 개발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주

  • 이육샛별 XRpolis 팀장.
    ▲ 이육샛별 XRpolis 팀장.

    2050년 서울, 인공지능(AI) 개발자 ‘해리엇’이 사라졌다. 그의 집안에서 일하던 AI 로봇은 해리엇이 돌아오지 않자 그를 찾아 나선다. 주변 곳곳에 있는 실제 단서와 증강현실(AR)로 보여지는 가상 단서들을 조합해 해리엇의 흔적을 쫓는다. 사람과 AI 로봇이 어우러져 사는 30년 뒤 서울. AI 개발자는 어디로 간 걸까. 또 AI 로봇은 자신을 만든 개발자를 찾을 수 있을까.

    AI 개발자를 찾아 나선 AI 로봇의 이야기는 ‘Find Me: 나를 찾아줘’라는 게임의 배경이다. 이 게임은 서강대 아트&테크놀로지 2학년으로 재학 중인 이육샛별, 신우석, 오창엽 유다건, 유다빈 5명의 학생이 기획·개발했다. 30년 뒤 서울 모습을 배경으로 한 이 게임은 어떤 메시지를 담고 있을까.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2050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 게임 내용이 독특합니다. 전반적인 스토리가 어떻게 되나요?

    2050년, AI 로봇이 실생활에 적용된 세계관에서 이뤄지는 게임입니다. 어느 날 집안일 로봇 ‘헬퍼28’의 개발자 해리엇이 실종됩니다. 그의 집에서 일하던 헬퍼28은 해리엇을 찾아 나섭니다. 서울시청 곳곳에 있는 실제 단서들과 AR로 띄어준 가상 단서들을 조합해 해리엇을 찾아나서는 추리 게임입니다.

    -게임을 개발한 ‘XRpolis’ 팀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저희 팀은 서강대 아트&테크놀로지에 2학년으로 재학 중인 학생이 모여 만들어졌습니다. 사회적인 문제를 콘텐츠를 통해 어떻게 가시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사람들입니다. 이 고민을 갖고 학과에서 진행되는 ‘스몰 크리에이터 그룹’ 지원 프로그램에 신청하며 모이게 됐습니다. 이육샛별 팀장은 프로젝트 매니저(PM) 역할을 담당했고, 신우석 팀원은 유니티 게임 개발과 게임 음악 제작을 맡았습니다. 오창엽 팀원은 유니티 게임 제작을, 유다건 팀원은 캐릭터 모델링과 애니메이션을, 유다빈 팀원은 3D 랜드스케이프 및 물체 모델링과 애니메이션을 담당했습니다.

  •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오창엽 팀원, 이육샛별 팀장, 신우석 팀원, 유다건 팀원, 유다빈 팀원
    ▲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오창엽 팀원, 이육샛별 팀장, 신우석 팀원, 유다건 팀원, 유다빈 팀원

    -게임의 차별된 특징을 꼽자면 무엇일까요?

    GPS 기반의 AR 게임이라는 점입니다. 게임 이용자가 서울시청 인근에 있는 서울도서관, 정동극장 등의 장소들을 가면 GPS가 이를 인식해 게임이 진행됩니다. 서울도서관의 책 번호, 서울시립미술관의 조형물과 그 앞에 AR로 증강되는 물체들을 조합해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2050년 서울의 돌담길에 AI 로봇들이 돌아다니고, 드론이 택배를 나르고, 건물 옆에 홀로그램으로 띄워진 광고를 보며 상상이 현실이 된 모습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단순히 즐기기엔 게임 안에 있는 메시지가 심도 깊습니다.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표면으로 내세웠는데요.

    기존의 도시 공간은 정치, 경제, 문화의 권력이 집중되는 곳이었어요. 거대한 권력과 서사가 있는 곳에만 의미가 부여됐고 소수자는 외면받았습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는 정상과 비정상이 언제나 새로이 규정되고 있습니다. 다수가 대표가 되고 소수는 ‘비정상’이라는 낙인이 찍히는 것이 보편화됐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 도시는 누군가의 존재를 지워나가며 평범함을 유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수자를 위한 ‘퀴어 퍼레이드’ 반대편에는 혐오 발언이 적힌 피켓이 난무합니다. 기후 위기 아래 숨 쉬는 쪽방촌의 이야기는 가시화되지 않고 있죠. 비장애인 중심 지하철 시스템을 개혁하라는 장애인들의 외침은 펜스 하나로 차단당합니다. 이러한 사회 문제를 게임의 메인 메시지로 택했습니다. 우리 스토리에는 언제나 정상성의 범주를 벗어났다고 인식되는 소수자들이 등장할 겁니다. 이 가치는 스토리에서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달하고자 메시지가 무거운 만큼 전달 방식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전달 수단이 가벼워야 많은 이들에게 우리의 메시지가 닿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는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을 메시지가 포함된 세계로 초대하자’는 취지로 게임을 개발했습니다. 사용자들이 이 세계를 주인공으로 탐방하면서 온몸으로 메시지를 받아들이면 메시지 전달 효과가 크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 발상은 자연스럽게 인터렉티브 게임으로 이어졌습니다.

    -게임 형태를 AR 방식으로 택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나요?

    저희는 게임도 하나의 그릇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게임적 즐거움뿐 아니라 게임이 담을 수 있는 메시지에 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우리가 매일 살아가는 도시 이면의 이야기를 게임이란 소재를 통해 알리고자 했습니다. 이번 게임을 AR 형식으로 구성한 것도 그 영향이 큽니다. AR은 현실 공간 위에 덧입혀지는 레이어로써 숨겨진 이야기들을 가시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저희는 ‘우리가 상상하는 2050년 미래 서울의 올바른 모습은 이런 모습이야!’를 주장하려는 것이 아니라, 이 사회에 분명 존재하지만 비가시화되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통해 도시를 더욱 다양화시키고 싶은 것입니다. AR을 통해 이 도시를 더욱 확장하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또 AR은 머지않아 사람과 도시의 관계를 매개하는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AR 기술을 탐구할 때도 기술적 접근뿐 아니라 이를 통해 사람들의 소통과 관계가 어떻게 바뀔지를 ‘휴먼 컴퓨터 인터렉션(HCI)’ 관점에서 연구했습니다. 그 연구 결과 중 하나는 캐릭터의 다양성입니다. 2050년 서울은 인간과 로봇이 공존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공존 속에서 사람과 AI의 캐릭터를 고민해보았습니다. 중심인물인 여성 개발자 해리엇은 의상, 표정, 헤어스타일을 통해 강인한 여성상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이와 반대로 AI 로봇은 현재 우리 사회에 고착화된 ‘집안일 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녹여 디자인했습니다.

  • ‘Find Me: 나를 찾아줘’플레이 모습.
    ▲ ‘Find Me: 나를 찾아줘’플레이 모습.

    -게임을 개발할 때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게임과 메시지의 균형을 찾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저희가 처음에 ‘게임을 만들자’고 모인 팀이 아닙니다. 사회적 이슈들을 어떻게 콘텐츠로 풀어내고 시민들과 소통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AR 게임을 통해 역사적, 문화적 메시지가 있는 실제 랜드마크들에서 진행하는 AR 게임을 떠올린 것이지요. 그렇다 보니 ‘소수자의 사랑’이라는 메시지를 강조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게임적 즐거움이 적었습니다.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 게임 세계관, 캐릭터, 캐릭터 간 관계성 등에 관해 100문 100답을 진행하며 팀원들과 토론했습니다.

    GPS 기반 AR 게임을 제작하는 것도 생각보다 어려웠습니다. GPS가 정확한 위치를 잡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스마트폰 기종을 바꿔보거나 게임 방식을 바꾸는 등 여러 관문을 겪었습니다. 또 이 게임은 2050년을 배경으로 하므로 정보가 적다는 것도 문제였습니다. 원하는 정보를 찾고 고민하고 이를 게임으로 녹여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원하는 세계관을 게임에 녹여낸다는 것에 큰 재미를 느꼈습니다.

    -GIGDC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감은 어떤가요?

    저희 팀은 게임을 개발하던 중에 GIGDC기획 부문에 지원했습니다.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정리가 안되었던 게임의 세부 기획들이 훨씬 구체화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고, 새로운 사회적 토론장이 될 수 있는 게임 플랫폼을 꿈꾸었는데 GIGDC의 홍보를 통해 저희의 메시지가 더 많이 전달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희는 처음으로 게임을 기획해본 사람들이라 게임 유통, 홍보 등 실질적인 게임 산업에 대해 무지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위너스 프로그램의 멘토링에 참여하면서 게임 업계 분들의 멘토링을 통해 우리가 만든 게임을 어떻게 유저에게 설득시키고 접근해야 할지 알 수 있었고 구체적인 게임 개발 프로세스, 그 속에서 MVP를 검증하는 마케팅 방법 등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얼른 개발을 끝마치고 적용해보고자 합니다.

    -GIGDC 지원 프로그램에 아쉬웠던 부분이나 신설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신가요.

    참가자들의 네트워킹이 더 강화되었으면 합니다. 수상자들 뿐만이 아니라 게임에 관심이 있어 GIGDC2022에 참여한 모든 청년이 네트워킹을 쌓을 수 있는 자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트워킹을 통해 서로의 아이디어를 교류하고, 개발자나 디자이너 등을 찾을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저희 팀의 목표는 세상을 거대한 게임판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온 세상 곳곳, 역사적 문화적 맥락이 있는 스팟들에 그와 관련된 스토리를 AR 게임으로 풀어내고 싶습니다. 현재는 서울시청 하나를 필두로 게임을 만들었지만 최종 목표는 하나의 게임 플랫폼이 되는 것입니다. 세계관을 확장해서 전국 곳곳의 스팟마다 하나씩 게임을 늘려가고, 이를 더욱 확장해 세계 곳곳마다 새로운 게임들을 출시하고 싶습니다. 세계 시민들이 AR 게임을 즐기며 동시에 우리의 스토리와 메시지를 토론하는 시작점이 되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집 문을 열고 나왔을 때 동네 곳곳이 게임판이 된 세상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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