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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생각으로 게임을 클리어할 수는 없을까”

기사입력 2022.10.12 09:49
[GIGDC인터뷰_⑩] U-TURN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상/대학부 기획 부문 금상
  • 인디게임 개발자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글로벌 인디 게임제작 경진대회(GIGDC) 2022’ 수상작이 발표됐습니다. GIGDC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하며 한국게임개발자협회가 주관하는 행사입니다. 올해에는 일반부, 대학부, 중고등부 분야에서 총 20개의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습니다. 수상자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인디 개발자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편집자주

  • U-TURN팀의 정희범 팀장(왼쪽)과 박지원 팀원.
    ▲ U-TURN팀의 정희범 팀장(왼쪽)과 박지원 팀원.

    게임을 클리어하는 방법은 정해져 있다. 적을 모두 섬멸하거나, 원하는 목표 장소에 도달하거나, 보스를 무찌르거나 하는 식이다. 하지만 게임을 클리어하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 저마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게임을 클리어할 수 있다면 그 게임은 플레이어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이런 기발한 생각으로 GIGDC2022 기획 부문에서 금상을 거머쥔 팀이 있다. 팀명 U-TURN의 정희범 팀장, 박지원 팀장을 만나 이러한 게임을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들어봤다.

    -수상 축하드립니다. 이번 대회 금상을 수상하셨는데요, 팀 소개와 함께 수상작에 대한 소개 역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Right Way’를 기획한 팀 U-TURN의 정희범, 박지원입니다. 저희 둘 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게임인재원에서 기획학과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이번에 정말 감사하게도 2022 GIGDC 기획부문 대학부 금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Right Way는 ‘이 세상엔 한 가지 정답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주제를 가진 게임입니다. 우리가 플레이해왔던 여러 아케이드 게임들은 보통 그 목적이 명확합니다. 마리오에서는 맵 끝에 있는 깃발에 닿아야 하고, 벽돌깨기에서는 공으로 벽돌을 모두 없애야 합니다. 슈팅에서는 적들을 모두 섬멸해야 하죠.

    하지만 ‘Right Way’에서는 깃발에 닿지 않아도, 공으로 없애지 않아도, 섬멸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양한 ‘깨는(클리어하는) 방법’이 존재하고, 그 모두가 똑같이 그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는 방법입니다. 깃발을 뛰어넘을 수도 있고, 시작하자마자 뒤로도 갈 수 있고, 스페이스바를 연타하여 공중으로 날아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플레이어의 목적은 주어진 익숙한 환경에서 어떤 시도를 할 수 있고, 어떻게 ‘다른 방향성’을 가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해보는 것입니다. 익숙함 속에서 새로움을 찾는 것이 이 게임의 장점입니다.

    -이번 게임을 기획할 때 특별히 중점을 두신 부분이 있으실까요?

    Right Way는 간단한 그래픽으로 이루어진 게임이지만, 유저들이 이를 플레이하면서 더 많은 것을 시도하고 계속 플레이를 반복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했어요. 우선 새로운 시도를 할 때마다 간단한 구성과 대비되는 화려한 2D 연출로 심미성을 강조합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유저가 해당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는 방식들이 그냥 그 유저의 기억만으로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게임 내 업적으로 저장이 됩니다. 그래서 내가 이 스테이지에서 어떤 창의적인 방식을 시도했고, 얼마나 더 새로운 시도들이 남아있는지 확인할 수 있죠. 또한 유저 통계를 통해서 이 업적이 얼마나 달성되었는지, 어떤 유형의 유저들이 어떤 업적을 달성했는지 알 수 있고 나와 비교를 한다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깨는 방식과 업적들은 유머 요소들과 패러디뿐만 아니라 철학적 담론까지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요. 그래서 창의적인 시도를 하면서 얻어지는 유저의 가벼운 웃음들, 때로는 깊은 생각들이 모두 ‘Right Way’를 구성하는 하나의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독특한 접근이라고 흥미로운데요, 게임을 기획한 계기도 궁금합니다.

    Right Way는 게임인재원에서 2D를 주제로 한 3주짜리 인디게임 미니프로젝트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현재 한국 인디게임 시장에서는 특정 장르가 강세를 보이고 있었는데요, 저희는 그 뒤를 쫓아가기보단 대한민국 게이머들에게 더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던 도중, 흥미로운 사실을 인터넷에서 하나 알게 되었는데요. 언어권을 막론하고 동음이의어 중 서로의 뜻이 같은 단어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가지 예로, ‘꿈’이라는 단어는 잠들었을 때에 꾸는 ‘꿈’도 있지만, 사람들이 나아갈 목표, 비전을 이야기하는 ‘꿈’도 있지요. 이는 영어권에서도 마찬가지로 ‘Dream’이라는 단어가 우리와 같은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참으로 신기하지요. 그런 단어들 중, ‘Right’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생각이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수상작 제목이 재밌습니다. 고정관념에 대한 탈피라고도 보여지는데 제목의 의미와 이렇게 지은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왜 우리는 '옳은 길'만 가야 했을까요?”

    “옳은 길에서 벗어나, ‘오른 길’로는 갈 수 없을까요?”

    ‘Right’ 개발은 이런 단순한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영어단어 Right 역시 ‘오른쪽(옳은 쪽)’과 ‘옳다’라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에서 저희는 왜 항상 게이머들은 게임에서 ‘옳은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것일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직진이라는 옳은 길’이 있는 게임에서, 그 길을 무시하고 ‘오른 길’로 우회한다면? 그것 또한 ‘옳은 길’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저희의 게임 제목을 Right Way라고 짓게 되었습니다.

  • U-TURN팀이 개발한 ‘Right Way’플레이 화면.
    ▲ U-TURN팀이 개발한 ‘Right Way’플레이 화면.

    -게임을 기획 및 개발할 때 벌어졌던 헤프닝이나 어려웠던 점이 있나요?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셨는지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게임을 만든다는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게다가 3주라는 짧은 시간은 우여곡절들을 하하 웃으면서 넘길 기간이 아니었죠. 그래서 마음이 급했고, 게임 자체는 프로토타입 정도의 스테이지만 구현이 되었었어요. 하지만 저희는 아쉬웠던 것이, 각각 아케이드 게임들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너무 많았고 이것들이 세상의 빛을 보았으면 했어요. 그래서 이렇게 GIGDC 기획 부문에 지원하게 되었고요.

    -다양한 클리어 방식이 유저들에게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재미와 게임성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오브젝트의 다양성이나 게임의 발전 여부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Right Way의 특징은 기존 아케이드 게임의 문법을 새롭게 바꾼다는 것이에요. 그 말은 곧 기존 아케이드 게임의 문법을 우선 가져온다는 것이죠. 결국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스테이지를 플레이하고 그것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횡 스크롤 플랫포머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방향키와 스페이스 바에 손이 가고, 포인트 앤 클릭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마우스에 손이 가게 되죠. 그래서 저희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으면 스테이지를 추가하는 것이 쉽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각각의 아케이드 게임들이 이미 게이머들에게 직관적인 게임 요소가 되었기 때문이죠.

    이러한 점은 유저들이 직접 스테이지를 만들거나, 새로운 클리어 방식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해요. 한마디로 유저들이 MOD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죠. 개발자뿐만 아니라 여러 유저의 각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통해 완성되는 게임이면 더 멋있을 것 같습니다.

    -독특한 시도에 응원을 보냅니다. U-TURN 팀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희는 Right Way의 주제와 같이 앞으로도 더 새로운 도전을 할 예정입니다. 게임인재원에서 배웠던 것 경험했던 것을 모두 쏟아 넣어 대한민국 인디게임 시장에 경종을 울리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물론 Right Way 또한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저희가 기획했던 모든 것을 넣어 더 완성도 높은 게임을 만들고 싶습니다. 

    -GIGDC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한 소감은 어떠신지요. 이번 대회를 통해 도움받으신 부분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또 아쉬웠던 부분이나 신설됐으면 하는 부분이 있으시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원서 항목을 하나둘 써 내려가면서 짧은 시간에 저희가 이야기하고 만들어나가는 것들이 하나의 문서로 정리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저희의 아이디어가 계속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이 지원 후에는 참으로 감사했었습니다.

    지원하는 과정에서 지원 홈페이지의 UX가 다소 불편한 점이 있었습니다. 지원자 입장으로선 내 자식 같은 이 게임을 심사위원들에게 하나 부족한 점 없이 소개하고 싶은데 제대로 최신 버전이 업로드가 되었는지, 수정 사항이 적용이 되었는지 잘 알 수 없었습니다. 이런 부분이 개선되었으면 합니다.

    -GIGDC 예비 접수자 분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어느 게임이나 그렇겠지만, Right Way는 특히 그 진면모를 스크린샷 두 세 개 본다고 해서 알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점은 공모전에 불리한 사항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GIGDC 수상도 사실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기획서를 자세히 평가해주시고 아이디어 자체를 높게 사 수상작으로 선정하게 된 것이 참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예비 접수자분들도 정말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가감없이 작성하여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작성한다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GIGDC는 여러분들의 아이디어를 그만큼 긍정적으로 봐줄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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