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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균과 한지민이 지난 2003년 방송된 드라마 '좋은 사람' 이후 약 19년 만에 재회했다. 시리즈에 처음 도전하는 이준익 감독의 작품이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에서 두 사람은 서로가 선보이는 연기의 이유가 되었다.
11일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의 제작발표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이준익 감독을 비롯해 배우 신하균, 한지민, 정진영이 참석했다. '욘더'는 세상을 떠난 아내 이후(한지민)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남자 재현(신하균)이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영화 '왕의 남자', '사도', '변산' 등의 작품을 통해 오랜 시간 관객에게 신뢰를 준 이준익 감독은 '욘더'의 연출을 맡았다. 영화가 아닌 시리즈 연출에 처음 도전한 것. 이준익 감독은 "원작이 나온 것이 2011년이다. 11년 전 책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놀라운 세계관과 설정에 놀랐다. 그때 영화를 하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OTT 플랫폼이면 더 깊이 있게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
신하균은 아내의 죽음 뒤 공허한 삶을 이어가는 사이언스 M 기자 ‘재현’을 맡았다. 그는 "표현을 많이 하는 인물은 아니다. 안으로 담고 있는 사람이다. 액션보다는 리액션이 주가 된다. 사실 훌륭한 선배님들, 후배들, 그리고 한지민 등에게 많이 기대어서 간 것 같다. 따라가게 되는 인물이다"라고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밝혔다.
한지민은 재현의 죽은 아내 ‘이후’를 맡아 현실과 욘더를 오가는 색다른 연기 변신을 펼친다. 죽음 뒤 ‘욘더’에서 새로운 삶을 맞는 그는 남편 재현을 그곳으로 이끈다. 그는 "그전에 맡은 캐릭터들은 보통 자기의 주도적인 감정을 연기하면 됐다. 어떤 심정으로, 감정의 동기부여를 받아 연기하면 되는데, '욘더'는 재현(신하균) 감정의 리액션이 중요하다. 보시는 분들이 재현의 감정을 따라가야 한다"라고 차이점을 설명한 뒤 " 이후가 이렇게 한다기보다, 재현이 이런 감정을 느끼게끔 연기했다"라고 전해 자신의 연기의 이유에 재현의 리액션이 있었음을 전했다.
정진영은 죽음을 과학으로 접근하려는 뇌과학자 닥터K 역을 맡았다. 그는 "K라는 이름부터 이니셜이다. 드러내지 않고 약간의 신비로움을 뿜어야 하는 인물이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한 남편의 슬픔, 죽음 후에도 남편에 대한 사랑을 보여주는 아내, 이 두 사람에게 죽음을 넘어서도 사랑이 이어질 수 있게 해준 사람이다. 당신이 죽어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제안을 하는 묘한 캐릭터라고 생각한다"라고 자신의 캐릭터를 설명해 '욘더'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을 더했다. -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장르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그 중심에서 말하는 것은 '그리움과 사랑'의 감정이다. 이준익 감독은 "사실 휴먼 멜로 장르라는 생각을 별로 안 했다. 그런데 찍고 나서 보니 그렇다더라. 아마 한지민, 신하균의 케미 때문인것 같다. 시나리오 쓸 때는 SF 장르라서 논리적으로 설명을 해야 하더라. 그런데 설명을 뛰어넘는 순간이 있더라. 그걸 배우가 만들어줬다"라며 함께한 배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작품은 삶과 죽음, 행복과 사랑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의 질문을 던지지만, 촬영 현장만큼은 '욘더' 속 세상처럼 따뜻했다. 심지어 한지민은 "저희가 섬에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다 같이 밥을 먹고, 저는 춤을 추고 너무 행복한 기억이 있다. 현장에서 언제 춤을 추겠냐. 모두 MT 온 것처럼 행복하게 이야기하고 어울리는 시간이 있어서 호흡이 좋았다"라고 현장을 회상하기도 했고, 신하균은 "한지민이 춤을 정말 많이 추더라"라고 폭로를 덧붙이기도 했다. -
19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좀 더 편안해졌다. 신하균은 한지민과의 재회에 대해 "참 오래 걸렸다. 그만큼 배우들이 한 작품을 하게 되면 다시 만나기가 어렵다. 평생 못 만날 수도 있다. '지금 만나려고 기다렸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너무 좋았다"라고 밝혔고, 한지민은 "20년 전에는 둘다 엄청 말이 없었다. 저도 처음 주연을 맡아서 어렵고, 모든 게 낯설고 버겁기만 했던 시절이었다. 신하균도 그때는 지금보다 더 말씀이 없었다. 저도 경력이 쌓이다 보니, 그때 신하균이 나랑 연기하기 힘들었겠다 싶었다"라며 "지금은 좀 나아졌을 것 같다. 대화를 많이 하며 촬영하니 좋더라"라고 남다른 소감을 덧붙였다.
그런 두 사람이 죽음을 경계로 사랑을 이어가는 남편과 아내의 모습을 담아낸다. 정진영은 "당신이 사랑하는 아내, 부모, 자식 등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극 중에서 그렇게 표현된다. 이것이 SF라서 황당한 공간일 수 있는데 어찌 보면 현실적인 이야기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누구나 세상을 떠난 사랑하는 이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욘더'의 세상을 이야기했다.
과연 '욘더' 속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욘더'는 오는 14일(금) 오후 4시 티빙을 통해 처음 공개될 예정이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