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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압박한 숨은 주역이 있다. 인공위성이다. 각 국가의 인공위성 기업들은 지구 관측 위성으로 촬영한 러시아군 관련 고해상도 사진을 연이어 공개하며 전쟁 상황과 참상을 중계했다. 러시아군에 의해 포격을 당한 우크라이나 모습을 보여주며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는 여론을 형성했다.
인공위성 시장은 인공지능(AI) 기술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위성으로 촬영한 영상 속 데이터를 AI로 빠르게 판독할 수 있어서다. AI는 기존에 학습된 정보를 토대로 변화가 있거나 이상 상황이 생겼을 때 이를 실시간으로 탐지, 판독관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기술은 현재 기후변화 감지를 비롯해 국방 변화, 교통 분석, 시장분석, 작화량 예측 등에 사용된다.
인공위성 영상을 AI로 분석해 의미있는 결과물을 도출하는 사례가 많아지자 위성 데이터 부가가치 시장(VAS)에 뛰어드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유로컨설턴트는 VAS 시장이 연평균 8% 성장률을 기록하며 2020년 2.5억 달러에서 2030년 50억 달러 규모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에서 AI로 위성영상을 분석하는 대표 기업은 에스아이에이(SIA)다. 국내 인공위성 기업 쎄트렉아이(Satrec Initiative)의 AI 자회사인 이 기업은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영상을 AI를 이용해 해당 영상의 객체를 분석하거나 탐지하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다목적 실용위성과 기상 위성, 미국 상용 위성에서 촬영한 영상을 주로 분석한다.
전태균 SIA 대표는 최근 국제 행사에서 커지는 VAS 시장에 맞춰 인공위성 분석 AI 기술의 발전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위성 비즈니스 위크(WSBW) 2022’의 패널 토론자로 초대돼 지구관측 시장 발전을 위한 의견을 내놨다. WSBW는 유로컨설트가 주관하는 행사로 매년 전 세계 위성 사업자의 95%가 참여하는 위성 관련 권위 있는 행사다.
전 대표는 이 행사에서 미국 위성 정보회사 ‘우르사 스페이스 시스템(URSA SPACE SYSTEM)’, 프랑스 AI 위성영상 분석기업 ‘프렐리전스(PRELIGENS)’ 미국 지리공간 분석회사 ‘오비탈 인사이트(ORBITAL INSIGHT)’의 대표 및 기술 개발자와 시장 발전을 위한 토론을 진행했다. 이들은 “위성 분야에서 지금까지 AI 기술의 혁신성에 주목했다면 앞으로는 고객 문제로 관점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주장을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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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표는 특히 이미 위성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이 데이터 분석력에 집중할 수 있는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계 각국이 국방과 안보를 위해 자체 위성뿐 아니라 민간 위성에 큰 관심을 쏟고 있지만, 위성영상을 분석하는 일은 여전히 기술과 자본의 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이 문제를 돌파하기 위해선 지리공간정보에 적용하는 AI 기술인 ‘GeoAI’와 위성 데이터, 도메인 데이터를 결합시켜 위성영상 관측보다 분석과 예측에 더 큰 가치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위성 영상을 분석하는 AI 기술의 발전 필요성도 제기했다. 위성 기술 발전으로 위성 영상 만으로 관측할 수 있는 분야가 많아졌고 기본 데이터들이 구축됐기 때문에 해당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위성영상 관측과 분석에만 매몰되지 않고 이젠 AI 기반으로 위성 운용에 대한 계획을 예측할 수 있는 단계로 다가가야 한다”며 “코드와 데이터가 필요 없는 AI와 거대모델 AI 등 최근 비즈니스에 적용되는 AI를 위성영상 분석으로 가져와야 더 큰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발전을 위해선 위성영상 분석 시장의 문화도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영상 공급 계약의 딱딱한 관행을 넘어 예측 기반 위성 스케줄링과 영상 가격 추천, 어떤 위성 영상의 조합을 추천하는지 등의 유연함이 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