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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강국 ‘한국’ 현 상황 녹록지 않아, AI 도입 필연적”

기사입력 2022.09.26 15:09
[AWC 2022 in Busan_인터뷰] 이태진 현대중공업 디지털/ICT혁신 부문장
  • 인공지능(AI)이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합니다.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인류의 미래가 걸려 있다고 이야기해도 허언은 아닐 것입니다. 디지틀조선일보는 인공지능 전문매체 더에이아이(THE AI)와 공동으로 29일부터 이틀간 부산 벡스코에서 ‘인공지능의 미래를 위한 대혁신’이란 주제로 개최되는 ‘AWC 2022 in Busan, AI: THE Good AI Can Do’ 행사에 앞서 현장 참여 연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는 릴레이 인터뷰 기사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편집자 주
  • 한국이 올해 상반기 중국을 제치고 조선업 1위를 탈환했다. 상반기 기준 전 세계에서 선박 수주량이 가장 많은 상위 3개 조선소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모두 한국 기업이었다. 국내 기업은 선박 설계 기술부터 건조, 생산 등 경쟁국보다 우위로 평가되는 기술력을 무기로 ‘조선업 강국’의 위상을 이어갔다.

    하지만 산적한 과제도 많다. 갈수록 조선업에 종사하는 인력은 감소세고 경쟁국과 기술 격차도 줄고 있다. 근로자 안전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은 각종 규제와도 씨름하게 됐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소의 미래라는 뜻을 담은 ‘FOS(Future of Shipyard)’를 선포, 스마트조선소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이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조선소 운영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를 디지털화하고 물리적인 작업을 자동화하며 운영 효율과 근무 환경을 개선 중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주요 기술이 인공지능(AI)이다. 회사는 이미 에너지 관리, 예방 정비, 실적 처리 등 다양한 분야에 AI를 적용, 이미 다양한 사례를 남기고 있다.

    이태진 현대중공업 디지털·ICT혁신 부문장(전무)은 조선 산업의 AI 도입은 경쟁국과의 기술 격차를 위한 필연적인 절차라고 설명한다. 조선 산업의 미래라 불리는 스마트조선소와 관련해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 조선 산업에 AI 기술이 왜 필요할까.

    “역사적으로 조선 산업의 강자 자리는 계속 바뀌었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다시 미국에서 일본으로, 그리고 지금은 한국이 최강자 위치에 있다. 물론 규모 면에선 중국이 우리를 앞섰다고 볼 수 있지만 기술력을 기준으로 보았을 때 한국은 세계 정상으로 인정받고 있다. 선박 설계, 건조, 생산 등의 우리 기술이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과제도 있다. 소프트웨어 혹은 디지털 기술로 그 격차를 벌리지 못하면 중국 등 끊임없이 우리를 추격해 오는 경쟁국의 위협을 이겨내기 어렵다. 노동 집약 산업의 대명사인 조선소 현장을 AI와 같은 디지털 기술로 바꿔야만 초격차를 이뤄낼 수 있다고 본다.”

    - 현대중공업은 초격차를 위해 어떤 정책을 취하고 있나.

    “우리는 ‘스마트조선소’를 목표로 ‘FOS 2030’ 로드맵을 제시했다. 스마트조선소는 조선소 운영에 필요한 각종 정보를 디지털화하는 ‘디지털 전환’과 물리적인 설비나 작업 환경을 ‘자동화’하는 개념을 담고 있다. 어느 조선소보다 높은 생산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데이터 분석 기반 의사결정 체계를 만들고 안전한 작업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 기술 기반의 ‘눈에 보이는 조선소’를 1단계, ‘서로 연결돼 작업을 예측하고 최적화하는 조선소’를 2단계, ‘지능형 자율운영 조선소’를 3단계로 목표를 제시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이는 현대중공업 그룹의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 우리 그룹은 창사 50주년을 맞아 향후 50년을 위한 ‘HHI 비전 2030’을 선포했는데, 그 일환이 현재 조선소에 안주하지 않고 친환경, 디지털 시대를 선도하는 초일류 조선 해양 기업으로 거듭나겠단 내용이다. 이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회사는 3가지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기술력을 앞세운 ‘친환경·디지털 선박’ 시장선도, 두 번째는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벗어난 ‘스마트조선소’ 구축, 세 번째는 미래 신사업 도전이다. 즉 그룹 비전의 두 번째에 스마트조선소 구축을 위해 FOS 2030 로드맵을 담고 있다.”

    - FOS 2030 로드맵이 실현되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FOS 로드맵은 정량적으로 생산성 30% 향상, 주문부터 납품까지 소요되는 기간인 리드타임 30% 감소, 불필요 에너지 낭비 제로화를 목표로 한다. FOS가 실현되면 어떤 조선소도 현대중공업을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가 완성될 것으로 전망한다. 또 다른 장점은 조선소의 작업 환경을 ‘행복하고 안전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고용 창출 효과가 이어져 사회적으로도 이익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FOS 로드맵의 첫 단계로 ‘한눈에 모든 것이 보이고 제어되는 조선소’를 목표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과거에는 조선소가 수작업이 필연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은 이러한 고정 관념을 바꿔가고 있다. 우리는 이에 맞춰 모든 아날로그 장비와 프로세스를 디지털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갖고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 현대중공업의 ‘FOS 2030’ 로드맵. /현대중공업
    ▲ 현대중공업의 ‘FOS 2030’ 로드맵. /현대중공업

    - 디지털로 기술을 구축한 사례가 있나.

    “최근 오픈한 ‘도시가스 모니터링 시스템’을 사례로 들고 싶다. 도시가스의 유량, 상태, 압력을 실시간 계측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센서를 분석하고 빅데이터 분석 기술을 적용했다. 도시가스 비용 절감과 안전사고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스템은 도시가스 외에도 용수, 이산화탄소 등 다른 에너지원에도 적용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 종합 관리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비슷한 사례로 LNG선의 액화 LNG 저장 창고 품질 개선을 위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한 사례가 있다. LNG선 저장 창고는 저온·고압의 액화 LNG가 저장되기 때문에 온도, 습도, 산소 포화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과거에는 장비를 점검하는 작업자가 5층 정도 높이의 탱크에 사다리를 타고 들어가서 공조기를 제어하는 일을 해야 했다. 우리는 IoT 기술을 활용해 단순하지만 위험한 이 작업을 디지털화했다. 창고에 센서를 설치한 후 모니터링해 LNG가 최적의 조건에서 유지되게 하고 있다. 이 기술 역시 조선소 내 도장 설비 등 다양한 설비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 AI 기술을 적용한 사례도 있을 것 같다.

    “여러 가지 적용 분야 중에서 가장 먼저 소개하고 싶은 것이 안전 빅데이터 분석 및 위험도 예측 서비스다. 현대중공업은 매일 아침 경영진부터 현장 작업자까지 ‘오늘은 어떤 부서에 어떤 사고 위험이 예상되는지’에 대한 예측 정보를 일기 예보 보듯이 받아 본다.

    우리는 조선소가 위험한 곳이라는 오명을 벗고 ‘누구나 행복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기 위해 과거 안전사고 기록들을 모두 디지털화하고 사고 유형과 인과 관계를 AI로 분석, 빅데이터와 AI기 반의 사고 예측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 안전한 근무 환경을 위해 AI 카메라도 선체 안에 설치했다. 이 카메라는 화재를 감시하고 화물이 떨어지거나 사람이 넘어지는 등 이상 현상을 감지하고 있다.

    또 자동차 산업에서 AI로 자율주행차를 만들고 있듯이, AI가 운항하는 자율운항 선박을 만들기 위한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최근 세계 최초로 대형 LNG선박이 자율운항으로 대서양을 건너는 데 성공했다. 또 영상 인식 기술 기반으로 AI 작업 진도와 예산 완료 시점을 알려주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블록 형상이 다들 비슷하게 생겼고 죄다 회색으로 되어 있어서 AI 비전으로 형상 인식이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AI 전문가들과 함께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 조선업 현장에 AI 카메라를 사용한 사례. /현대중공업
    ▲ 조선업 현장에 AI 카메라를 사용한 사례. /현대중공업

    - AI가 작업 진도 예측을 한다는 것이 궁금하다. 상세히 알 수 있나.

    “AI 기반으로 예방 정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한 가지 사례가 될 수 있다. 조선소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 장비 중 하나는 크레인이다. 특히 조선소 전경을 찍은 화면에 종종 나타나는 ‘골리앗 크레인’은 도크 주변에서 메가 블록을 들어 올려서 선박 탑재 공정을 진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크에서 이뤄지는 탑재 작업은 선박 제조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공정으로 모든 선박 제조 일정의 기준이 된다. 따라서 언제 어떤 작업을 할지 공정 계획과 일치시켜서 일할 수 있도록 크레인의 작동 상황을 확인하고 고장이 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일은 조선소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크레인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해 크레인의 작동 상태와 이상 여부를 감지하고 있다. 여기에 추가로 진동·소음 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이상을 감지하는 예방 정비 기술도 탑재할 예정이다.”

    - 조선 분야 AI 기술 발전을 위해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부분도 있을 것 같다.

    “조선소 현장에는 작업의 효율성뿐만 아니라 작업자의 안전을 위해서도 AI 카메라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있다. 하지만 현장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은 개인 정보 보호 관점에서는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선 제도적 지원과 함께 개개인의 인식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본다.

    기술적으로는 데이터 공유에 대해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AI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과연 이 데이터의 소유가 누구인가 하는 문제가 계속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과감하게 데이터를 공유하고 그 결과 역시 공유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 인력확보 등 기술 개발 이외 노력도 중요할 것 같다.

    “우리와 같은 전통 제조업은 AI 전문 역량을 가진 인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산업 도메인 지식이 있는 우리 엔지니어들을 전문 교육 기관을 통해 교육을 시키는 방향으로 인력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또 서울대와 제휴를 통해 조선 분야 AI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협력사와 함께 스마트조선소를 이뤄가는 것도 중요하다. 여느 산업과 마찬가지로 조선 산업도 공급망과의 협력체계가 중요하다. 우리 조선소만 디지털 조선소, 스마트조선소가 되어서는 우리가 바라는 FOS가 완성되지 않는다. 조선 생태계 전체가 미래 조선소를 만드는 데 같이 동참해야 한다고 본다. 그 길에 우리가 앞장서겠다. 이런 부분에선 정부의 지원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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