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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한국인 최적의 뇌전증 혈중 약물 농도 범위 제시

기사입력 2022.09.23 14:07
  • 3세대 뇌전증 치료 약물 라코사마이드의 혈중농도에 따라 약물 부작용 발생률과 치료 효과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서울대병원 연구팀이 한국인 뇌전증 환자에게 최적의 혈중 약물 농도 범위를 제시했다.

    서울대병원 신경과 이상건·주건, 입원의학센터 안선재 교수팀이 2018년 1월부터 2021년 1월까지 국내 뇌전증 환자 115명을 대상으로 혈중 라코사마이드 농도와 약물대사효소의 유전적 다형성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23일 발표했다.

    라코사마이드(LCM)는 과흥분성 신경막의 안정화를 도와주는 3세대 항경련제로, 주로 전신 강직성 발작이나 간질을 치료하는 데 사용된다. 유전적 다형성은 동일한 생물 집단 내에서도 불연속적인 유전적 변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개인별 유전형을 고려하면 뇌전증 치료 약물 처방에 있어 환자별 최적 혈중 약물 농도 범위를 제시할 수 있다.

    연구팀은 약물대사에 관여하는 효소인 CYP2C19의 유전적 다형성이 라코마사이드 혈중 농도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라코마사이드를 1개월 이상 용량 변경 없이 복용한 115명 뇌전증 환자의 혈액 샘플을 채취했다. 이후 단일 염기 다형성 분석(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s)을 진행했다. 환자는 CYP2C19의 유전형에 따라 ▲신속대사형(EM) ▲중간대사형(IM) ▲지연대사형(PM)의 세 가지 표현형 그룹으로 분류됐다.

    연구 결과, 라코사마이드 대사율을 나타내는 혈중농도/약물용량 비율(C/D ratio)은 CYP2C19의 유전형에 따라 유의한 차이를 보였다. 혈중농도/약물용량 비율은 신속대사형 그룹에 비해 중간대사형 그룹에서 약 13%, 지연대사형 그룹에서 약 39% 더 높았다. 이는 같은 약물 용량을 처방하더라도 지연대사형 환자에서는 신속대사형이나 중간대사형 환자보다 훨씬 큰 혈중 약물 농도가 나타나는 것을 뜻한다.

  • CYP2C19 유전형에 따른 혈중농도/약물용량 비율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 CYP2C19 유전형에 따른 혈중농도/약물용량 비율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약물의 효과성 및 부작용 발생과 라코사마이드의 혈중 농도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함께 확인했다.

    약물 투여 후 발작이 감소한 라코사마이드 효과 군에서는 발작이 조절되지 않는 비효과 군에 비해 라코사마이드 혈중 농도가 약간 더 높았다. 이러한 결과는 라코사마이드의 효능이 혈중 농도와 관련이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약물 부작용이 발생한 환자군에서는 부작용 없는 환자군보다 혈중 약물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는 혈중 라코사마이드 수치가 부작용의 발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 평균 혈중 라코사마이드 농도는 효과가 없는 그룹(Ineffective)에서 유의하게 낮았다. 또한 부작용 그룹(Adverse Events)에서 유의하게 높았다.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 평균 혈중 라코사마이드 농도는 효과가 없는 그룹(Ineffective)에서 유의하게 낮았다. 또한 부작용 그룹(Adverse Events)에서 유의하게 높았다.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 라코사마이드(LCM)의 용량-반응 관계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 라코사마이드(LCM)의 용량-반응 관계 /이미지 제공=서울대병원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국인 뇌전증 환자에서 낮은 부작용 발생률과 높은 뇌전증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최적의 라코사마이드 혈중 약물 농도 범위를 6~9㎍/㎖로 제시했다. 특히 CYP2C19 지연대사형(PM) 환자는 신속대사형(EM) 환자에 비해 제안 범위 내에서 약 40% 낮은 용량을 처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뇌전증 분야 전문 학술지 ‘에필렙시아(Epilepsia)’ 최근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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