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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지(phage)’란 미생물에 대해 특이적 감염성을 갖는 바이러스를 의미한다. 파지에 감염된 미생물은 생리학적 특성이 크게 달라지거나 심한 경우 죽기 때문에 파지 오염은 미생물이 화학공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바이오화학산업에서 치명적이다.
이런 파지오염에 저항성을 갖는 미생물 균주를 한중 양국의 국제 공동연구진이 개발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특훈교수 연구팀은 중국 우한대 시 첸, 리안롱 왕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파지 저항성을 갖는 대장균 균주 개발'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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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특히 ‘시스템 대사공학’이라 불리는 차세대 바이오화학분야 기술에 크게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미생물 대사회로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발효 등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화학물질들을 생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환경오염 없이 화학물질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특히 대장균은 이 과정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대표적인 균주인데, 파지 오염 등은 이 과정에서 꼭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혔다. 전체 바이오 공정의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대부분의 파지 방어 메커니즘은 한정된 종류의 파지만 방어할 수 있어 그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연구팀은 대장균 ‘3234/A’ 균주에서 약칭 ‘Ssp’라 명명한 신규 파지 방어 메커니즘을 발견 및 규명했으며, 해당 파지 방어 시스템이 산업적으로 유용한 여러 가지 대장균 균주에 적용될 수 있고, 그 결과 여러 종류의 파지를 방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또 대장균주의 게놈 상에 Ssp 방어 모듈을 도입했다. 이러한 전략들을 통해 파지 공격에 취약한 대장균 균주를 여러 가지 파지들에 내성을 부여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대장균들은 파지들이 있을 때도 일반적인 대장균과 똑같은 성장 속도와 생리학적 특성을 유지했다. 또한 높은 농도의 파지가 존재하는 환경에서도 화학물질 및 재조합 단백질을 생산 능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상엽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발효 산업에서 큰 문제점이었던 파지 오염에 대한 체계적인 해법을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네이쳐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지난 8월 2일자로 게재됐다.
- 전승민 기자 aides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