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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지만 구축비용이 높아 주로 대기업 위주로 도입하고 있던 ‘초거대 인공지능(AI)’을 정부가 나서서 만들기로 했다. 국내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 등 기업들의 연구개발 환경 개선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4일 정부 및 국내 연기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서 지난 8월부터 민간기업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한국어 기반 초대형 언어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규모는 미국 연구기관 ‘오픈AI’가 개발한 AI ‘GPT-3’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GPT는 1750억 개의 파라미터(매개변수)를 가진 대표적인 초거대 AI 중 하나다. 투입 비용은 총 110억 원 정도로, 2025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외국의 구글이나 애플, 국내의 네이버나 카카오 등 대기업은 다양한 분야에 응용이 가능하고 심지어 인간의 고유영역이라던 창작활동까지 가능한 초거대 AI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초거대 AI란 대용량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바탕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고차원적인 추론이 가능한 AI를 말한다. 마치 사람처럼 칼럼과 소설을 창작을 할 수 있다. 사람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것도 가능해 ‘AI 비서’나 ‘AI 상담원’ 등의 기술 정확도를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초거대 AI는 ‘자본에 의한 양극화 문제’를 초래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구축 비용과 운영단가가 천문학적으로 높아 자본이 있는 대기업이 아니라면 개발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LG AI연구원은 초거대 멀티모달 AI인 ‘엑사원’을 구축하는 데 약 1조 원을 투자했다. 네이버가 개발한 초대규모 AI ‘하이퍼클로바’ 역시 컴퓨팅 인프라 마련에만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 역시 AI 기술의 성능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지만 초거대 AI와는 경쟁이 안 된다고 토로한다. 신동호 무하유 대표는 “초거대 AI와 경쟁하면 당연히 게임이 안 된다”며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초거대 AI와 겨루기보단 각 기업이 잘할 수 있는 전문성을 찾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LG와 네이버 등 대기업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외부에서도 초거대 AI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지만 이 역시 장벽이 높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도 대기업의 초거대 지원 사업을 독려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이는 직접 보유한 기업과 빌려쓰는 기업의 효율 문제 때문이다. 대기업이 보유한 시스템 성능을 100이라고 할 때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은 그중 몇 % 정도만을 나누어 사용할 수밖에 없어 더 낮은 성능의 시스템을 쓸 수 밖에 없다. 더구나 대기업이 보유한 각종 데이터는 저작권 문제 등으로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항섭 셀바스AI 사업대표는 “네이버와 경쟁한다는 것은 데이터양부터 지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반면 정부가 개발하고 있는 초거대 AI는 데이터 저작권 문제가 없고 모든 영역을 공개하기 때문에 성능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이를 활용하면 데이터 역시 각 기업이 독자적으로 구축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이 초거대 AI를 활용해 무언가 시도는 해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경쟁력을 높이는데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이용주 ETRI 시각지능연구실장은 “이번 사업은 공익적인 목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완전히 무료로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대기업이 개발한 일반적인 초거대 AI 모델보다는 규모면에서 작지만, 이는 최근 연구 트렌드가 덩치를 무조건 키우기보다 구조를 효율적으로 개선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
- 박설민 기자 ainew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