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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리즘 김상균 칼럼] 메타버스 시대, 방송은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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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2.09.06 10:04
  • 메타리즘 김상균 칼럼
    ▲ 메타리즘 김상균 칼럼

    메타버스가 점점 더 고도화되는 상황에서 방송의 위상은 어떻게 바뀔까? 크게 네 가지 현상을 예상한다. 

    첫째, 안 다루는 주제가 없다. 다루는 주제가 다양하게 분화되는 현상이다. 근래 들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해서 드라마를 만들어서 공유하는 문화가 급속히 퍼지고 있다. ‘요즘 중고딩 여자일진 패션유형에 대해 알아보자’라는 숏폼 드라마는 업로드 두 달 만에 조회수가 200만 회를 넘겼다. 실제 시청자 수를 놓고 보면, 어지간한 방송국 프로그램 못지않은 인기이다. 메타버스에서 만들어진 숏폼 콘텐츠 형태의 드라마를 즐기는 이들은 이렇게 얘기한다.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다뤄서 좋다. 너무 진지하지 않고 가벼워서 좋다. 신기한 주제가 많아서 좋다.’ 다양한 집단을 안고 가기 위해 방송은 현재보다 모든 주제를 더 폭넓게 다루는 방향으로 진화하리라 예상한다.

    둘째, 메타버스에서 제작한다. 제작과 송출 환경이 모두 대중화된다. 메타버스 플랫폼 자체가 방송국 세트가 되고, 메타버스 속 아바타가 연기자가 되는 현상이 더 가속화된다. 물론, 기획, 대본, 카메라 연출, 편집 등 다양한 전문성이 여전히 중요하겠으나, 물리적 인프라를 메타버스로 대체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방송에 대한 진입장벽이 거의 붕괴하는 수준의 충격이 나타날 것이다. 

    셋째, 모두 다르게 소비한다. 방송 콘텐츠가 하나의 고정된 결과물로 개인에게 전달되지 않고, 소비자의 취향과 특성에 따라 다르게 즐기게 된다. 예를 들어, 추리물에서 주인공이 찾아야 하는 단서가 있다. 이 경우 극에 등장하는 공간, 세트를 메타버스에 올려놓고 시청자가 조력자로 참여해서 함께 단서를 찾도록 유도할 수 있다. 물론, 이런 메타버스 세트 내부에 다양한 PPL 광고를 넣을 수 있다. 하나의 콘텐츠를 시청자마다 다른 흐름으로 소비하는 시대, 하나의 콘텐츠를 현실과 메타버스를 넘나들며 소비하는 시대가 된다.

    넷째, 2차 창작 전성시대가 된다. 한 종류의 방송 콘텐츠가 여러 메타버스에서 추가 가공되며 다양하게 확장된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로블록스에서 다양한 게임으로 가공되어 사용되는 상황이 이미 나타났다. 로블록스에서 콘텐츠를 창작하는 공개 도구인 로블록스 스튜디오에 들어가면, 이미 다양한 <오징어게임> 아이템들이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 이런 아이템에 미래에는 방송사가 PPL을 넣을 수도 있다. <오징어게임> 침대 세트장에 보이는 수많은 침대에 특정 가구브랜드의 로고가 들어가는 상황이다. 드라마, 영화, 예능 프로그램들이 메타버스 플랫폼 내에서 손쉽게 짜깁기되어서 2차 창작물로 재탄생하는 상황은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런 확장과 재탄생을 통해 원천 콘텐츠의 가치도 올라간다. 앞으로는 하나의 방송 콘텐츠를 제작할 때, 그 콘텐츠가 어떤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어떤 형태로 재창조될 수 있을지를 미리 염두에 두어야 한다.

    이번 글에서 필자가 설명한 네 가지 변화, 어떤 이는 이미 마주한 현재의 모습이라 인식했을 것이고, 어떤 이는 미래에도 그렇게 되지는 않으리라 부정했을 것이다. 확실한 것은 방송국의 권력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변화를 부정하기보다는 변화를 리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상균 교수] 김상균 교수는 메타버스 분야 학문적 권위자로 연세대학교 대학원 인지과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한 인지과학자다. 다수의 대학, 기업, 공공기관에서 로보틱스, 산업공학, 인지과학, 교육공학 등 메타버스 관련 프로젝트 및 자문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메타버스 아바타 기업 갤럭시코퍼레이션의 사외이사로 메타버스 전문 미디어 '메타플래닛', '메타리즘'에서 전문가 칼럼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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