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인터뷰] 짧은 대사에 긴 밤 지새우는…유해진

기사입력 2022.09.03.00:01
  • 영화 '공조2'에서 강진태 역을 맡은 배우 유해진 / 사진 : CJ ENM 제공
    ▲ 영화 '공조2'에서 강진태 역을 맡은 배우 유해진 / 사진 : CJ ENM 제공

    배우 유해진이 나온다. 일단 관객들은 기대한다. 영화 '타짜'의 고광렬, 영화 '전우치'의 초랭이,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철봉이, 그리고 '공조' 시리즈의 강진태 등 무수한 작품을 통해 맛봤던 '유해진표 말맛'은 사실 한 번 맛보면 잊기 힘든 맛이기 때문이다. 유해진만이 낼 수 있는, 원조의 맛. 매 작품 다른 캐릭터를, 심지어 영화 '승리호'에서는 로봇까지도 유해진은 자신만의 체형에 꼭 맞게 그 '원조 말맛'을 만들어낸다. 오는 9월 7일 개봉 예정인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에서도 명불허전 그 맛은 이어진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이하 '공조2')는 글로벌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다시 만난 북한 형사 ‘림철령’(현빈)과 남한 형사 ‘강진태’(유해진), 여기에 뉴페이스 해외파 FBI ‘잭’(다니엘 헤니)까지, 각자의 목적으로 뭉친 형사들의 예측불허 삼각 공조 수사를 그린 영화다. 유해진은 '공조'에 이어 강진태 역을 맡았다. 범인을 검거하는 형사로서도 활약하지만, 아내의 한마디를 더욱 무서워할 줄 아는 남편이고, 기껏 손에 넣은 위조지폐 동판을 바다에 던져버리는 인간미 넘치는 인물이다. 림철령은 '공조2'에서 아내를 잃은 복수심에서 자유로워진 모습이라는 변화의 지점이 있지만, 진태에게는 딸의 성장 외에는 큰 변화가 없다. 그는 진태의 역할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 영화 '공조2' 스틸컷 / 사진 : CJ ENM 제공
    ▲ 영화 '공조2' 스틸컷 / 사진 : CJ ENM 제공

    "진태에게 주어진 역할은 1편에 이어지는 2편의 연속성인 것 같아요. 1편을 좋아한 관객들이 2편에서 '아, 우리의 소소한 모습이 담겨있는 강진태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지점이죠. 낯설지 않게 만드는 것이 강진태의 역할 같았어요. 잭(다니엘 헤니), 장명준(진선규) 등이 새롭게 합류했잖아요. 그쪽에 포커스가 가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했고요. 제 몫은 연장선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지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진태가 아마 '공조'에서 동판을 바다에 버리지 않았으면, '공조2'가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공조2' 찍으려고 버린 것 같아요." (웃음)

    연장선이라는 겸손한 표현을 했지만, 현빈은 앞선 인터뷰에서 "완성본에서 편집된 부분도 좀 있지만, (유)해진이 형의 액션 비중도 커졌어요"라고 말할 정도로 진태의 액션 비중도, 강도도 커졌다. 특히, '공조2'의 초반 진태가 범인 검거를 위해 도망치는 차량에 매달려 이동하는 장면은 아찔함을 더했다. 이에 유해진은 "감독님께서 저를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저의 액션 능력을 인정해주신 것 같습니다"라고 웃으며 답변을 이어갔다.

    "그때는 몰랐는데, 차에 매달려 가는 장면을 밤새 찍었거든요. 차 보닛에도 있다가 위로도 갔다가 하느라고 어깨가 좀 (아팠습니다). 와이어를 달고 연기한다고 하더라도 움직임이 있고, 제 체중을 실고 하다 보니까요. 후유증이 있더라고요. 위험천만한 건, 그때 말고는 없었던 것 같아요."

  • 영화 '공조2' 스틸컷 / 사진 : CJ ENM 제공
    ▲ 영화 '공조2' 스틸컷 / 사진 : CJ ENM 제공

    '공조'가 2017년에 개봉했으니, 현빈과는 약 5년 만에 작품으로 만난 셈이다. 유해진은 "실제로도 재미있어졌어요"라며 현빈과 다시 만난 소감을 전했다.

    "1편 때는 현빈이라는 배우? 그 배우와 한다는 느낌이 강했다면, '공조2'에서는 '음~ 빈이랑 하는구나'라는 느낌이었다는 게 가장 적절한 표현 같아요. 자주는 아니었지만, 중간중간 만나서 운동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래서인지 호들갑스럽게 반가운 게 아니라, 아무렇지도 않게 반가운 거 있잖아요. 편안한 반가움이었던 것 같아요."

    "진태가 철령에게 '재밌어졌어'라고 하는 장면이 있거든요. 실제로 현빈 씨도 그래요. 그래서 그 대사가 편안하게 나온 것 같아요. 서로의 관계가 편해져서 그런 것도 있고요. 세월이 가면서 현빈 씨도 사람으로 나이를 먹으며, 여유로움이 느껴지더라고요. 그런 이유 때문일까요? 일상생활에서도 솔직하게 정말 더 재미있어졌어요."

  • 영화 '공조2' 스틸컷 / 사진 : CJ ENM 제공
    ▲ 영화 '공조2' 스틸컷 / 사진 : CJ ENM 제공

    진태가 연결선인 것은 '공조' 1편과 2편만은 아니다. 진태는 대립하는 철령(현빈)과 잭(다니엘 헤니)의 연결선이기도 하고, 장르적으로는 액션과 코믹의 연결선이기도 하다. 관객들은 그에게 아주 오랜 시간 단단하게 쌓아온 신뢰로, 웃음을 기대한다.

    "코믹적인 요소에서 재미도 늘 생각은 하는데요. 영화 속에서 전체적인 역할도 고민해요. 그래서 어떤 건 '하지 말 걸 그랬나?'라고 생각하기도 하죠. 그런데 이석훈 감독님이 알고 계세요.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때도 철봉이가 바다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도 웃기려고 한 게 아니거든요. 정말 바다에 대해 설득하고 싶고, 왜 고래를 몰라주는지 그 상황 속에서 절박함이 담긴 거거든요. 웃음은 상황에 있었어요. 그 점을 이석훈 감독님께서 공감해주셨어요."

    앞선 인터뷰에서 김태리는 '애드리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유해진 선배님에게서 제가 나아갈 방향을 찾았어요"라고 밝혔다. 김태리에 따르면 유해진의 애드리브는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든 장면이 아니라 몇 날 며칠을 고심하고 고민해서 만든 뒤, 모두에게 상의한 애드리브라는 것이다. 관객이 '피식' 혹은 '하하' 웃게 되는 그 순간을 위해 유해진은 사실 밤을 지새웠다.

  • 영화 '공조2'에서 강진태 역을 맡은 배우 유해진 / 사진 : CJ ENM 제공
    ▲ 영화 '공조2'에서 강진태 역을 맡은 배우 유해진 / 사진 : CJ ENM 제공

    "영화 '승리호' 때 술을 마시면서 그런 얘기를 했었어요. 사실 애드리브는 저 혼자만 하는 게 아니거든요. 영화의 한 장면 속에는 저도 있지만, 상대 배우도 있잖아요. 그리고 연출하는 감독님의 생각도 있죠. 그 순간 생각난다고 바로 하기보다, 저는 사전에 많이 고민해서 촬영 전에 감독님과 함께하는 배우들에게 이야기를 해요. 극이 더 잘 흘러갈 수 있게, 목적지까지 가는데 좀 더 수월하게 해주는 윤활유 같은 것이 애드리브라고 생각해요. 현장에서 이야기한 게 사실 전날 밤새워 생각한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도 그 애드리브가 제 생각대로 윤활유의 효과가 있을 때, 원래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관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게 저의 목적인 것 같아요."

    '승리호' 때는 로봇 업동이의 목소리 연기를 맡았지만, 현장에 나가서 배우들과 호흡했다. 정말 업동이가 있는 것처럼 대사를 주고받았다. 그리고 작품에 임하면 밤새 고민해서 애드리브를 완성한다. 이토록 뜨겁게 현장에 임하는 이유가 있을까.

    "어떨 때는 영화 현장이 제일 행복할 때가 있어요. 좋은 작품, 잘 맞는 스태프와 동료 배우들 등 여러 궁합이 잘 맞는 현장에서 모니터를 함께 보고 있는데, 또 날까지 좋아요. 그러면 그때 '참 행복하구나'라고 생각해요. 적당한 일을 한다는 건 참 좋은 거잖아요. 어떤 작품이든지, 좋은, 즐거운 현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영화 '공조2'에서 강진태 역을 맡은 배우 유해진 / 사진 : CJ ENM 제공
    ▲ 영화 '공조2'에서 강진태 역을 맡은 배우 유해진 / 사진 : CJ ENM 제공

    그런 그가 영화로 관객과 만난다. '승리호'는 넷플릭스에서 공개됐으니, '봉오동전투'(2019) 이후 약 3년 만의 만남이다. 남다른 소감을 전한다.

    "개봉을 앞두고 두 개의 상영관에서 무대인사를 했는데요. 객석에 가득 관객이 계시더라고요. 진짜 감동이 '샥' 오더라고요. 사람이 없어 봐야 소중함을 느끼듯이, 이번에 코로나가 인터미션 같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되돌아보고, 극에 대해 정비도 하고요. 그래서 더욱더 감동이었습니다."

    그렇다면 '공조2'의 관객수에 대한 기대감도 있을까. 영화 '공조'가 781만 명이라는 높은 관객을 기록한 바 있으니, 그 부담도, 기대감도 더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저는 사실 스코어 기대치를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어요. 많이 봐주시길 바라지만, 영화를 스코어로 말하는 게 좀 그런 것 같아서요. 늘 하는 이야기이고, 생각하는 지점이지만, 같이 고생한 분들이 조금의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정도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관객들이 편안하게 재미있게 봤다고 하시면 좋겠어요. '너무 웃다가 끝난 거 아냐?', '그거면 됐지 뭘!' 이런 반응이면 좋겠어요. 그 정도로 관객들에게 피로회복제 같은 영화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