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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빛만 골라서 반사하는 거울 기술이 개발됐다. 포스텍(포항공대)은 이기라 화학공학과 교수팀이 권석준, 유필진 성균관대 교수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초고굴절률 메타물질을 개발, 고분자를 결합한 반사경을 제작했다고 29일 밝혔다.
메타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지 않는 특성을 구현하기 위해 빛의 파장보다 매우 작은 크기로 만든 금속이나 유전물질로 설계된 신소재다. 자연적인 물질의 배열과 구조를 인공적으로 바꿔 빛이나 음파를 특이하게 반사 또는 굴절시킬 수 있다.
이 물질은 음(-)의 골절률이나 초고굴절률을 가지도록 설계해 고해상도 홀로그램, 고성능 렌즈, 소형 안테나 제작 뿐 아니라 반도체 초미세공정, 디스플레이 공정 등에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굴절률이 높은 메타물질은 설계부터 제작까지 어려움이 있어 상용화까지 진척되진 못했다.
이기라 포스텍 연구팀은 동그란 금 나노 입자를 조립해 1나노미터(nm, 10억 분의 1m) 간격으로 균일하게 배열된 메타물질을 개발했다. 입사하는 빛과의 상호작용이 극대화된 이 물질은 가시광선·근적외선 영역에서 높은 수준의 굴절률을 기록했다. 근적외선 영역에서 굴절률은 7.8이었다.
연구팀은 이 물질과 굴절률이 낮은 고분자층을 쌓아 만든 반사경(distributed Bragg reflector, DBR)이 특정 파장을 강하게 반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극도로 높은 굴절률을 설명할 수 있는 플라스모닉 퍼콜레이션 모델(plasmonic percolation model) 이론을 세웠다.
포스텍 측은 기존 연구에서 설명할 수 없었던 메타물질의 초고굴절률을 이론적으로 설명함으로써 향후 관련 연구 분야의 발전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관계자는 “이번 연구는 정밀한 반도체 공정이나 고해상도 디스플레이 기술 등에 활용할 수 있다”며 “이번 연구성과에 학계와 산업계의 관심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Advanced Materials)’에 게재됐다.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 김동원 기자 thea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