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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다가도 메모"…이정재, 7편의 작품을 하는 동안 '헌트'를 붙잡은 이유

기사입력 2022.08.13.00:01
  • 영화 '헌트'의 연출과 '박평호' 역을 맡은 배우이자 감독 이정재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영화 '헌트'의 연출과 '박평호' 역을 맡은 배우이자 감독 이정재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어느 정도까지 만족도가 있는 영화로 만들어질지는 사실상 시작 단계에서는 가늠할 수 없지만, 시도는 해볼 만한 프로젝트가 아니냐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어요."

    배우 이정재는 영화 '헌트'를 7년 동안이나 붙잡고 있었다. 시나리오 초고를 받고, 여러 감독에게 제안했다. 하지만 거절당했다. 그래서 스스로 시나리오를 고쳐서 써보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시나리오가 완성이 됐다. 그리고 다시 고쳐 썼다. 막다른 길이라고 생각했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벽을 뚫고 나섰다. 제작사 사나이 픽쳐스의 한재덕 대표는 "이 정도 썼으면, 연출을 하는 것도 좋겠다"라고 제안했다. 배우 이정재가 용기를 내서 '감독 이정재'가 된 순간이었다.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다. 이정재 감독은 '이게 왜 다들 안 된다고만 하지?'라는 질문에서 '헌트'를 시작했다.

  • 영화 '헌트'의 연출과 '박평호' 역을 맡은 배우이자 감독 이정재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영화 '헌트'의 연출과 '박평호' 역을 맡은 배우이자 감독 이정재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제가 예전에는 글쓰기라는 걸 해본 적이 없었는데요. 다른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캐릭터 빌드업을 해나가는 글쓰기 작업을 하다 보면 제 연기 생활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냐라는 생각도 했고요. 작업을 해나가면서 마치 퍼즐 맞추기나 게임 같았어요. 그렇지만,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더 많았죠." (웃음)

    이정재 감독은 7 작품을 하는 동안 '헌트'를 놓지 않았다. 촬영 현장에서는 글을 쓰고 있다고 이야기를 할 수도 없었다. 이정재는 "알리면 알릴수록 '어떻게 되고 있어?'라고 하면 '쓰다 말았다'라고 할 수가 없잖아요"라고 웃으며 답변을 이어갔다.

    "막다른 길에 계속 부딪혔어요. 첫 번째는 스파이 장르물이라는 특색을 살리고 싶었는데요. 시나리오를 처음 써보는 입장에서 직조된 듯 치밀하게 써 내려가기가 너무 어렵더라고요. 자료 조사를 하는 데도 시간이 많이 걸렸고요. 조사된 자료가 사실인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친 건 아닌지 등의 팩트체크를 하는데도 시간이 걸렸고요. 반전에 반전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기다 보니, '이정도로는 안 되는데, 더 끌어올려야 하는데'라고 스스로 검열하기 시작했고요."

  • 영화 '헌트' 스틸컷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영화 '헌트' 스틸컷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80년대를 배경으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있었어요. 섣불리 이 이야기를 영화화했을 때 저에게 올 비난이 제 연기 생활에도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라는 두려움은 진짜 상상도 못 할 겁니다. 잠을 잘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꿈에서라도 해결이 되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잠들었고, 실제 자다가 깨어서 메모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어요. 그런데도 80년대를 주제로 한 이유는 약 4~5년쯤 전, 국민들이 양극화된 모습을 보면서였어요. 누가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질문을 하게 됐어요. 그러다 정보를 가공하고, 공유하지 않은 시대, 80년대를 선택하게 됐고요. 평호와 정도의 목표가 더 강화돼 보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헌트'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적인 무대에서 남우주연상을 받기도 한 배우 이정재의 첫 번째 연출작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영화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이정재와 정우성이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작품이라는 의미도 크다. 두 사람은 일명 '청담 부부'로 불리며 영화계 대표 절친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정우성의 캐스팅은 쉽지 않았다. 무려 세 번의 거절 끝에 이루어진 결과였다.

    "제가 사고초려를 한 건 사실입니다. 굳이 이 이야기를 공개한 건, 저희가 아무리 친해도 사심으로 누군가를 도와주고 일을 하는 사이는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 4년 동안 1년에 한 번씩 거절당했습니다. 거절의 이유가 분명히 있었어요. 사실 '태양은 없다' 이후 둘이 언제 한 작품에 나오냐는 질문을 관객과 동료들에게 많이 들어왔거든요. 그래서 저희 둘이 한 작품에 나오면 흥행성으로도 작품성으로도 인정을 받아야한다는 중압감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처음 연출하는 작품에서 연기도 하면서, 거기에 우리가 함께 등장한다는 압박감까지 뛰어넘어야 한다는 점을 누구보다 정우성 씨가 잘 알고 있었어요. 둘 중 하나에만 집중하는 게 어떻겠냐고 의견을 줬었습니다."

  • 영화 '헌트' 스틸컷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영화 '헌트' 스틸컷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정우성과 이정재가 초반부터 날을 세우고, 대립각을 강하게 내보이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대중들이 가진 '청담동 부부' 이미지에서도 벗어날 것 같고요. 깨알 디테일이지만, 타이틀인 'HUNT'에서 뒤집어진 'N'자가 등장할 때도 11로 등장한 후에 가운데 획이 지나가거든요. 그 획의 하나는 평호, 하나는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영화는 계속해서 상승곡선으로 갈 거라는 의미를 주기 위해 'N'을 뒤집어서 썼어요. 이런 암시도 내포하고 있죠."

    실제로 '헌트'에 사용된 총기 탄수는 전쟁 영화 수준의 10,000발이 사용됐다. 손에 땀을 쥐는 흥미진진한 액션 시퀀스는 '헌트'를 보는 이들의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이정재 감독은 액션 장면을 연출하면서 가장 중점에 둔 부분을 "박력"이라고 말했다.

    "액션이 잘 담긴 영화를 볼 때, 박력 있고 임팩트가 강한 작품이 개인적으로 흥미롭게 다가왔거든요. 길지 않으면서도 아이디어가 돋보이고, 어떤 때는 파워풀한 면이 돋보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헌트'에서도 구분 지어 가면서 촬영했어요. 상영시간 동안 액션 장면을 어디에 배치할지 액션의 강도와 플롯의 구조가 상승하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생각하며 시나리오 작업에서도 설정했죠."

  • 영화 '헌트'의 연출과 '박평호' 역을 맡은 배우이자 감독 이정재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 영화 '헌트'의 연출과 '박평호' 역을 맡은 배우이자 감독 이정재 / 사진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그렇다면, 감독 이정재가 보기에 배우 이정재는 어떨까.

    "저는 그냥 연기하고 싶어요. (웃음) 연기를 더 잘하고 싶어요. 마음을 잡고 연출에 흥미를 느낀다면, 연출이 더 어렵게 느껴질텐데요. 저에겐 아직 연기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현장의 상황에서도 영향을 많이 받고요. 연출은 연출대로 어렵죠. 많은 걸 선택하고 준비해야 하니까요. 그런데 연기가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말씀드린 건, 배우로 오랜 시간 임해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배우 이정재에게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는 특별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공개가 된 후, 가장 큰 흥행성적을 거두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흥행한 넷플릭스 시리즈가 됐고, 전 세계 영화제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들어 올리기도 했다. 그 와중에 감독으로까지 작품을 내놓게 되었으니, 이정재에게 그 시간은 어떻게 다가올까. 이정재는 그 영광에 자신만을 넣어두지 않는다.

    "믿을 수 없는 일이죠. '오징어 게임'이 해외에서 이렇게 성공할 줄은 정말 그 누구도 몰랐어요. 황동혁 감독님께서는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외국 사람들도 즐겨볼 수 있는 무언가를 담으려고 하셨다는데요. 배우 입장에서는 다른 것 같아요. 한국어로 연기를 하는데, 얼마만큼 해외에 그 의미가 전달될까 하는 고민이 있었거든요. 그 장벽을 뛰어넘게 한 것이 시나리오와 황동혁 감독님의 연출력이라고 생각했어요. 해외에서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시리즈를 계획한 시작부터 훌륭한 것 같아요. 해외에서 노미네이트 되고 수상도 하게 되는 이런 결과가 한국 콘텐츠의 발전에 중요한 시기를 만들어준 것 같아요. 저와 동료들이 이 과정에 함께하고 있다는 것이 놀라운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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