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토리노에 이어 역대 최대 규모로 한국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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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바퀴와 같습니다. 한번 올라서면, 끝까지 가야해요.
그리고 끝에 다다랐을 땐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줘야 하죠”불운한 삶을 살았지만, 자유로웠떤 영혼을 지닌 비비안 마이어는 이렇게 말했다. 평생을 무명으로 보냈지만, 20세기 사진사의 여정을 함축한 거장과 예술사진의 반열에 오른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전이 이달 4일부터 서울 그라운드시소 성수에서 개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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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진전은 구찌, 생 로랑, 보테가 베네타, 발렌시아가 등 글로벌 럭셔리 그룹 케어링이 문화예술계에 기여한 여성을 조명하는 ‘우먼 인 모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후원하고 있다. 케어링은 그동안 세계 곳곳에서 개최된 비비안 마이어 사진전을 후원해왔다. 사진전은 지난해 9월 프랑스 파리 뤽상부르 뮤지엄, 올해 2월 이탈리아 토리노 왕립박물관에서 개최된 바 있다.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은 그가 세상을 떠난 후 21세기에 발견되어 뒤늦게 많은 이들에게 일상의 잔잔한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이번 사진전에서 비비안 마이어의 작품과 미학의 복합성 및 다양성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20세기 중반 프랑스 휴머니즘 사진과 미국의 거리 사진의 시각적 전통이 교차하고 있어 특별하다.
앤 모렝 디크로마 포토그래피 디렉터는 “비비안 마이어의 이름과 역사에 자리 잡기 위한 시간이 10년이 걸렸다. 이번 전시회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작가를 조명할 수 있어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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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의 작품은 최근 정체성의 위기를 겪으면서 주목받고 있다. 앤 모렝 디크로마 포토그래피 디렉터는 “요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셀카를 많이 찍는다. 비비안 마이어는 이미 60년 전에 정체성을 고민했던 작가였고, 그녀의 자화상을 통해 알 수 있다. 오늘 날의 현상과 맞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진전은 1950년 초반부터 1990년 초까지 비비안 마이어의 삶과 작품 전반을 아우르는 전시다. 거리의 풍경과 인물 사진, 형태와 컬러, 자화상 사진 등 다양한 작품들을 담고 있다.
비비안 마이어 인생 자체였던 아이들과의 시간을 담은 사진부터 도시와 현실을 응시하는 냉철하고 분석적인 관찰자의 시선과 감성적이고 향수가 배어있는 사진 등 다양한 그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시의 마지막은 비비안 마이어의 시선을 따라가는 세션이다. 오롯이 한 공간과 시산 속에서 사물이 고요히 응시하는 사진가의 시선을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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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자화상은 그녀를 존재하게 하는 중요한 테마다. 주제와 방식에서 그녀의 삶과 공진하고, 삶의 시기별로 자신의 심리가 반영되어 있다. 앤 모렝 디크로마 포토그래피 디렉터는 “비비안 마이어 작품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세션은 자화상 사진들이다. 본인의 삶이 없었던 그녀가 자화상 사진을 찍는데 있어서 굉장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볼 수 있다. 특히, 그림자를 찍어 본인인 것을 알 수 없는 그림자에서부터 거울 앞에 서서 본인의 신체 일부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앤 모렝 디크로마 포토그래피 디렉터는 “새롭게 선보이는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 관객들이 세계 수많은 재능 있는 여성 아티스트들의 작품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티에리 마티 케어링 아태지역 북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대표는 “2015년 시작한 ‘우먼 인 모션’ 프로그램은 영화부터 음악, 무용, 미술, 사진 등 다양한 분야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문화예술계 융성에 기여한 여성을 조명하기 위한 노력을 이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비비안 마이어의 전시는 11월13일까지 서울 성수동 그라운드시소에서 열린다.
- 김경희 기자 lululal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