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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 주지훈, 김남길, 정만식 등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도 두 사람의 만남에 먼저 연락했다. 이정재와 정우성은 그렇게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가장 멋있게 조우했다. 영화 '헌트'를 통해서다.
27일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영화 '헌트'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이정재 감독을 비롯해 정우성, 전혜진, 허성태, 고윤정이 참석했다.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 ‘박평호’(이정재)와 ‘김정도'(정우성)가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거대한 사건과 직면하며 펼쳐지는 첩보 액션 드라마.
이정재는 자신의 첫 연출작에서 1980년대를 배경으로 가슴 아픈 현대사를 아우르며 스파이, 서스펜스, 액션의 장르가 어우러진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그는 "주제가 영화에 무게감을 주는 것에 대해 그런 것들이 부담스러워서 제 영화에서는 그런 모습이 잘 안 보였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이었다"라고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우리가 믿고있는 신념에 대해 한 번쯤은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시대 배경과 각 캐릭터의 딜레마에서 살짝 보여주는 정도로만 표현했다"라고 '헌트'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에 대해 밝혔다. -
이정재는 연출과 동시에 안기부 해외팀 차장 ‘박평호’ 역을 맡았다. 그는 감독과 주연배우로 현장에 있었던 순간에 대해 "체력이 떨어져 가는 게 느껴졌다"라며 웃음 지었다. 그는 "첫 촬영 의상과 마지막 촬영 의상 사이즈가 다르더라. 할 일이 많다보니 살이 많이 빠졌다. 그래도 동료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잘 챙겨주시기도 하고, 제가 지고 갈 짐같은 것들도 함께 지고 가는 동료애를 많이 느꼈던 현장이었다. 큰 무리 없이 촬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라며 '헌트'를 통해 배우로서도 감독으로서도 모두 함께한 동료들 덕에 행복했음을 전했다.
정우성은 안기부 국내팀 차장 ‘김정도’ 역을 맡았다. 그는 '헌트'에 대해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업"이라고 애정을 전했다. 이어 "김정도가 가진 비밀이 죄책감일 수도, 책임감일 수도 있다. 그 신념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옷매무새나 외형을 깔끔하게 하려고 신경을 썼다. 박평호(이정재) 차장과의 대립선에서 날 선 긴장감을 좀 신경 쓰려고 노력했다"라고 캐릭터에 중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전혜진은 안기부 해외팀 에이스 ‘방주경’ 역을 맡아 이정재와 호흡한다. 그는 "영화를 보고 나니, 무리의 남자들 가운데에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박평호가 오른팔로 삼을 만큼 유연하게 일 처리를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정보 전달 부분에서 명확한 부분이 있어야 해서 또 다른 유연함을 가지기 위해 수위 조절을 상의한 것 같다"라고 고민의 지점을 전했다. -
허성태는 안기부 국내팀 요원 ‘장철성’ 역을 맡아 정우성과 호흡한다. 또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에서 함께했던 이정재와 감독과 배우로 재회했다. 허성태는 "오늘 이정재에게 최고로 많이 놀랐다. 글로 본 장면을 확인하는 날이었다. 글로 보고 '이걸 어떻게 다 찍으실 건가요?'라고 물었었다. 제가 없던 현장을 눈으로 봐서, 어떻게 연기를 하면서 연출을 하셨는지 그 부분에 가장 놀랐다"라고 이정재 감독에게 감탄했다. 이정재 역시 "'오징어 게임' 때 황동혁 감독님의 한 마디에 20kg를 증량한 허성태를 보며 열심히 하는 배우라고 느꼈다"라며 "동료로서 아주 즐거운 친구"라고 더욱더 깊어진 애정을 전했다.
고윤정은 스파이 색출 작전에 휘말리는 대학생 ‘조유정’ 역을 맡았다. 넷플릭스 시리즈 '스위트홈'에서 강한 인상을 남긴 그는 영화 '헌트'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하게 됐다. 그는 "영화 촬영하기 두 달 전부터 감독님과 대본 보고 대화했다. 2주에 한 번씩 꼭 통화라도 하면서 대화를 많이 나눴다. 캐릭터 구축에 대한 조언도 많이 듣고, 연습과 준비를 많이 했다"라고 이정재 감독에 대한 신뢰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헌트'에는 황정민, 주지훈, 김남길, 정만식, 유재명, 조우진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얼굴이 눈에 띈다. 이들은 적재적소에 등장해 '헌트'를 보는 즐거움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이정재 감독은 "정우성과 제가 영화 작업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동료, 선배, 후배 배우들이 작은 역할이라도 도움을 주겠다는 연락을 먼저 해주셨다. 제작사 사나이 픽쳐스와 정우성과의 친분도 두터운 여러 배우도 참여하게 됐다. 그러면서 영화의 흐름에 해가 될까 고민이 더 많아지게 됐다"라며 "제작사 대표님이 '다 나올 방법을 만들어달라, 누구는 나오고 누구는 안 나오면 서운하다'라고 하셔서 한 번에 나오고 한 번에 사라지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극의 반전을 하게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해주신 두 선배님께도 감사드린다. 연습을 본인이 주연인 영화만큼 연습을 해오셨더라. 현장에서 연습해 온 모습이 드러나 보이는 연기를 펼쳐내 주셔서 현장에서 너무 즐거웠고, 영상에도 잘 찍힌 것 같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절친한 배우 사이인 이정재와 정우성은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한 작품에서 만나게 됐다. 여러 동료 배우들 역시 관심을 가졌던 현장이다. 이에 정우성은 "23년 만에 같이 한다는 것에 대해 개인적인 의미가 크지만 그게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됐다. 같이 촬영장에 있을 때마다 '영화인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우리가 참 잘 걸어왔구나'라고 생각했다"라고 소감을 밝혔으며, 이정재는 "사실 '태양은 없다' 때나 지금이나 영화에 대한 열정의 온도는 같은 것 같다"라며 "조금 더 책임감이나 자세가 조금 더 진중해진 것 같다"라고 달라진 점에 대해 밝혔다.
한편, 이정재와 정우성의 만남뿐만 아니라 80년대를 배경으로 가슴 아픈 현대사를 관통하는 이야기는 남다른 총기 액션, 서스펜스, 스파이 극으로 몰입감을 더한다. 오는 8월 10일 개봉.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