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종합] 왜 우영우 김밥만 세로로? 유인식 감독X문지원 작가가 답한다

기사입력 2022.07.26.16:32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연출한 문지원 작가, 유인식 감독(왼쪽부터) / 사진 : 채널 ENA 제공
    ▲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연출한 문지원 작가, 유인식 감독(왼쪽부터) / 사진 : 채널 ENA 제공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참 독특한 드라마다. 0.9%의 시청률(닐슨코리아 기준)로 시작한 드라마는 이제 13.1%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넷플릭스 비영어권 TV 시리즈 중 전 세계 시청 시간 1위에 올랐다. 따뜻한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마음에 다가섰고, 꽃밭을 기대했던 제작진은 들판에 가득 핀 꽃을 마주하게 됐다.

    26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 호텔 코리아에서 ENA채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기자간담회가 진행돼 유인식 감독, 문지원 작가가 참석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우영우(박은빈)가 대형 로펌 한바다에 신입 변호사로 취직하며 시니어 변호사 정명석(강기영), 동료 변호사 최수연(하윤경), 권민우(주종혁), 송무팀 이준호(강태오) 등과 함께 의뢰받은 사건을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기자간담회에서 전해진 이야기 중 캐릭터와 작품에 관한 이야기만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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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채널 ENA 제공

    Q.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이상한'의 의미가 있을까.

    문지원 작가
    "이상하다는 단어가 저는 우영우라는 캐릭터를 설명하는데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이상한 것은 낯설고 이질적이고 무섭기도 하고 부정적인 의미도 있다. 동시에 이상하기에 할 수 있는 창의적 생각도 있다. 우리 사회를 더 좋은 사회로 만드는 힘이 이상함에 있다고 생각했다."

    Q. 문지원 작가는 영화 '증인'의 작가이기도 했다. '증인'에서 지우의 대사 중 '변호사는 되지 못했지만, 증인은 될 수 없을 거야'라는 대사가 있는데, 지우(김향기)와 영우(박은빈)가 연결되는 지점이 있을까.

    문지원 작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시작은 3년 전 어느 날, 제작사 에이스토리의 PD님들이 찾아오셨을 때였다. 그때 PD님들이 '영화 '증인'을 잘 봤다. 지우가 성인이 될 때 변호사가 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냐, 그 이야기를 16부작 드라마로 만들면 재밌겠냐?'라고 물으셨다. 그래서 저는 '재밌을 것 같고, 제가 잘 쓸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상한 이야기지만, 작품이 태어나면 그 속의 인물들은 평행 우주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영우는 영화 '증인'을 보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지만, '증인' 속 지우는 분명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본방사수할 것 같다. 지우는 영우의 말투를 복사한 것처럼 따라 해도 유일하게 비난받지 않을 수 있는 사람같다. 그런 생각을 하면 기분이 좋다. 그 친구는 그 친구대로, 우영우는 우영우대로 살고 있다고 혼자 정리하고 있다."

    Q. 우영우(박은빈)의 가장 친한 친구가 동그라미(주현영)인 이유가 자폐 스펙트럼과 관련이 있을까.

    문지원 작가
    "그렇지는 않다. 자폐인들이 동그라미를 선호해서 베스트 프렌드의 이름을 그렇게 지은 건 아니다. 동그라미는 영우의 가장 친한 친구이면서 영우보다 이상한 면이 있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한 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개성 넘치는 이름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여러 후보를 놓고 고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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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채널 ENA 제공

    Q. 우영우는 아버지가 싼 '우영우 김밥'은 세로로, 다른 김밥은 가로로 먹는다. 박은빈의 의견이 반영된 결과물인가?

    유인식 감독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도 의도한 건 아니다. 박은빈이 김밥을 먹는 장면이 많다. 먹는 장면이라, 먹으면서 연기를 한다. 일부러 점심을 굶고 와서 먹으면서 연기도 한다. 장면에 따라 많이 먹기도 한다. 우영우김밥 같은 경우는 조금 얇게 썰어서 자주 먹게 해놓았다. 그러다보니 가볍게 세워서 먹기 좋았던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구내식당 등 스타일이 다른 김밥은 두께감이 달라서 집어 먹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현장에서 박은빈의 아이디어가 가미되지 않은 장면이 없다 싶을 정도다. 저는 현장에서 영우가 어떻게 연기하는지를 '1번 본다, 2번 감탄한다, 3번 찍는다'의 수준인 것 같다." (웃음)

    Q. 우영우가 판타지가 아니라, 정명석(강기영)이 판타지라는 말이 있다. 어떻게 캐릭터를 그렸나.

    문지원 작가
    "정명석 캐릭터에는 제가 생각하는 40대 초반의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멋짐을 많이 넣었다. '40대 초반에는 이것이 멋있지'라는 점을 많이 넣었다. 명석이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을 생각하면 우영우의 들러리처럼 느껴질까봐 고민했다. 사건도 부각해야해서 짧은 시간에서도 반짝반짝 캐릭터들이 느껴지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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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채널 ENA 제공

    Q. 이준호(강태오), 최수연(하윤경), 권민우(주종혁) 등에게 듬뿍 넣어주고 싶었던 특별한 지점도 있었나.

    문지원 작가
    "이준호(강태오)는 감독님이랑 고민을 가장 많이 한 캐릭터였다. 영우 옆에 어떤 남자가 있어야 불쾌한 느낌도 아니면서 너무 판타지도 아닐까라고 고민을 많이 할 때 강태오 배우를 처음 만났다. 강태오 배우가 첫 미팅에서 '부모님이 고양이를 기르시는데, 영우와 준호의 관계는 고양이를 산책시키는 사람 같은 마음'이라는 말을 했다. 개를 산책시킬 때는 리드줄을 보호자가 끌고 가는데 고양이를 산책시킬 때는 보호자가 한 발 떨어져 걸어간다. 그러다가 고양이가 위험에 빠지지 않게 도와준다. 그런 느낌으로 영우와 준호의 관계를 잡아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최수연(하윤경)과 권민우(주종혁)는 업무량이 과다하고 똑똑한 사람들이 잔뜩 모인 대형 로펌에서 보여줄 수 있는 우영우에 대한 흥미로운 두 반응을 대변했다. 그래서 한명은 봄날의 햇살인데 내면의 갈등이 있는 봄날의 햇살이었다. 이름을 매번 신중하게 짓지 않는데 '권력에 민감한 친구'라는 생각에서 권민우라고 지었다. 대형 로펌에 있을 법한 영리하고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 소악당 느낌이 나도록 디자인하려고 했다"

    Q. 고래는 우영우의 감정을 대변한다. 더불어 태수미와 우영우가 함께 바라본 팽나무에 대해 따뜻한 의견도 이어지고 있다.

    문지원 작가
    "유인식 감독님이 8화쯤 시나리오를 쓰고 있을 때 합류하셨다. 그때 감독님께서 '영우의 내면을 시각적으로 보여줄 장치가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자폐인은 특정 대상에 빠져들어 전문가적인 지식을 갖는다. 공룡, 자동차 등 여러 후보를 놓고 고민하다가 고래를 선택했다. 일단 멋있고, 시각적으로 드라마의 미장센을 풍성하게 만들어줄 거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래서 1화부터 다시 돌아가 고래를 끼워 넣는 작업을 했다. 팽나무는 7~8화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이 있었다. 실제 사건에는 이 사건을 반전시킨 것이 땅속의 돌도끼라고 알고 있다. 수년에 걸쳐 일어난 일이었다. 시각적으로 마을을 하나로 넓게 품어주는 느낌, 아무리 경제적인 것이라도 절대 꺾을 수 없는 한 방을 생각하다가 그렇다면 굉장한 나무가 있으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다. 팽나무의 의미에 대해 좋은 해석을 해주시는데 의도를 했으면 좋겠으나, 원래는 느티나무였는데 섭외 과정에서 아름다운 팽나무가 있어서 팽나무로 변화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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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 : 채널 ENA 제공

    Q. 9화에서 예고된 방구뽕 캐릭터 구교환 캐스팅을 비롯해, 매 에피소드마다 착 붙는 캐릭터들도 호평을 이어가고 있다. 캐스팅에 중점을 둔 부분이 있나.

    유인식 감독
    "작가님 대본을 보면, 분명히 게스트인데 그 회의 주인공에 가까운 분량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단은 러닝타임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역할이고, 대사량도 많은 편이라, 중량감 있는 배우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대본이었다. 그래서 대본이 나오자마자 가장 먼저 하는 것은 그 역할의 배우를 찾아 헤메는 것이었다. 꽤 많은 대본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스케줄에 맞고, 이미지에 맞는 분들이 손꼽을 정도라 때로는 촬영 스케줄을 조정하며 배우를 기다려 찍은 경우도 있다. 대부분 그렇지만 4화의 동그라미 아버지 같은 경우는 대본을 읽자마자 정석용 배우가 해주셔야 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분 얼굴에서 '동동삼'이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마찬가지로 9화 대본을 보는 순간 '누가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결국 구교환 배우를 떠올리는 순간 다른 배우는 안될 것 같았다. 간곡한 섭외 끝에 성사가 됐다. 나와주시는 분들마다 너무 잘해주셨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Q. '고래 커플'로 대변되는 영우와 준호의 러브라인이 극의 몰입감을 높이기도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영우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이 가능할까라는 의견도 있었다. 러브라인을 넣은 이유가 있나.

    문지원 작가
    "자기중심적인 영우(박은빈)가 성장하는 모습을 담는 과정에서, 사랑하면서 다른 사람을 자기 세계에 초대하는 것을 빼놓을 수 없었다. 영우의 사랑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이걸 어떻게 넣을지 고민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영우와 준호(강태오)가 함께하는 순간이 액자에 넣어 간직하고 싶을 만큼 기념하고 싶을 정도로 예쁘길 바랐다. 8화까지는 설레는 감정 위주였다. 어떤 호감을 쌓아가고 있는지에 집중한다면 후반부에는 조금 더 깊은 고민이 드러날 거다. 영우의 입장에서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를 고민하고, 준호 역시 장애를 가진 여성을 사랑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게 될 것 같다."

  • 사진 : 채널 ENA 제공
    ▲ 사진 : 채널 ENA 제공

    Q.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웹툰으로 제작되기도 했다. 드라마 역시 시즌제로 논의가 되는 부분은 없나.

    유인식 감독
    "아직 방송도 반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다. 시즌제가 되어 시즌 2, 시즌 3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창작자에게 굉장히 행복한 일이다. 그게 성사되려면 여러 가지 맞춰가야 할 것들이 많았다. '우영우 월드'에 다들 굉장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다."

    Q. 앞으로 이어질 에피소드에 대한 관전포인트를 이야기한다면 어떤 부분이 있을까.

    유인식 감독
    "'어떤 사람이 훌륭한 변호사일까'라는 질문에 영우(박은빈) 나름의 대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것 같다. 로펌 한바다 사람들 캐릭터 안에서도 각자 자기 인생의 고민을 마주하게 된다. 이를 통해 변화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만나게 될 거다. 구교환을 비롯해 예상하지 못했던 에피소드마다의 좋은 배우들의 열연도 기대해 달라."

    한편, 문지원 작가의 따뜻한 글에 유인식 감독의 완벽한 연출력이 더해졌다. 이는 배우 박은빈, 강태오, 강기영, 하윤경, 주종혁 등의 활약으로 완성됐다. 마음에 울림을 더하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매주 수, 목요일 밤 9시 ENA채널에서 방송되며, seezn(시즌)과 넷플릭스를 통해서도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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