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폐증의 원인과 관련 있는 새로운 유전자 변이가 국내 연구팀에 의해 발견됐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유희정 교수팀은 자폐증을 가진 사람과 가족으로 이루어진 대규모 유전체 연구를 통해 자폐증의 원인과 관련 있는 새로운 유전자 변이를 세계 최초로 발견했다고 26일 밝혔다.
-
유희정 교수, KAIST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 바이오및뇌공학과 최정균 교수, 기초과학연구원 김은준 단장,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이하 연구팀)은 자폐증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를 규명하고, 이를 통해 자폐증 발생의 근본 원인을 이해하고 치료제 개발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유전체 데이터의 98%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나 단백질을 직접적으로 만들어내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동안 연구에서 배제되었던 유전체 영역인 비(非) 부호화(Non-coding) 영역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이를 위해 연구에 적합한 자폐증을 가진 사람 및 가족 813명으로부터 혈액을 공여 받아 유전체를 분석하고 인간 줄기세포를 제작해 태아기 신경세포를 재현했다.
그 결과, 생애 초기 신경 발달 단계에서 삼차원 공간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비 부호화 영역에 있는 유전변이가 멀리 떨어져 있는 유전자 변이에도 원격으로 영향을 미침으로써 뇌 발달에 영향을 주는 것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자폐증의 근본 원인을 밝히기 위한 유전체 연구에서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하는 부분이 어디인지를 조명하고 유전자 변이가 뇌 발달에 미치는 변화를 재현함으로써, 기존 단백질을 부호화하는 영역에만 집중되었던 자폐증 연구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학술적 의미가 있다.
아울러 연구팀은 기존 북미와 유럽 위주로 진행되던 자폐 유전체 연구에서 벗어나 아시아 최초의 대규모 전장-유전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코호트를 구축하고 유전체 분석 모델 기틀을 마련해 향후 자폐증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논문은 세계적인 정신의학 학술지인 ‘분자 정신의학(Molecular Psychiatry)’에 게재됐다.
-
유희정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 연구진이 한국인의 자폐증 당사자 및 가족 고유의 데이터를 활용해 자폐증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매우 의의가 있다”며, “자폐증의 원인을 규명하고 이를 통해 자폐증 당사자와 가족들의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김정아 기자 jungy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