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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부터 외계인은 그들의 죄수를 인간의 몸에 가두어왔다. 가드(김우빈)는 썬더와 함께 서울에서 인간의 몸에 가두어진 죄수를 관리하며 살고 있다. 이들은 시간의 문을 통해 과거로 이동해 인간의 몸에서 탈옥한 외계인 죄수라면, 어느 시간대에서든 잡아서 다시 가둔다. 인간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철칙도 있지만, 철칙이란 원래 깨지라고 존재하는 거니까. 그러던 어느 날, 서울 상공에 외계인 죄수를 호송하는 우주선이 나타나고, 늘 해왔듯이 인간의 몸에 죄수를 가두는 일을 한다. 그리고 형사 문도석(소지섭)은 현장에서 기이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고, 뒤이어 도착한 우주선의 외계인에게 쫓기게 된다.
가드와 썬더가 시간의 문을 타고 온 적이 있는 고려에서도 우당탕탕 사건들이 계속된다. 630년 전, 고려에서 얼치기 도사로 불리는 무륵(류준열)이 있었다. 그는 두 마리의 고양이 우왕(신정근)과 좌왕(이시훈)을 거느리고 스스로 '마검신묘'라고 일컬으며, 현상금이 걸린 사람과 물건을 찾아 돈을 벌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꽤 비싼 돈이 걸린 '신검'이라는 물건이 나타났다. 무륵은 신검을 찾는 모험에 나선다. 천둥을 쏘는 처자 이안(김태리), 가면 속의 자장(김의성) 역시 신검을 노린다. 그리고 신검의 비밀을 찾는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도 검의 뒤를 쫓는다. -
'외계+인'은 '타짜'(2006), '전우치'(2009), '도둑들'(2012), '암살'(2015)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 관객에게 가장 사랑받은 최동훈 감독이 7년 만에 선보이는 신작이다. 최동훈 감독은 매작품 독창적인 캐릭터와 장르를 선보여왔는데, '외계+인'에서 그 '독창성'이라는 것이 신묘하게 발현된다. 일례로 그동안 다수의 작품을 통해 '카체이싱'의 짜릿함을 맛봤다면, '외계+인'에서는 '우주선체이싱'을 맛볼 수 있다. 그것도 서울 도심 한복판을 배경으로 진행되는 두 우주선의 질주는 서울과 우주라는 신묘한 조합까지 만들어낸다.
신묘한 조합은 사실 '외계+인'의 큰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고려와 현재, 우주와 서울, 과학과 도술, 그리고 외계인·사이보그와 인간 등의 조합을 통해 최동훈 감독은 '처음'으로 마주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 전한다. 외계인은 인간을 통해 "감정은 놀랍구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과학적인 근거하에 수치로 성공 확률을 계산해오던 방식은 도술 앞에서 우당탕탕 대열에 합류할 뿐이다. 도술 항아리에 갇힌 외계인, 서울을 질주하는 우주선 등의 에피소드는 스펙타클한 쾌감을 전한다. -
김우빈, 김태리, 류준열은 영화 '외계+인'을 이끌고 가는 주축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무장했다. 비슷한 점이 하나도 없을 것 같은 이들의 부딪힘은 '외계+인'을 더욱 풍성하게 채운다. 특히, 비인두암 회복 후 6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한 김우빈은 그동안 보여주지 못했던 것을 다 보여주겠다는 듯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핑크색 수트부터 안경, 점프수트 착용 등 각기 다른 성격의 네 가지 부캐들은 웃음을 더한다.
고려 시대에 등장하는 이들은 더욱 남다른 케미를 자랑한다. 삼각산의 두 신선 흑설과 청운 역의 염정아, 조우진은 어울릴 듯 어울리지 않는, 부부인 듯 부부 아닌 캐릭터의 매력을 언론시사회 당시 이들의 표현대로 "물 흐르듯" 완성했다. 또한 무륵이 거느리는 우왕과 좌왕 역시 사람뿐만 아니라 고양이로 변할 때마저도 사랑스러운 자태로 스크린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앞서 배우들은 최동훈 감독이 '대사를 빨리 읽어라'라는 디렉팅을 했음을 전한 바 있다. 최동훈 감독은 영화 속에서 그만큼 1초도 허투루 쓰지 않으려는 노력이 진하게 묻어난다. 화면 전환 마저도 빠르다. 무려 142분이라는 길다면 긴 상영시간이지만, 그 속에서 배우들은 최선을 다해 이야기를 전하고, 극의 전개 역시 속도감 있다. 서로를 속이고 결혼식을 올린 이안(김태리)과 무륵(류준열)이 맞절을 한 이후 바로 첫날 밤 장면으로 넘어가는 식이다. -
최동훈 감독은 우주와 서울, 현재와 고려를 오가는 버라이어티한 이야기를 최대한 간결하게 전하려 했다. 언론시사회에서 그는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고 하지만, 새로운 구조를 만들고 싶었다"라며 2년 반 동안 시나리오를 쓰고, 고치고 다시 쓰고 후반 작업까지 이를 반복했던 나날들을 전했다. 어떤 대사는 5~60번씩 고쳐쓰기도 했다고.
덕분에 '외계+인' 한 편을 보는데 마치 여러 편의 영화들이 지나간다. 그리고 이는 세대를 아우르는 재미의 요소가 될 것. 기성세대에게는 '동방불패'나 '천녀유혼' 같은 홍콩 영화 속 액션의 추억을, 신검을 찾아 나선 무륵에게 '인디아나 존스' 같은 모험을, 탈옥한 외계인 죄수를 잡는 가드에게 '고스트 바스터즈' 같은 흥미를 준다. 그런가하면 어린 세대에게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같이 확실한 볼거리와 웃음거리를 담보한다. 그리고 무릇 최동훈 감독의 영화 '전우치'(2009)를 사랑했던 관객이라면, 도술의 묘사나 부채의 용도 등이 겹쳐지며 더욱더 큰 반가움과 선물이 될 것.
다만, 다양한 영화가 연상되는 것이 득이 될 수도 있지만 독이 될 수도 있다. '외계+인'은 쉽게 설명하지만, 동시에 많은 것을 설명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142분이라는 러닝타임 꽤 긴 시간이다. 다양한 캐릭터와 그 옷을 입은 배우들은 이질감을 주기도 한다. 특히 홀로 상상력에 의존해서 작업에 임했던 고충을 전하기도 했던 소지섭은 외계인이 지배하는 몸을 표현하기 위해 대사보다 좀비와 가까운 몸의 표현을 보여줬으나, 좀비와 외계인 사이의 어딘가에 머무르는 이질감으로 아쉬움을 더한다.
최동훈 감독은 '외계+인'에 대해 "한국적인 방식으로 '어벤져스'만큼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라며 "현대와 과거, 그리고 외계인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모험담이 담긴 영화다. 관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이자 선물 같은 작품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처음 만나는 최동훈 감독의 유니버스는 오는 20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상영시간 142분.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