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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전종서'답게, 일도 사랑도 숨김없이 당당하게

기사입력 2022.07.07.14:31
  •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도쿄 역을 맡은 배우 전종서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도쿄 역을 맡은 배우 전종서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너에게 내민 내 손은 정해진 숙명."

    방탄소년단(BTS)의 곡 'DNA' 가사 일부다. 그 가사처럼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이하 '종이의 집') 속 도쿄(전종서)와 교수(유지태)가 만난다. 북한에서 방탄소년단을 사랑했던 소녀는 남한으로 와서 자본주의의 쓴맛을 보고 절망했을 때 교수를 만났고, 그의 손을 잡는다. 그리고 교수의 완벽한 계획에 따라 남과 북의 공동경제구역에 위치한 조폐국에서 사상 최고액의 돈을 훔치는 프로젝트에 임한다.

    전종서가 한국판으로 제작되는 '종이의 집'에서 도쿄 역을 맡았다고 했을 때, 기대감이 더해졌다. 이미 영화 '버닝', '콜' 등의 작품에서 보여준 의문스러운 당당함과 섬뜩함이 오가는 그의 이미지가 도쿄와 맞닿은 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원작 속 도쿄와는 다른 모습도 있었지만, 전종서는 교수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의 DNA를 가진 도쿄를 소화해냈다. 자신과 닮은 점도 있었다. "파고들기보다, 그냥 깨끗하게 보이는 그대로입니다. 끝까지 그렇게 갑니다"라는 전종서의 말이 점점 각기 다른 두 사람을 묘하게 한 지점으로 데려왔다.

  •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도쿄 캐릭터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도쿄 캐릭터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과거 '캐릭터에 임할 때 반대로 접근하는 것 같다'라는 말을 했다. 도쿄에 어떻게 접근했고, 극대화해서 보여주고 싶은 지점이 있었나.

    "도쿄라는 캐릭터 안에서 반전의 지점을 찾는 게 쉽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하지만, 도쿄가 혼자 나오는 드라마가 아니잖아요. 저는 제 개인의 어떤 걸 방출한다기보다 전체적인 앙상블을 많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한 팀의 일원으로, 마치 한정된 장소에서 우리가 돈을 찍어내고 훔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움직이는 것처럼요. '종이의 집'의 시작부터 끝까지 완주하는 과정에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서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뭔가 많은 것들이 어우러져 잘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아요."

    Q. 원작의 팬이라고 밝혀왔다. 한국판 '종이의 집'에서 도쿄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는데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원작은 조금 더 배우들 각자의 연기와 캐릭터의 성격이 조금 더 극대화되어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캐릭터가 얽히고설키며 보이는 충돌, 조화, 사랑 등을 보는 것이 가장 큰 주안점이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한국판에서 가장 큰 강점은 흐름인 것 같아요. 드라마가 갖고 있는 드라마요. 파트 1과 2로 나뉘어서 6부까지만 공개됐는데요. 12부까지 공개되면 훅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저도 아쉬움과 만족감을 동시에 느끼는데요. 전체적인 드라마의 재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방탄소년단(BTS)의 곡 'DNA'에 맞춰 춤을 추는 도쿄의 첫 등장이 큰 화제였다. 곡 선정은 누구의 의견이었나. 현장 분위기도 궁금하다.

    "'DNA' 곡 선정은 제 의견은 아니었고요. 감독님과 제작진의 의견이었던 것 같아요. 저도 'DNA'라는 곡을 좋아했어요.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를 표현하기 위해, 도쿄의 전사를 설명하기 위해 그 장면이 들어간 것 같아요. 북한에서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는 평범한 소녀였던 도쿄를 강조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그 장면을 위해 저는 춤을 연습했습니다. 아이돌의 춤을 따라서 추는 경험은 처음이었는데요. 어색하기도 하고, 낯간지럽기도 하고, 부끄럽지만 그래도 캐릭터를 위해 대본에 충실하면서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방탄소년단의 춤을 춘 게 평생, 잊히지 않을 것 같아요. '종이의 집'에서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 장면이고요."

    Q. 한국판 '종이의 집'에서 도쿄가 교수(유지태)에 대한 남다른 충성과 신념을 가진 이유에 대해 어떻게 해석했나. 원작과는 다른 한국판 도쿄만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

    "북한의 평범한 소녀가 코리안 드림을 갖고 서울에 왔잖아요. 그런데 그곳에서 사기도 당하고, 보지 않아도 되는 걸 보고, 겪고 하면서 상처를 입게 됐고, 더는 살 이유가 없다고 삶의 의지가 꺾여버리는 상황에서 교수를 만나게 되거든요. 낭떠러지에 있는 여자애에게 '나도 너랑 같은 처지이니, 같이 도박을 해보자'라는 교수의 손을 잡으면서 '세상이 잘못됐다'는 그의 생각에 가장 많은 동의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도쿄에게 교수는 자신을 죽음에서 끌어올렸다는 부분이 신적인 존재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래서 개인이 가진 충성심이나 맹목적인 믿음이 있다고 생각했고요. 그리고 한국판 도쿄는 사랑을 하지 않죠.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요. 이성적이고, 가슴보다 머리가 이끄는 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원작보다 조금 더 강인하다고 생각해요. 조금 더 어리고, 순수하고, 그렇지만 더 위험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조폐국이라는 세트안에서의 배우들의 호흡도 궁금하다.

    "저희가 눈 뜨면 세트장으로 가고, 집으로 퇴근하고, 1년 동안 그 생활의 반복이었어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서로 풀리고 동고동락하며, 내가 강도인지 강도가 나인지를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의 생활을 했거든요. 현장에서 오는 자연스러움이 각자에게 생긴 것 같아요. 그래서 '종이의 집'이 공개된 날 (장)윤주 언니가 저희 집에 놀러 와서 밥 먹고 한참 놀았어요. (웃음) 윤주 언니랑 많이 친해진 것 같아요. 배울 게 많더라고요. 배우로서도 있지만, 언니는 어느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었던 사람이잖아요. 그러면서도 검소하고, 솔직하고, 진솔하고, 또 모든 사람에게 친화적이고 부드러워요. 저는 좀 뾰족뾰족 모났거든요. 그런 부분이 언니처럼 좀 부드러워지고 싶다는 생각했어요. 연기 이상의 배움을 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Q. '버닝', '콜', '연애 빠진 로맨스'와 달리 여러 배우와 호흡을 맞춰야 했다. 개인적으로 언제가 더 '전종서'와 잘 맞았나.

    "저는 적은 게 편한 것 같아요. 왜냐면 조금 더 집중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배우가 많이 나오면, 집중할 포인트도 1/N이 되는 것 같아요. 거기엔 또 그대로의 재미와 매력이 있는데요. 나 혼자 뭔가를 뿜어내는 것보다 전체적인 앙상블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모두가 그랬던 것 같아요."

  •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도쿄 역을 맡은 배우 전종서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도쿄 역을 맡은 배우 전종서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한국판 '종이의 집'은 대부분 도쿄의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그 부분에서 고민한 지점이 있었을까.

    "감독님께서 내레이션 디렉팅을 명확하게 해주셨어요. 원래 제 목소리가 되게 하이톤인 것 같아요. 그런데 처음 '종이의 집' 시작 때부터 감독님께서 목소리를 로우톤으로 가져가면 좋겠다고 하셨었어요. 연기 톤도 조금 더 연극 톤으로 가져가자고 하셨고요. 그런 식으로 배우들의 연기도 점점 더 맞춰진 것 같아요."

    Q. 데뷔작 '버닝'부터 '종이의 집'까지 필모그래피 작품이 호평받아왔다. 스스로 생각한 비결이 있을까.

    "전부 그렇지는 않았어요. 해온 작품들을 통해 해나갈 앞으로의 고민을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하는 연기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많이 하면서 지내요. 본질적인 것들이 훼손되지 않는 행보를 계속 가고 싶고요. 그런 작품을 선택하고 싶어요. 요즘에는 조금 대중적인 작품을 선택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기존에는 제가 하고 싶은 걸 했거든요. 그런데 그보다 대중이 원하는 걸 해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대중도 원하고, 저도 만족할 수 있는 작품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도쿄 역을 맡은 배우 전종서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에서 도쿄 역을 맡은 배우 전종서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대중이 원하는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

    "제 성격이 좀 폐쇄적인 편이에요. 내성적인 편이었는데요. 제가 하는 일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어요. '연애 빠진 로맨스' 촬영을 마치고 차기작을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약 1년 동안 준비한 해외 작품이 있었어요. 그것을 마무리할지 '종이의 집'을 할지, 몇 달 동안 고심해서 선택했거든요. 오래 준비한 해외 작품이라 잠 못 들 정도로 고민을 했어요. 그럼데도 '종이의 집'을 선택한 이유는 한국에서 계속 활동을 할 거고, 대중들에게 빨리 다가서고 싶다는 갈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종이의 집'을 촬영하기 전부터 했던 고민이었습니다."

    Q. 최근 열애를 인정한 이충현 감독은 '종이의 집'에 대해 어떤 반응이었나. 서로 작품 이야기를 솔직하게 주고받는 편인가.


    "시나리오를 같이 읽어주고요. 리뷰도 많이 받아요. 배우와는 시선이 아예 다른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그 리뷰가 도움이 많이 되고요. 제가 조언을 일방적으로 많이 구하는 입장입니다. '종이의 집'은 재미있게 봤다는 이야기를 들었고요. 같이 '종이의 집' 파트 2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웃음)"

    Q. 인스타그램에서 이충현 감독과의 근황을 공개한 럽스타그램(LOVE+인스타그램)도 화제가 됐었다.

    "그게 럽스타그램이라고 생각하고 포스트한 건 아니었고요. 그렇다고 제가 사랑을 하는 것을 숨길 생각도 전혀 없어요. 당당하게 만나고 싶고요. 자연스러운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제가 스스로 이미지 메이킹을 해야겠다는 강박은 전혀 없거든요. '저는 이렇게 지내고, 연애하고, 연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립니다'라는 근황이었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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