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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을 보는 현재를 사는 대한민국 분들이 굉장한 '자긍심'을 갖길 바랐다. 영화를 통해 용기, 치유, 그리고 연대 의식이 같이 어우러져 하나의 단어로 통합됐으면 좋겠다. 그게 바로 '자긍심'이다."
영화 '명량'에 이어 '한산: 용의 출현'(이하 '한산')을 연출한 김한민 감독이 말했다. '한산'은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한 그해 그 여름, '명량해전'이 벌어지기 5년 전, 한산도 앞바다에서 펼쳐진 지상 최고의 해전을 담은 영화다. 28일 진행된 '한산' 제작보고회에는 김한민 감독을 비롯해 배우 박해일, 변요한, 김성규, 김성균, 김향기, 옥택연이 참석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김한민 감독은 역사적으로 일어난 순서는 '한산', '명량', '노량' 순이지만 이순신 장군의 3부작을 기획하고 '명량', '한산', '노량' 순서로 제작했다. 그는 "처음에는 '최종병기 활', '봉오동 전투', '명량'을 역사 3부작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최종병기 활'이 큰 사랑을 받아서 '명량'을 만들 수 있었고, 그 속에서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는 적어도 3부작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자명하게 보이는 '명량'을 먼저 하고, '한산'에서 이순신 장군을 농밀하게 보여주고 싶었다"라고 기획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전했다. -
박해일은 전라 좌수사로 부임한 47살의 이순신 장군 역을 맡았다. 영화 '명량'에서 최민식이 보여준 이순신의 5년 전 모습이다.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 '최종병기 활'에서 함께한 김한민 감독의 '한산' 제안에 그는 "당황스러웠다"라고 밝혔다. 박해일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위대한 인물을 왜 제안하셨을까 부담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읽어보고, 제가 해볼 수 있는 지점을 발견했다. '명량' 속 이순신(최민식)이 용장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산' 속 이순신은 지혜로운 지장의 모습과 수군과 백성을 챙기는 덕장, 더불어 선비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제가 가진 기질을 감독님께서 잘 활용해주셔서 작품을 잘 끝낼 수 있었다"라고 밝혔다.
'명량'을 최민식이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면, 박해일은 '한산'에서 이순신을 김한민 감독의 표현처럼 "농밀하게" 그려낸다. 그리고 마지막 바통은 '노량'의 김윤석에게 전해진다. 최민식의 조언도 있었다. 박해일은 "딱 한 마디 해주셨다. 곁눈질하시고 씩 웃으시며 '고생 좀 해봐라'라고 하셨다. 이미 경험을 해보셨고, 저는 중의적으로 받아들였다. 힘든 여정도 있지만, 이순신 장군을 연기하는 애잔하면서도 복잡한 속 마음을 경험해보라는 뜻으로 받아들였다"라고 설명했다. -
'명량'에서 조진웅이 이순신 장군에게 겁을 먹은 왜군 '와키자카'를 보여줬다면, '한산'에서는 변요한이 처음 이순신 장군을 마주하게 되는 젊은 혈기의 왜군 총사령관 와키자카를 그려낸다. "이순신 장군만 생각하고 연기했다"라고 밝힌 변요한은 "집중력이 가장 중요했다. 일본어 등 다른 준비해야 할 것이 있었지만, 집중력이 가장 중요했다. 파죽지세로 갈 때, 어떻게 밀어붙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집중력 있게 밀어붙여야 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조진웅은 '명량'에서 이미 이순신 장군의 두려움을 알고 있는 와키자카의 모습을 표현했기에 조언을 구하지 않고 현자에 임했다는 변요한이었다.
김성규는 '준사' 역을 맡았다. 실제로 머리를 밀 정도로 캐릭터에 남다른 집중을 보였다. 그는 "머리를 미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신 부분이 '전쟁에 대해서 조선군, 왜군보다는 사람으로서의 고민이 보이면 좋겠다'라고 하셨다. 저도 그런 걸 가장 많이 생각하고 연기했다. 저는 특히 이순신 장군님을 뵙는 것도 있고, 와키자카를 만나는 장면도 있었는데, 과연 어떤 생각을 하고 있겠냐는 고민을 계속했다. 쉽지 않았다"라고 캐릭터에 주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
김성균은 '가토' 역을 맡았다. 가토는 와키자카(변요한)의 경쟁자이자, 타협이란 없는 왜군의 수장. 김성균은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했다"라고 밝힌 뒤 "당연히 조선인, '명량'에서 진구가 맡은 그런 역할을 기대했다. 그런데 왜군이라고 하셔서 '엥? 이게 뭔가' 하며 극심한 부담을 느꼈지만, 이순신 장군님의 위대한 승리를 그린 영화에서 쓰임새가 있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으로 임했다"라고 상반된 마음을 전했다. 또한 "김한민 감독이 '왜군 진영에서 와키자카와 대등한 인물로 대립해야 좋은 그림이 담길 것'이라고 한 말을 깊이 새기고 연기했다"라고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김향기는 '정보름' 역을 맡았다. 김향기는 학창 시절 '명량'을 본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역사적 인물이 스크린에 표현되면 이런 느낌이구나'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런 작품에 일원이 돼 감사했다"라고 남다른 소감을 전했다. 자신의 캐릭터에 대해 "본인의 의지로 왜군의 적지에 들어가 정보를 전하는 첩자"라고 소개했다. 이어 "역사적인 자료를 통해 정보를 얻을 수 없어 고민했다. 그런데 덕분에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었다. 많은 걸 내려놓고 감독님을 믿고 현장에 임했다"라고 중점을 둔 부분을 전했다. 김향기는 앞서 두 편의 '신과 함께'를 통해 천만 배우로 거듭난 바 있다. 이에 MC 박경림은 '한산'의 흥행을 물었고 김향기는 "네 확실합니다"라고 답해 현장을 웃음 짓게 했다. -
옥택연은 '임준영' 역을 맡았다. '명량'에서 진구가 선보였던 탐방꾼 역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 옥택연은 "임준영이라는 캐릭터는 '난중일기'에도 나올 정도로 이순신 장군님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중요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이순신 장군의 승리 이유 중 하나가 정보전에 능하다고 생각했고, 정보를 가져다주는 인물이 임준영이라고 생각했다. 정보를 모으고 이순신 장군을 뵐 때 충정과 충성심이 드러나는 눈빛이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눈빛을 최대한 많이 표현하도록 노력했다"라고 달라진 모습을 예고했다.
'한산'의 또 다른 주인공은 바로 '거북선'이다. 김한민 감독은 "많이 접했지만 진짜 거북선을 잘 알지 못하고 있다. 역사적으로 존재감이 크지만, 실제로 고증이 어려운 것이 거북선"이라며 많은 고민이 있었음을 전했다. 그는 "해전이 약 51분간 펼쳐지는데 부제인 '용의 출현'이 거북선이기도 하고 이순신 장군님이기도 하다. 결국 둘은 떼려야 뗄 수 없고, '한산'에서 거북선은 반드시 봐줘야 하는, 존재감 있는, 역사적인 고증물이다. '한산'을 보면서 거북선이 저런 리얼함이 있구나라고 감격스럽게 봐주시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우리는 앞서 1,70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의 뜨거운 마음을 2014년 개봉한 영화 '명량'으로 마주한 바 있다. 그 바통을 '한산'이 이어받는다. '명량'의 5년 전 젊었던 이순신이 보여줄 지혜와 지략, 그리고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 등이 영화 속에 빼곡히 담겨있다. 더불어 2014년보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고증한 해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과 그 이상의 카타르시스를 전할 것. '한산: 용의 출현'은 오는 7월 말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