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러내지 않기에 더 강렬하게 다가온 사랑을 다룬 영화 '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의 신작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헤어질 결심'이 21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를 통해 국내에 첫 선을 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박찬욱 감독을 비롯해 작품의 두 주역 탕웨이와 박해일이 참석했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박찬욱 감독이 이 작품으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바, 개봉에 대한 세계 영화 팬들의 기대가 쏠리고 있다. -
'헤어질 결심'은 박찬욱 감독이 내놓는 멜로 장르라는 점 그 자체가 기대 포인트다. 변사 사건을 시작으로 벌어지는 수사극의 재미도 있다. 박찬욱 감독은 "이런 종류의 영화를 하나의 장르라고 한다면 필름 누아르라고 할 텐데, 이런류의 영화가 사실 흔하지 않나. 이 영화가 완전히 그 장르에 속해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적어도 절반 이 지날 때까지는 자기가 보고 있는 영화가 그런 영화라고 짐작하실 것 같다"며 "그것을 가지고 관객을 오도하기도 하고 내가 가진 선입견과 다르게 흘러가는구나라는 걸 깨달았을 때 즐거움도 있을 것"이라고 작품을 설명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박찬욱 감독이 선보이는 몇 안 되는 청소년 관람가 영화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박 감독은 "처음부터 관람 등극을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며 "인생을 살아본 사람이어야 이해를 잘 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을 뿐이었다. 사람들에게 어른들의 이야기를 할 거라고 하니까 '그러면 노출도 강하고 그런 영화겠군요'라는 반응이 오더라. 그때 '이런 생각과 반대로 가야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
작품은 남편이 사망했음에도 그리 슬퍼하지 않는 '서래'의 의뭉스러움,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점점 끌리는 형사 '해준'의 밀고 당기는 멜로를 담았다. 말 그대로 스며드는 사랑을 보여준 탕웨이와 박해준의 연기에 박찬욱 감독은 크게 만족감을 드러냈다. 박 감독은 "우리가 젊을 때에는 자기 감정을 다 드러내고 표현하며 살지만, 나이가 들면 그런 면에서 솔직하기 어려워진다고 볼 수 있다. 그런 형편에 놓은 두 사람이 어떻게 감정을 상대에게 전달할까. 들키지 않고 감출까 그런 것을 고민하는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런 내용을 각본에 표현해놨고, 이렇게 현명한 배우들이 풍부하게 잘 표현해줬다"며 웃어 보였다.
-
박해일은 시경 사상 최연소로 경감 직위에 오른 유명한 형사 '해준'으로 분했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하는 아내와 주말부부로 살아가고 있는 해준은 살해 사건의 용의자 '서래'를 만나 어른의 사랑을 하게 되는 인물이다. 박해일은 '헤어질 결심'을 처음 제안받았던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같이 하자고 제안을 하셨을 때 '어른들의 이야기를 해보자'라는 그 문장에서부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해준은 서래를 만나 그녀를 의심하면서도 그녀의 모든 것에 이끌리는 인물이다. 그런 해준의 복합적인 감정선을 연기해야 했던 박해일은 "수사극 안에서 형사 해준이라는 인물이 사망자 아내 송서래라는 인물을 대하는 태도를 직업적으로 할 수밖에 없고 감정을 드러낼 수 없지 않나. 그녀의 진심을 파악하고자 하는 부분에서 감정을 좀 변주하면서 연기했다"고 연기적 주안점을 짚었다. -
탕웨이는 한국에서 간병인으로 살아가는 중국인 '서래'로 분한다. 서래는 암벽 등반을 좋아하던 남편이 갑자기 사망한 후에도 전혀 슬퍼하지 않은 모습으로 담당 형사 해준을 당황하게 한다. 서래는 서툰 한국어에도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드러내는 꼿꼿함이 있는 인물.
탕웨이는 서래에 대해 "보셔서 아시겠지만, 생활 속에 고난이 있고 힘든 삶을 사는 인물이다. 그녀는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정한 사랑이 뭔지, 사랑을 만났다고 하더라도 표현할 수 없는 상황, 드러낼 수 없어서 숨기게 되는 것이 더 (사랑으로) 표현된다고 할 수 있다"며 "그래서 서래의 감정을 표현할 때 내 감정을 더 가지고 안으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교묘하고 기묘하게도 감독님이 연출해 주시는 것이 그것과 맞아 떨어졌다"고 회상했다. -
특히 한국어 대사가 많았던 탕웨이는 "외국 배우로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영화에 참여할 때 감독님과 중국어 어감이 어울리는 부분을 조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며 "한국어를 연기하기 위해서 기초부터 열심히 배웠다. 한국어를 전혀 할 줄 몰라서 다 외워서 말했지만, 그 의미는 머릿속에 중국어로 생각하고 있고, 또 상대방의 대사도 외워서 중국어로 생각해야 했다. 머릿속에 중국어만 있었다. 그 경험이 되게 독특했다"고 그간의 고충을 전하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은 본심을 알 수 없는 '서래'에 대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팜므파탈이라고 그녀를 지레 짐작하고, '그녀가 무엇을 숨기고 있을까. 어떻게 해준을 가지고 놀까'하는 호기심을 가지고 봤는데 정말 목숨을 거는 사랑을 하지 않나"라며 "그것을 보면서 '내가 저 여자를 잘못 봤구나'하는 그런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귀띔했다. -
마지막으로 박 감독은 "이 영화가 보기보다 꽤 가볍고 웃기는 순간도 많은 영화라고 생각한다"며 "관객분들이 어떤 선입견도 없이 그냥 영화관에 오셔서 담백하게 봐주시면 참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처럼 박찬욱 감독이 짓고 탕웨이, 박해일이 펼칠 수사극과 멜로 그 사이, '헤어질 결심'은 오는 29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한다.
- 이우정 기자 lwjjane864@chosun.com
최신뉴스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dizz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