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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인터뷰에는 영화 '브로커'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너 같은 건, 나 같은 건 태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걸'이라는 안팎의 목소리에 맞서서 강하게 살아가려고 하는 그 아이들을 위해 나는 어떤 영화를 제시할 수 있을까. 작품 제작의 중심에 있었던 것은 언제나 이 물음이었다. '브로커'는 똑바로 생명과 마주하고, 등장인물의 모습을 빌려, 나 자신의 목소리를 똑바로 전달하고자 했던 작품이다. 기도와 같은, 바람과 같은, 그런 작품이다."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 '브로커'를 준비하며 만난 보육원 출신의 아이들과 대화한 후 느꼈던 생각이다.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한국 영화에서 그는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공기 인형', '바닷마을 다이어리', '어쩌면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그리고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어느 가족' 등의 작품을 통해 한국 관객의 가슴에도 잔잔한 물결을 만들어온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다. '가족, 아이들, 사람들'이라는 키워드에서 '생명'이라는 단어에 이르기까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무려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그리고 이지은(아이유), 이주영 등과 함께 말이다. -
Q. 영화 '브로커'의 시작부터 제작이 현실화되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다.
"완전히 거슬러 올라가 설명해 드리면 배두나부터 시작한다. 배두나와는 2009년 영화 '공기인형'으로 함께했고, 다음에 또 영화를 함께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해왔다.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 배우와 작업을 한다면 누구와 하고 싶냐?'라는 질문을 받고, 제가 그때 '밀양'을 본 직후라서 '송강호와 작업을 해보고 싶다'라고 답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문이 열리는 순간 그 앞에 송강호가 있었다. '인연이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후 송강호와는 몇 차례 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2015년 '검사외전'이 일본에서 개봉하며 강동원이 왔을 때, 만나게 됐다. 여러 인연과 만남이 거듭되며 세 명이 등장하는 플롯을 쓰게 됐고, 이분들께도 보여드렸다.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이야기라는 뼈대는 만든 상태였다. 구체적인 조언과 서포트를 해주신 것은 강동원이었다. 한국에서 찍는다면, 이런 시스템과 제작사와 함께하는 게 어떻겠냐고 연결해주기도 했다. 처음에는 꿈같은 이야기였지만, 점차 구체화됐다."
Q. '브로커' 포스터 속 제목이 실을 연상케 한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작품과도 연결이 있지만, 상현의 직업과 연결이 있는 듯 보였다. 캐릭터의 직업에 대한 고민이 있었나.
"타이틀을 실처럼 표현한 것은 해석한 대로다. 상현의 직업을 선택한 이유는 사실 제가 세탁소를 좋아한다. '어느 가족' 속 안도 사쿠라가 일하는 곳도 굉장히 큰 공장 같은 세탁소였다. 특징적인 소리가 있지 않나. 그게 참 좋다. 캐릭터는 어떤 직업을 갖고 있으면 좋을까라고 생각했을 때, 상현(송강호)는 자연스레 교회에 출입하는 업자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음식 배달을 할까 생각하다가, 아기 기저귀나 옷가지 같은 걸 세탁소에 대량으로 맡긴다면, 교회를 자연스레 출입하지 않을까 싶었다. 여러 선택지 중 고른 결과다. 변명 같지만, 사실은 제가 정말 세탁소를 좋아한다. (웃음)" -
Q. 이지은(아이유)은 첫 상업영화로 '브로커'에 합류했다. 영화에 대한 경험이 없지만, 이지은 캐스팅과 관련해서 "'나의 아저씨' 빅 팬"이라고 밝혔던 바 있다. 함께 작업하며 선물같이 느껴졌던 순간도 있을 것 같다.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대사를 이지은의 목소리로 현장에서 들을 수 있었던 것이 최고의 선물이었다. 해당 장면을 촬영할 때, 어떤 주문도 하지 않고 이지은 배우에게 모든 것을 맡겼다. 사실 그 장면은 시나리오에 없었던 장면이었다. 이지은 배우의 목소리를 전제로 쓰인 장면이라 이지은의 캐스팅이 확정된 후에 추가됐다. 해당 장면에서 소영(아이유)이 함께 있는 상현(송강호), 동수(강동원), 해진(임승수), 우성(박지용)에게 차례로 말을 건네는데, 아마 캐릭터마다 다 다르게 받아들였을 거다. 동수와 해진이는 만나지 못한 어머니의 목소리로 받아들였을 거고, 상현이는 앞으로 만나지 못할 수도 있는 딸의 목소리로 들었을 거다. 그 중 소영과 동수의 관계를 떠올릴 때, 관람차에서 동수가 소영에게 '용서할게'라고 하지 않았나. 소영은 화답하듯이 '고마워'라는 대사를 한 거로 생각했다. 두 배우가 그 장면에서 호응하는 듯 느껴져 그게 너무 좋았다."
Q. 영화 '브로커'를 보고 '공기인형' 속에 등장하는 요시노 히로시의 '생명은'이라는 시가 연상됐다. '생명은 자기 자신만으로는 완결할 수 없게 만들어졌다'라고 시작하는 시인데, 관계라는 측면에서 '브로커'와 연결이 됐다.
"처음 구상했던 것은 베이비박스라는 작은 상자에서 출발했다. 그 작은 상자 안에 놓인 작은 생명이 그다음에 조금 더 큰 상자로 옮겨진다. 바로 '브로커' 상현(송강호), 동수(강동원), 소영(아이유)가 탄 차 안에서의 여정이다. 그리고 가장 큰 상자, 타자까지 포함된 사회라고 할 수 있는 상자 속에 아기가 놓여지게 되는 모습을 상상했다. 마지막 가장 큰 상자에는 아기를 가까이 지켜보는 사람도 있고,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도 있다. 마지막 가장 큰 상자에서 이야기를 마무리하고 싶었던 생각이 있었다. 그것이 배두나의 입을 통해 표현되고, 그곳으로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또한, 보는 관객들도 마음을 보태게 될 거라 생각했다. 그런 엔딩을 생각해보면, 말씀해주신 시와 연결 선상에 있기도 한 것 같다. 저는 전혀 의식하지 못했지만, 굉장히 재미있는 비교를 해주신 것 같다." -
Q. 선의의 '브로커'라고 표현이 되지만, 아기를 돈을 받고 넘긴다는 것은 악한 행동이다. '브로커' 속 선과 악의 균형에 대해 어떤 고민이 있었나.
"20년 동안 느꼈던 생각이다. 일본에서는 범죄나 빈곤 등의 문제가 사회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개인의 책임으로만 여겨진다. 이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풍조가 일본 내에 만연해 있고, 생활 보호를 받는 사람들은 권리가 제한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브로커' 뿐만 아니라 어떤 사건을 작품을 통해 다룰 때는 '개인의 문제와 원인 외에 그 일이 벌어진 어떤 요인이 있을까'라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는 사회적인 문제들을 제 시각으로 담을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그렇다고 범죄를 용인하는 건 안 된다. 범죄는 잘못됐지만, 그 사람이 살아갈 가치도 없는, 존재 가치를 부정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상현이도 이기적인 입장에서 아기를 팔려고 하지만, 제 생각에 마지막에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들은 후에는 아기 우성이를 지키려는 행동에 나서게 된 것 같다. 그 수단은 '살인'이라는 모순적인 행동이지만 말이다. 그의 선택으로 우성이가 지켜졌긴 하지만, 아까 말씀드렸듯 세 번째, 우성이가 놓인 가장 커다란 상자 속에 상현은 들어가지 못하게 됐다. 그런 방식으로 이 이야기를 표현했던 것 같다." -
Q. 직접 쓴 책 '작은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에서는 6~7세 때 미아가 되었던 경험에 대해 쓰인 글이 있다. 작품 속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나가는데 미아가 되었던 경험이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건 아닌가.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가 지금도 그런데, 어릴 때부터 방향치였다. 수시로 미아가 되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웃음) 그 주에 한 에피소드가 쓰인 것이다. 트라우마가 될 정도로 특별한 체험이 아니었다. 제가 아이에 대해 관심이 있는 건 확실하다. 처음 영화를 찍으려고 준비한 시나리오가 '아무도 모른다' 였다. 그 영화는 부모에게 버려진 아이들이 스스로 살아가는 이야기였다. 그걸 20대에 썼다. 왜 관심을 가졌냐고 물어보면 답변하기 어려운 것 같다. 지금 하는 이야기는 스스로 정리해서 말씀드리는 거라, 제 편의대로 편집된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떠올려보면, '아무도 모른다'를 쓸 당시, 제가 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었다. 처음으로 찍은 다큐멘터리에서 소를 키우며 살아가는 시골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모습을 담았다. 그때 학생들의 담임 선생님은 '당신은 이런 자연 풍경을 담는 다큐멘터리보다, 당신이 태어나고 자란 도쿄에서 마주해야 할 아이들이 있지 않나'라고 따끔한 충고를 해주셨다. 그러고 보니, 한적한 시골에서 소를 키우고 있는 아이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훈훈하고, 힐링을 받고 있었지만, '이럴 때가 아니다'라고 느끼게 됐다. 그 시점에 일어난 사건이 '아무도 모른다'의 바탕이 된 사건이었다. 그 사건을 접하고 '이것이야말로 내가 할 일이구나, 바로 나다'라고 생각하게 됐고, 그렇게 지금까지 오게 됐다. 이건 어디까지나 정리된 내용이라 다 믿지는 말길 바란다. (웃음)"
Q. 차기작이 있는지 궁금하다.
"차기작은 일본에서 찍을 예정이다. 초등학교를 무대로 한 이야기다. 또 아이가 나온다. 절대 트라우마가 이유는 아니다. (웃음)"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