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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는 7번째로 방문한 '칸 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첫 방문은 지난 2006년 영화 '괴물'이었다. 그리고 다음 해인 2007년 영화 '밀양'으로 경쟁 부문에 초청됐고, 이는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이후에도 '박쥐'(2009)로 경쟁 부문에 초청됐을 때 심사위원상을, '기생충'(2019)으로 경쟁 부문에 초청됐을 때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송강호와 함께 가는 경쟁부문은 곧, 수상으로 연결 지어졌다. 그래서 '수상 요정 송강호'라는 말도 무리가 아니다.
송강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브로커'는 일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을 맡은 한국 영화다. 베이비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여정을 담은 작품 속에서 송강호는 상현 역을 맡았다. 세탁소 주인이자, 운전대를 잡고 있는 인물이자, 버려진 아기의 새 부모를 찾아주고 돈을 받는 '브로커'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브로커'의 시작이 "송강호였다"라고 했다. '신부 차림의 송강호가 아기를 안고, 언뜻 좋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은…'이라는 한 장면이 이어져 영화 '브로커'가 됐다. 송강호도 역시 그렇게 출발했다. 전사도 선과 악의 경계도 없이, 알 수 없는 인물로 상현을 마주했다. -
- ▲ 영상 : 조선일보 일본어판 허준영 영상기자, popkorns@chosun.com
Q. 칸 영화제 수상에 세 번이나 조력자 역할을 했다. 송강호와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가면 수상한다고 해서 '수상요정'이라는 말도 있다. 나름대로 자부심도 있을 것 같다.
"계속 이렇게 상을 받게 되네요. 너무너무 좋은데요.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전도연 씨부터 저까지 상을 받았네요. 이번에 제가 출연한 건 아니지만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박찬욱 감독님도 감독상을 받으셨잖아요. 굉장히 행복했고, '운이 좋구나'라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아시겠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 이창동 감독님, 봉준호 감독님, 박찬욱 감독님까지 최고의 작가이자 감독님의 성과죠. 저는 운이 좋아 같이 간 것뿐이라는 생각입니다."
Q. 특히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는 가족과 함께해서 의미도 남달랐을 것 같다. 아들이 SNS에 '(아버지가) 자랑스럽다'라는 이야기도 남긴 걸로 알려졌다. 기분이 어땠나.
"누구나 그렇겠지만, 가장 중요한 자리에서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의 표현이겠죠. 저 역시도 마찬가지고요. 그런 귀한 자리에서, 가족이 앞에 있는 공간에서 그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에게도 큰 의미가 있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전에 딸이랑 같이 간 기억은 있는데, 아들이랑은 이번에 처음 같이 간 거거든요. 네 가족이 한 번에 다 모일 수 있어서 더 의미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수상 후에는 가족들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것 같아요. 정신도 없었고요. 며칠 전에 '거미집' 촬영까지 마무리됐고, '브로커' 홍보 일정에 임하고 있어서요. 다음에 차분하게 이런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습니다. (웃음)" -
Q. 앞선 인터뷰에서 '칸 영화제'에 동행하지 못한 배두나가 축하 문자를 드렸는데 답장받지 못했다고 했다. 강동원도 수상 턱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혹시 계획이 있나.
"저도 배두나 배우가 답장을 못 받았다고 한 말을 인터뷰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근데 진짜 제가 문자를 못 받았어요. LA와 시차도 있고, 열심히 촬영 중이라, 시간이 지난 후에 전화해볼까 혼자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자를 보냈다고 해서 놀랐습니다. 수상 턱은 그럼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웃음) 강동원 씨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는데, 좋아하는 걸로 사겠습니다."
Q.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브로커'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처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을 뵌 것은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 때, 호텔 엘리베이터 앞에서 인사드린 게 처음이었어요. 그 전부터 감독님의 작품을 봐왔고, 감동적이었고, 너무나 존경하는 분이셨어요. 저에게 그때의 만남이 기억에 남아요. 지금부터 6~7년 전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브로커'로 정식 미팅을 가졌어요. 당시 제목은 '요람'이었는데요. '당장 들어갈 영화는 아니지만, 같이 하자'라고 하셔서, 그렇게 시작된 것 같습니다."
Q. 과거 영화 '박쥐'에서도 캐릭터 이름이 상현이었다. 신부 차림이라는 출발선이 같은 건가.
"저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감독님께 여쭤보려고요. 첫 장면에 신부복을 입고 나와서 그런 걸까요? '박쥐'의 상현과 연관이 있어서 지은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저도 여쭤봐야 할 것 같아요." -
Q. 상현은 세탁소 주인답게 능숙한 바느질 솜씨를 자랑한다. 배운 건가. 상현을 어떤 인물로 그리고 싶었나.
"연습했고요. 세탁소에 가서 직접 사장님께 배우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아주 전문적이지는 못 했겠죠. 상현의 전사는 짐작은 되지만, 그렇게 궁금하다거나 알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상현에게 좀 신비롭게 다가가고 싶었어요. 상현의 마음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상황을 정확하게 담고 싶지 않았어요. 알 수 없는 전사와 알 수 없는 마무리. 이것이 '브로커'에서 상현의 가장 중요한 포지션이라고 생각했어요. 포장할 생각은 없었지만, 그렇게 보이길 바랐다는 생각입니다."
Q. 최근 유튜브 '아이유의 팔레트'에 강동원, 이주영 배우와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처음 캐스팅 소식을 들었을 때와 현재, 아이유는 어떤 후배인가.
"저도 팬이었죠. '최고다 이순신', '나의 아저씨' 등 안 본 드라마가 없을 정도였어요. 캐스팅 소식에 놀랐고, 탄성이 나왔죠. 너무 잘할 것 같았어요. 결과도 제 생각보다 수십 배 더 잘한 것 같아요. '팔레트'에도 처음 출연했는데요. 제가 한 첫 인사가 '제가 어울리는 자리가 아닐 텐데, 어떻게 봐주실지 겁난다. 예쁘게 봐달라'였어요. 이지은 배우에게 정말 놀랐어요. 말씀도 논리 정연하게 잘하시고, 나이에 비해 삶의 깊이나 시선들이 예사롭지 않아요. 정말 알면 알수록 '참 대단한 배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 배우 이지은과 더불어 '브로커'에서 함께한 배우 이주영, 배두나, 강동원은 어떤 존재인가. 배두나는 앞선 인터뷰에서 송강호에 대해 '작품 하나하나 온 영혼을 바쳐 연기하는 선배'라고 밝혔다.
"제가 그런 얘기를 했는데요. '이주영의 매력과 잠재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커져간다'라는 느낌입니다. 배우로서의 장점과 배우로서 타고난 장점이 있는 훌륭한 잠재력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하고요. 배두나 배우는 아마 저와 가장 많이 호흡한 여배우일 거예요. 네 번이나 작품에서 만났는데요. 배두나 배우가 가진 노련함에는 저도 감탄할 정도입니다. 배두나 배우가 저에 대해 너무 과찬을 해주셨는데요. 저는 반대로 배두나 배우가 그렇게 보이던데요. 영혼을 바쳐서 연기하는 것 같아요. 그러면서도 그렇지 않게 보이는 것이 배두나 배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강동원은 막냇 동생 같아요. 그 정도로 소탈하고, 형제같이 편안한 느낌입니다. 길잃은 사슴의 눈망울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연기에 대한 열정, 자세, 태도 등이 모두 사랑스러운 배우입니다. 이분들 덕분에 '브로커' 현장이 너무너무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
Q. '브로커'가 개봉했고, '비상선언', '1승'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무려 세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게 될 것 같다.
"예전에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이 연이어 개봉한 이후로 이런 적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팬데믹 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3년이라는 긴 시간을 관통해서 드디어 개봉하는데요. '1승'은 올해 개봉할지, 내년이 될지 확실히 모르겠지만, 기대하고 있습니다. 극장가가 활기를 띠는 상황이 너무너무 반가워요. 관객들도 편안하게 한국 영화를 찾아주시고, 배우, 영화인 모두 반갑고요. 모두 다 잘되길 바랍니다. (웃음)"
Q. '송강호'라는 이름에 떠오르는 많은 작품, 대사가 있다. 혹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어느 때의 자신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
"제가 1989년부터 연기를 시작한 것 같습니다. 군대 제대한 게 그 해였으니까요. 33년 전이네요.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저 자신에게 '더 잘해라'라고 해주고 싶네요. 연기라는 것이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어떤 작품이든 제가 아쉽기도 하고, 모자란 면이 보이기도 하고 그래요. 연극 시작할 때부터 더 잘해서 더 좋은 스타트를 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 말을 해주고 싶네요."
Q. 33년의 시간을 거쳐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가 됐다. 작품을 선택하는 방향성도 달라진 점이 없나.
"제가 작품을 선택할 때 어떤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더 많은 관객을 바라고 선택한 적도 없고요. 제일 중요한 기준이라면 '새로움' 같아요. 소재적인 측면에서의 '새로움이라기보다, 영화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형식이나, 내용이나, 연기적으로나 '새로움'을 전해드릴 수 있다면 그 작품이 가장 눈에 들어오지 않나 싶어요. 얼마 전에 영화 '거미집'이 크랭크업 했는데, 그 작품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였어요. 안전한 방법보다 도전하고 싶고, 새로움을 창조하고 싶고요. 이게 기본적으로 가장 큰 선택의 방향성이지 않나 싶어요."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