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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저거 빨리 잡아."
평화롭던 마을은 기이한 괴불을 발견하며 아수라장이 된다. 괴불의 눈을 본 자는 자신의 마음속 지옥과 마주하게 된다. 환각 속 광기는 서로를 죽이기 위한 폭력으로 변한다. 아비규환이 된 상황 속에서 한 사람만이 손을 '탁' 치며 웃는다. 사람이 아닌 '저거'라고 지칭하는 곽용주다.
배우 곽동연은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에서 곽용주 역을 맡았다. 곽용주는 교도소에서 출소한 후에도 변화하지 않았다. 한도경(남다름)을 괴롭히기 위해 그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두 사람은 과거 함께 비행을 저질렀지만, 현재 다른 길 위에 서 있다. 고고학자 기훈(구교환)이 수진(신현빈)을 향하고 있다면, 곽용주는 '절대 악'으로 '괴이'의 한 축을 이끌고 간다. 곽용주 역의 곽동연은 아비규환이 된 속에서 더욱 진한 핏빛 검은 색을 덧바른다. '괴이'가 더욱 '괴이'하게 보일 수 있도록 말이다. -
Q. 곽용주는 어떤 인물이라고 생각했나.
"용주는 과거 굉장히 불온한 가정에서 자랐고, 어머니와 단둘이 지내면서 어머니의 연인인 아저씨들, 새 아빠들에게 수위 높은 언어적, 물리적 폭력을 당하면서 늘 폭력에 노출된 상태로 자아가 형성된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다고 '이런 과거로 현재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라고 합리화시키고픈 마음은 없어요. 그런 일이 있어도 극복하고 바르게 성장한 사람도 있잖아요. 용주는 뒤틀린 채 태어났고, 뒤틀린 환경까지 주어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가치관과 관념이 뒤틀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연기했습니다.
Q. 욕설이나 폭력적인 부분이 많아서 힘들지는 않았는지, 기존 악역과 차별점을 둔 지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자극을 위해 전시되는 행동이나 언어로 남지를 바라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 순간 이 인간이 얼마만큼 흥분했고, 그 흥분이 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결될 수 있도록 감독님과 상의하고 연기했습니다. 과거 제가 했던 캐릭터들과 용주는 극에서 목표가 전혀 달라요. 전작에서는 악행이 작품에 영향을 미치기보다 그 인물이 어떻게 변화하는가가 중요한 지점이었다면, 용주는 그야말로 '절대 악'에 가까운 인물이라서요. 용주가 남겨진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과 사람들에게 줄 서스펜스를 좀 더 생각하고 연기한 것 같습니다." -
Q. '괴이'가 공개된 후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중 공개 첫 주 유료가입기여자수와 시청UV 역대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혹평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괴이'에 그만큼 많이 관심을 갖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즐기셨기를 바랍니다. 예전에는 TV 드라마를 하다 보니, 실시간 댓글로 시청자 반응을 엿보곤 했는데요. 이번에는 OTT 플랫폼이다 보니, 그러기는 어렵더라고요. 모든 작품이 모두에게 다 사랑받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건 깨달은 지 오래됐고요. 혹평 역시 애정의 일부라고 생각해요. 그 혹평 중 제가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다음 작품에서는 고쳐서 더 잘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Q. 곽용주와 한도경의 관계성은 '괴이'의 또 다른 포인트였다.
"용주에게 도경이는 마지막 남은 인간성의 끈이었던 것 같아요. 나와 비슷한 아이를 발견했고, 내가 겪은 우울한 과거사를 이 꼬맹이에게는 겪지 않게 해주고 싶은 마음인 거죠. 용주에게는 아빠라는 존재가 없었지만, 도경이에게는 아빠라는 존재를 채워주고 싶었다고 할까요? 용주에게 마지막 인간성을 드러내게 해준 인물이 도경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두 사람에게 오해가 생겨 관계가 틀어졌을 때, 용주의 마지막 끈도 끊어져 버린 것 같아요." -
Q. 곽용주와 한도경의 오토바이 회상 장면은 영화 '비트'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 당시 에피소드가 있을까.
"함께 오토바이 타는 장면이 두 비행 청소년이 비행을 일삼던 때였는데요. 저는 사실 오토바이를 무서워합니다. 위험하고 무서워요. 작품 때문에 면허도 따고 했는데요. 제발 다치지만 않길 바라면서 조마조마하며 촬영했던 것 같습니다."
Q. 곽용주는 '괴이' 세계관에서 전투력 최강자였다. 혹시, 스스로 영향을 받았다고 느낀 부분이 있을까.
"그렇네요. 근 몇 년간 맞고만 다녔는데, 맞은 걸 다 해소한 기분이었고요. 용주를 연기하고 질타와 미움을 받을 것은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워낙 귀여운 편이라 그런 미움은 곧 사그라들 거로 생각해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웃음) "
Q. '빈센조'에 이어 '괴이'까지 강렬한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성공적인 도전'에 대한 반응을 보면 기분이 어떤가.
"저는 도전에 대한 두려움보다 '복제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더 큰 것 같아요. '예전에 쟤가 한 역이랑 비슷한데'라는 감상평이 가장 두렵죠. 보는 이들이 저라는 배우, 제 연기에 대한 지루함과 고루함을 느끼게 될까봐 가장 두렵고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저를 지켜보는 이들을 놀라게 할 수 있을 만한 새로운 모습을 꺼내고 싶어요. 그게 성공적이었다는 평을 들으면 최고인 것 같고요. 차기작에 대한 부담도 사실 크게 없어요.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열심히, 후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
Q.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나.
"직관적인 느낌을 믿는 것 같아요. 계산적인 척하면서 필요 없는 생각을 하던 시기도 있었는데요. 머리를 굴린다고 또 그렇게 되지도 않고요. 제가 선택하는 거고, 제 이름으로 남는 필모그래피에 후회하지 않는 작품을 고르자는 기조가 큰 것 같아요. 더불어 얼마나 도전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캐릭터냐, 작품의 색채, 분위기, 그리고 이야기가 나에게 공감이 되는지 정도인 것 같습니다."
Q. 최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로맨스 연기 호흡을 맞추고픈 배우로 전여빈을 꼽았다. 이유가 있을까.
"전여빈 배우님과는 '빈센조'가 끝나고도 응원하고 서로 챙겨주는 좋은 동료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작품에서 다 보이지 않았을 정도로 인간적인 따뜻함과 매력이 너무 많은 분이라고 느꼈어요. 연기적으로도 너무나 존경하고 좋아하는 배우셔서, 만약에 로맨스 연기에 같이하는 파트너가 누나가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고요. '빈센조' 배우들 사이에서 서로 샤라웃(Shout out, 응원하고 싶은 누군가를 언급하는 것)하는 게 유행이라서요. 전여빈 배우님 포함해 모든 배우님을 샤라웃 하고 싶습니다. (웃음)"
Q. SNS를 통해 대중과 소통할 때마다 센스있는 답변으로 화제가 되기도 한다. 비결이 있나.
"센스있는 답변은 제 주변에 웃긴 분들이 많이 계세요. 저희 회사 직원분들도, 친구들도 그렇고요. 그들의 유머 포인트를 쏙 빼서 그때그때 이용하기도 하고요. 재미있는 답변이 나올 수 있는 건, 팬들이 재미있는 질문을 던져주셔서 받아칠 뿐이라 공을 팬분들께 돌리면 될 것 같아요." -
Q. 올해로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되돌아보면, 지금의 배우 곽동연을 만들어준 작품과 캐릭터가 있을까.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는 것이 믿기지 않고요. 팬들 덕분에 알았어요. 지난 10년 동안 뭐하나 빠짐없이 소중했던 작품 같아요. 그중에서도 자주 생각나고 떠오르는 작품은 어릴 때 찍은 '사춘기 메들리'라는 드라마에요. 그때 감독님과 대화도 많이 나눴고, 배우라는 직업에 대해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요.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배우로서 가져야 할 직업의식을 많이 배우기도 하고, 유추할 수도 있었던 시간이라 그 작품이 많이 기억에 남아요."
Q. 올해의 목표가 있을까.
"올해도 열심히 작업하고 연기할 것 같은데요. 개인적인 목표라면 조금 더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아직도 때때로 개인적인 영역에서 '아직 어리구나'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서요. 올해에는 작품에 임할 때도, 연기를 할 때도 조금 더 어른스럽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Q. 금요일에 외출을 삼갈 정도로 어른스러운 느낌이다. 여전히 금요일에는 외출을 삼가하고 있나.
"웬만하면 금요일에 안 나가려고 해요. 사람이 많은 걸 좋아하지 않아요. 예전에 아빠가 백화점에만 가면 머리가 아프다고 그러셨는데, 제가 좀 그렇더라고요.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것 같고요. 아무래도 금요일이 '불금'이라는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모두가 신나고, 최선을 다해 주말을 만끽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는 자리이다 보니, 평소보다 더 업되고 감정적이어서 타인과 오해와 갈등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고 생각해서요. 금요일 인파가 쏠리는 곳은 웬만하면 피하는 편입니다. (웃음)"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