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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후회하지 않을 정도로"…박해수의 시간

기사입력 2022.04.21.15:10
  • 영화 '야차'에서 한지훈 검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박해수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야차'에서 한지훈 검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박해수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배우 박해수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게임'을 통해 전 세계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그 바통을 넷플릭스 영화 '야차'가 이어받았다. '야차'는 공개 후 영화 부문 전 세계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박해수의 활약은 이어진다. 그리고 그 활약에는 다 이유가 있다.

    영화 '야차'는 중국의 한 도시에서 활약 중인 국정원 해외 비밀공작 전담 블랙 팀의 활약을 담은 작품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임무를 성사시키는 지강인(설경구)는 그곳에서 '야차'로 불린다. 하지만, 블랙 팀의 꾸며진 보고서를 본 국정원은 이를 묵과할 수 없다. 검사 한지훈(박해수)을 특별감찰관으로 현지에 파견한 이유다. 한지훈은 '정의는 정의롭게 지켜야 한다'라는 신념을 가진 인물. 야차와 정면으로 맞서게 된 이유다.

    박해수는 한지훈 역을 맡아 "숨 쉴 구멍"을 만드는 데 주목했다. 그는 "감독님과 시나리오를 보며 한지훈이 따분한 인물이 되지 않기를 바랐어요. 그러기 위해 대본을 수정하며 그 안에 숨 쉴 구멍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캐릭터가 가진 올곧은 신념과 가치관 사이에서 가장 인간적인 면을 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습니다"라고 밝혔다.

  • 영화 '야차'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야차'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한지훈은 정의에 대한 올곧은 신념을 가진 인물이지만, 인간적인 욕망도 있었다. 자신이 한 기업의 회장을 눈앞에서 놓친 후, 좌천된 인물이기 때문이다. 다시 검찰의 자리로 돌아가고 싶었고 박해수는 이런 '인간적인 욕구'를 놓치지 않았다.

    "신념과 원대복귀라는 욕망 사이에서 이 사람의 행동에 대한 동기를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원대복귀라는 목적이 있기에 '야차'를 끝까지 따라붙어야 했고, 용기인지 신념인지 모르는 그 사이에서 고민했고요. 그 신념이 어디에서 온 건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 검사 등 여러 사례를 찾아보기도 했어요. 실제로 한지훈 같은 사람이 있을까 생각해 볼 정도로 많이 찾아봤거든요."

    영화 '야차'는 첩보 액션 장르의 작품이다. 박해수는 중국어, 일본어 등 외국어 연기뿐만 아니라 액션까지도 소화해야 했다. 그는 "검사라서 (액션을) 많이 준비하지는 않았거든요. 몸으로 부딪치는 액션은 초반부터 무술 감독님 지휘하에 오랜 시간 합을 맞췄어요. 저도 블랙 팀보다는 조금이지만 총기 액션을 단련했고요. 어설프지만 인간적이고 감정적인 액션을 하려고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라고 답했다.

  • 영화 '야차'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야차'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검사 역할인 만큼, 액션은 그의 메인 몫이 아니었다. 하지만, 박해수는 이미 몸에 익어있었다. 앞서 '유도소년'이라는 공연을 하면서 유도 연습을 했었다. 이는 한지훈 검사가 올곧게 하는 기술, 업어치기의 근간이 되었다. 총기 액션은 영화 '사냥의 시간' 속 한 역을 통해 손에 익혔다. '사냥의 시간'은 2020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작품이다. 시간이 꽤 흘렀지만, 냉철한 킬러 '한'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했던 총기 액션은 박해수에게 남아있었다. '야차' 현장에서 장난감처럼 총을 몸에 지니고 다닌 배우 송재림과의 대결에서도 승리를 거머쥘 정도로 말이다.

    "'사냥의 시간' 속 한은 정말 총기를 몸처럼 쓰는 사람이었고요. 제가 느끼기엔 저보다 송재림 배우가 '야차'에서 총기에 대한 애착이 커 보였어요. 그래서 박진영 배우가 싸움을 붙였는데, 제가 이겼죠.(웃음) 그때 쓴 총기는 제가 잘 아는 총기였고요, (송)재림이의 총기는 빠지는 게 좀 어려웠어요. 그래서 복을 받은 것 같아요."

    하지만 몇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도 손에 총기에 대한 감이 남아있다는 것은 당시의 박해수의 연습량을 짐작케 한다.

  • 영화 '야차'에서 한지훈 검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박해수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야차'에서 한지훈 검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박해수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캐릭터에 임할 때는 후회 안 할 정도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게 스스로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한 것 같아요. 캐릭터를 연구하려고 하는 게요. 여러 시선으로 바라보고, 묻고, 감독님과 소통하며 노력하고요. 그 방법 외에는 없는 것 같아요. 제가 언변술이나 기술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서요. 준비하지 않으면, 위험해서 준비를 많이 하는 편 같아요."

    그런 그가 '야차'에서 얻은 게 있다면 단연코 배우 설경구다. 설경구의 이야기를 할 때면, 박해수는 어딘지 뭉클한 마음을 조심조심 뱉어내는 듯했다. "(설경구) 얘기만으로 1시간 정도 얘기할 수 있습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한 박해수는 "그냥, 그냥 사랑합니다"라는 말로 답을 마무리했다.

    "(설)경구 형님은 저에게 배우 이상의 존재인 것 같아요. 만날 수 있게 돼 큰 영광이고, 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야차'를 통해 만나게 됐는데요. 저는 (설경구가) 아픔을 많이 안아주시는 분 같아요. 작품 안에서도, 사적인 자리에서도요. 제 나이에 겪고 있는 일들을 많이 들어주시고, 깊이 함께 고민해주는 분이세요. 기대고 싶고, 대립하는 구도에서도 그 큰 산에 묻어서, 기대서 갈 때가 많았어요. 작품 속 모든 스태프 이름을 외우는 게 쉽지 않거든요. 막내 스태프 이름까지요. 일부러 외우시는 것도 아니에요. 그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걸 보면서 많이 느껴요. 선배님 생각하면 제가 너무 감사합니다. '유령'까지 함께하게 되면서, 제가 후배로, 사람으로 그 길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 영화 '야차' 속 한지훈 검사(박해수,왼쪽)와 지강인(설경구,오른쪽)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야차' 속 한지훈 검사(박해수,왼쪽)와 지강인(설경구,오른쪽)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지난 2021년은 박해수에게 "축복받은 해" 였다. '오징어게임'이 공개된 후 전세계 1위를 하고, 넷플릭스 시청시간 1위까지 올랐다. 그리고 SAG,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드 등 미국의 시상식에서도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박해수에게 좋은 일은 이 뿐만이 아니다.

    "아이도 낳고, 그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요. '오징어게임'이라는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은 해라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신나는 일도 많았어요. 미국도 처음 가봤거든요. 많은 경험을 하게 됐어요. 그래도 아직 글로벌스타라는 생각은 안 들어요. 진짜 글로벌 스타들이 탄생하게 되는 시점에 제가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은 들어요. 좋은 방향으로 미래 K 콘텐츠를 위해 힘이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많은 것이 변했다. 하지만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예전부터 듣던 가수 강산애의 곡 '넌 할 수 있어'를 여전히 듣는 박해수가 그렇다.

    "'넌 할 수 있어'라는 곡을 아주 오래전부터 들었어요. 원래 명작이나 좋은 작품은 시간이 지나 다시 보면 새롭게 다가올 때가 있는데요. 중·고등학교 때 듣던 노래고, 연기 초반에 저에게 힘을 주던 곡이었어요. 근래 여러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후회하고 있다면, 깨끗이 잊어버려'라는 가사가 그 곡에 나오거든요. 후회하는 건 없지만, 배우로 침체될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그 곡을 듣게 되는 것 같아요."

  • 영화 '야차'에서 한지훈 검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박해수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영화 '야차'에서 한지훈 검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박해수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그런 박해수의 앞으로의 계획은 뭘까.

    "장르나 캐릭터보다는 새로운 세계관의 작품을 해보고 싶습니다. 작가가 가진 새로운 세계관 속 어떤 장르나 역할에 스며들어 놀아보는 게 재미있을 것 같아서요. 또 아주 단순하게는 아주 평범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기도 합니다. 평범하고 무던한 이야기에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담아보고 싶고요. 아직 해외 작품에 대한 계획은 없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감사하게 하겠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한국의 작품, 드라마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글로벌한 방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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