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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드라마로 재탄생한다. 2012년 칸 국제영화제에 진출하며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인 만큼 원작 팬들의 기대감이 쏠리고 있다.
15일 티빙 오리지널 '돼지의 왕'(극본 탁재영, 연출 김대진·김상우)의 온라인 제작발표회가 열려 탁재영 작가, 이재문 제작자를 비롯해 배우 김동욱, 김성규, 채정안이 참석했다. '돼지의 왕'은 연쇄 살인 사건 현장에 남겨진 20년 전 친구의 메시지로부터 '폭력의 기억'을 꺼내게 된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추적 스릴러 작품이다. -
제작을 맡은 이재문 프로듀서는 동명의 원잭 애니메이션을 리메이크하게 된 계기를 묻는 말에 연상호 감독의 제안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제 전작이 '구해줘2'인데 그때 연상호 감독님의 '사이비'를 리메이크했었다. 10년 전 애니메이션인데도 충격적인 게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연상호 감독님께서 먼저 '돼지의 왕'을 드라마로 만들면 어떻겠냐고 말씀하셨다. 그때 전혀 주저함이 없었고 오히려 어디서 방송이 될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게다가 탁재영 작가님의 대본을 보고 일말의 의심 없이 작품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
평온하게 살던 중 20년 전 당한 폭력의 기억을 일깨우고 폭주하는 '황경민' 역은 장르를 넘나드는 스펙트럼의 소유자 김동욱이 맡았다. 김동욱은 "제가 돼지띠라서 돼지 중의 왕이 되어 보고 싶었다"라며 너스레를 떨다 작품에 임하면서 느낀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작품이 학교 폭력을 소재로 한 만큼, 폭력 피해자를 연기해야 했던 김동욱은 캐릭터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를 하면서도 분명히 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했다.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표현해야 하는구나라는 걸 매 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아픈 서사가 있는 인물이다 보니까 이렇게까지 된 배경이 존재하고, 그게 경민이라는 인물만 겪은 게 아닌, 사회적인 메시지도 전달하는 일이라 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며 "어떤 인물로 그려야 할지, 어떤 모습으로 보여져야할지 생각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그간의 고민을 전했다. -
김성규는 기억 속에 잊혀졌던 학창 시절의 친구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광역수사대 경위 '정종석'으로 분한다. 그간 스릴러에서 범인 역을 맡아온 김성규는 첫 형사 역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는 "제가 주로 범죄자 역할을 했었는데, 연기를 막 시작할 때 형사물이 인기가 있었다. 그때 어렴풋이 '나도 형사를 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제서야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원작을 보기 전에 대본을 먼저 봤는데 볼수록 궁금하고 긴장감이 있다. 좋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며 "또 동욱 선배님이 나오신다는 걸 알고 있어서 당연히 거절할 이유 없이 감사한 마음으로 하게 됐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
채정안은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 '강진아' 역을 맡아 드라마판의 재미를 더한다. 채정안은 "원작에는 없는 캐릭터이지만, 원작에 담긴 거칠고 불편할 수 있는 센 부분이 드라마에서는 강진아 형사 역을 통해 해설이 된다. 마치 사건의 해설자 같은 입장이라 시청자분들도 같이 추리하고 상상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진아' 역에 대해 "사람 자체가 원칙주의자라 신념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나름의 갈등이 있는데 그런 부분이 드라마틱하게 느껴졌고, 저도 연기할 때 고민할 지점들이었다"며 "동료들에게 은따를 당하기도 할 만큼 소신이 있는 인물이다. 원칙적으로 진보하는 캐릭터고, 너무 외롭고 (표현하기에) 어려운 캐릭터였다"고 부연했다. -
배우들은 '돼지의 왕'을 통해 나름의 연기 변신에 나선다. 김동욱은 연쇄살인범으로, 김성규는 첫 형사 역, 채정안 역시 첫 스릴러에 도전하는 것. 세 사람은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을 묻는 말에 제각각 설명을 내놨다.
먼저 채정안은 "저는 싱크로율이 120%인 것 같다"고 자신했고, 김성규는 "저는 50% 이상 같다. 기존에 연기한 캐릭터보다는 더 저와 비슷하다", 김동욱은 "N극과 S극이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저와는 전혀 다른 캐릭터"라고 전해 작품 속 세 사람이 연기할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을 자아냈다. -
마지막으로 이재문 제작자는 '돼지의 왕'을 '새드 스릴러'라 소개하며, 막강한 연기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관전 포인트를 짚었다. 그는 "세 분뿐만 아니라 많은 배우들이 연기 구멍이 없다. 연쇄살인마를 다룬 스릴러라는 점에서 해외 문법을 따라가기보다 한국 드라마의 힘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며 "긴 영화를 보는 느낌을 받으시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연상호 감독의 탄탄한 원작과 탁재영 작가의 각색, 그리고 연기 빈틈없는 김동욱, 김성규, 채정안의 조합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돼지의 왕'은 오는 18일 티빙에서 단독 공개된다.
- 이우정 기자 lwjjane864@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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