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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뷰] "여기가 우리의 고향"…2년 반 만에 찾은 방탄소년단의 色

기사입력 2022.03.12.08:00
  • 사진: 빅히트뮤직 제공
    ▲ 사진: 빅히트뮤직 제공
    "여기가 저희의 진정한 고향 아니겠습니까." 무려 2년 5개월 만의 대면 공연이었다. 'HOME'을 찾은 방탄소년단이 팬데믹 기간을 겪으며 느꼈던 심정을 공연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지난 10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주경기장에서는 방탄소년단의 단독 콘서트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 공연이 개최됐다. 이번 콘서트는 지난해 10월 시작된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시리즈의 일환으로, 콘서트 제목이자 방탄소년단의 곡명이기도 한 'Permission to Dance'의 진정한 의미를 살리기 위해 업그레이드된 버전으로 준비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의 콘서트였음에도, 팬들의 함성은 조금도 들을 수 없었다. 대신 클래퍼 소리로 잠실 주경기장을 울렸다.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팬들은 VCR에 나오는 음악에 맞춰 하나의 호흡을 만들어갔다.

  • ▲ [ENG] BTS(방탄소년단) 'PTD-Seoul' Concert 1st Day Highlight Moment
    공연의 포문을 연 곡은 2020년 2월, 코로나19 초창기에 발매된 'ON'이다. 방탄소년단은 당초 해당 곡을 시작으로 월드투어를 계획했으나 팬데믹 상황이 심각해지며 무산된 바 있다. 대면 공연에서 이를 선보이는 것은 방탄소년단에게도 아미에게도 뜻깊은 만큼, 해당 곡을 시작으로 모두 공연에 '로그온'(로그인) 할 수 있었다. 

    특히 흑백으로 연출된 LED 화면과 객석으로 쏘아진 'WE DON'T NEED PERMISSION'이라는 글자로 수놓인 조명이 시선을 압도했다. 무대뿐 아니라 객석까지 공연의 일부로 만든 것. 이어 방탄소년단은 '불타오르네', '쩔어' 등을 연달아 선보이며 분위기를 달구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서도 공연이 생중계된 만큼, 멤버들은 카메라와 아이 콘택트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처음 'ON'과 함께 하얀 빛으로 물들었던 객석은 이내 붉게 타오르는 듯한 뜨거운 빛으로 바뀌었다.

    힘껏 울리는 클래퍼 소리와 함께 무대를 마친 방탄소년단 RM은 "마침내 우리가 주경기장에서 다시 만났다"라며 감회를 전했다. 이어 지난해 10월 개최한 온라인 공연 '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를 언급하며 "5개월 전에 시작됐는데, 객석에 여러분이 있다는 것만으로 달라진 기분이다. 박수로 맞는 콘서트를 언제 하겠어요. 역사에 남을 콘서트"라며 이날 공연에 대해 언급했다. 뷔 역시 "예전에 텅 빈 객석 앞에서 카메라만 놓고 공연을 했는데, 아미들이 여기에 계시니까 정말 감동적이고 설렌다"라며 감동을 드러냈다.

  • "이번 공연 오랜 시간 기다려왔던 만큼,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알찬 무대로 준비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마음껏 즐겨주시길 바란다"라는 제이홉의 당부와 함께 공연이 이어졌다. 공연의 시작이 팬데믹 이전의 방탄소년단의 뜨거웠던 시절을 보여줬다면, 'Blue & Grey' 무대를 시작으로 펼쳐진 공연은 팬데믹 상황을 접한 방탄소년단의 모습을 담은 것처럼 보였다. 관객석은 푸른빛으로 물들며 방탄소년단이 선사하는 감성에 젖어들기 시작했다.

    'Black Swan' 무대까지 마친 뒤 정국은 "LA 공연이 끝나고 3개월 만인데, 3년 만에 하는 무대인 것 같다"라며 "오늘 공연을 위채 운동도 하고 춤도 추면서 체력을 길렀는데도 힘들다. 하지만 여러분이 있어서 힘을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진은 "아마 아미들도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다. '너무 멋있다'거나, '무대 진짜 좋다'거나 '힘들지는 않니' 등 마음이 충분히 전달되고 있으니까 끝까지 잘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따뜻한 말을 전했다.

    슈가는 "(2019년) 10월에 'THE FINAL' 공연을 여기에서 했는데, 그게 정말 파이널이 될 줄 몰랐다"라며 "여러분도 저희도 이런 공연이 처음이지만, 나름대로 평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저희와 아미가 잠실 주경기장에서 좋은 추억이 많은데 오늘뿐 아니라 앞으로도 훨씬 더 많은 추억이 생길 것 같다"는 말로 팬들을 위로했다.

  • 예고 없이 찾아온 상황에 달라진 일상을 보내는 솔직한 심경을 담은 'Life Goes On'을 부르며 무대에 오른 방탄소년단의 모습은 만나지 못했던 시간 동안 꾹꾹 눌러왔던 진심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노래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계속된다.' 함께 하지 못해도 서로를 사랑한다는 믿음이 있기에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다는 것. '작은 것들을 위한 시'에 담긴 가삿말처럼 말이다.

    RM은 "어떤 위기가 찾아와도 저희는 방법을 찾아냈고, 지금 여기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라며 "오랜만에 함께 해서 들뜬 마음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다음 무대를 소개했고, 'Dynamite', 'BUTTER' 등 팬데믹 기간 동안 방탄소년단을 더욱 성장시켜준 곡들로 흥겨운 분위기를 이어갔다.

    '잠시', 'Wings' 등의 무대에서는 리프트를 타고 공연을 선보이며 팬들과 좀 더 가까운 곳에서 마주하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마이크를 타고 오는 함성이 그립기도 하지만, 여러분의 질서정연한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라고 아미들의 공연 관람 태도에 감탄을 보낸 슈가는 "이번 'Permission To Dance' 콘서트를 단체 무대로만 채운 이유가 있다"라며 "아미 여러분께 우리를 조금 더 오래 보여드리고 싶은 것도 있지만, 저희가 아미를 좀 더 오래 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라고 진심을 밝혔다.

  • 'Stay+So What', 'IDOL'까지 마친 방탄소년단은 무대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아미들의 방탄소년단을 위한 공연이 시작됐다. VCR을 통해 나오는 '소우주' 음악에 맞춰 클래퍼 이벤트를 준비한 것. 아미들의 뜨거운 요청에 다시 무대에 오른 방탄소년단은 'HOME', 'Airplaine pt.2+뱁새+병' 등의 무대를 선사했다. 팬데믹 상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어디서든 함께 하고 싶은 방탄소년단의 마음을 담은 것이 아닐까.

    제이홉은 "아미가 있는 곳이 진짜 우리의 집이구나 생각이 들었다"라며 "공연은 정말 관객과 가수가 한자리에 있어야 완성이 된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라고 소감을 전했고, 지민 역시 "처음 사운드 체크 리허설을 할 때 아미 분들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확실히 이제야 진짜 고향에 돌아왔고, 집에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분의 에너지를 받으며 그동안 아쉽고 힘들었던 감정이 없어진 기분이라 좋았다"라고 팬들과 함께 한 공연에 대해 만족감을 드러냈다.

    "정말 집에 왔기 때문에 'HOME'을 부른 것이 의미가 있다. 여기가 진정한 저희의 고향 아니겠습니까"라며 RM은 "나중에 돌아보면 '그럴 때도 있었다' 하면서 말할 수 있는, 최고의 안줏거리를 선사한 역사적인 공연을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로 공연의 끝을 알렸다.

  • 마지막으로 펼쳐진 무대는 이날 공연의 제목이기도 한 'Permission to Dance'였다. 오프닝 무대의 'WE DON'T NEED PERMISSION'라는 말과 연결되는 엔딩으로 방탄소년단이 이날 공연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드러났다. RM은 "여러분이 계신 곳에서 이 노래가 완성된다"라고 소개했다. 

    '춤은 마음 가는 대로, 허락은 필요 없이'라는 곡의 메시지처럼 오롯이 방탄소년단의 춤과 노래에 빠질 수 있는 3시간이었다. 무엇보다 처음 흑백으로 시작돼 점차 다양한 색깔로 물들어가는 방탄소년단의 모습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대 위에서 팬들과 함께 소통하며 활기를 띤, 이들의 다음은 어떤 색일까 궁금증이 커진다.

    한편 방탄소년단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은 10일 공연을 시작으로 오늘(12일)과 13일까지 총 3일간 개최된다. 12일 공연은 라이브 뷰잉을 통해 전세계로 생중계될 예정이며, 13일 공연은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이 동시 진행된다. 방탄소년단은 매 회차별로 선곡에 변화를 주며 한층 풍성한 레퍼토리로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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