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으로 진행되는 인터뷰는 보통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 배우는 앉아있는 자세에서 간단한 인사를 하고, 홍보팀에서는 기자들의 질문을 읽어주며 인터뷰가 이어진다. 그런데 윤찬영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90도로 인사를 하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색다른 시작이었고, 그만큼 배우로서의 진지한 마음이 답변 가득 담겼다.

윤찬영은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청산 역을 맡았다. 청산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위기의 상황에서 친구들, 그리고 자신이 짝사랑 중인 소꿉친구 온조(박지후)와 함께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인물이다. 윤찬영은 대학교 연극영화과 진학을 위해 입시를 준비할 때, '지금 우리 학교는' 오디션을 보게 됐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시험을 보고 쓴맛을 봤어요. 제가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원하는 걸 위해 정말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좌절되자 마음이 꺾이는 순간이었거든요. 자책도 많이 하고, 집에서 누워만 있었어요. 한 2주 정도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누워만 있으면,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는 게 없구나'라고요."

"바로 일어나서 한 달 정도를 밥 먹고 연습에만 몰두했어요. 그러던 와중에 '지금 우리 학교는' 오디션을 보게 됐어요. 여기에서 내가 한 달 동안 열심히 노력한 것을 시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오디션을 보러 갔는데, 감독님께서 첫 마디가 '전에 오디션 본 배우에게 또래 배우 중 누가 연기 제일 잘하는 것 같냐고 물어보니 윤찬영이라고 답했다' 였어요. 진짜 그런지 보고 싶으시다고요. 저는 좀 침착한 성격이라서요. 차분히 연기를 마쳤는데요. 감독님께서 '그 친구 말이 맞다, 최고의 배우다'라고 해주셨어요. 극찬을 해주셔서 오디션은 안 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청산 역으로 함께하자'고 해주셔서 정말 감사한 마음이 들었어요. 그리고 입시까지 성공적으로 진행돼, 한양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저에겐 정말 감사한 시작이었습니다."

'지금 우리 학교는'에서 윤찬영은 청산의 여러 면에서 준비했다. "청산이의 올곧은 마음가짐과 삶에 대한 태도와 신념"은 늘 그 중심에 있었다. 그 중 부각된 것은 짝사랑하는 온조에 대한 마음과 좀비에 맞서는 액션이었다. 윤찬영은 "온조에 대한 마음을 어떻게 하면 키울 수 있을까 고민하며, 대본 뒷면이나 핸드폰 케이스에 온조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면서, 온조에 대한 마음을 어느 순간에도 놓치지 않게 노력한 것 같아요"라고 밝혔다.

윤찬영은 그 마음을 담아서 "온조를 살리기 위해 집중하려고 했어요"라고 밝혔다. 그는 "짝사랑은 정말 마음 아픈 일인 것 같아요. 청산이의 마음이 힘들고, 어디에 이야기하지 못하는 크나큰 어려움이 짝사랑 같아요. 사람과 사람이 사랑하는 과정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잖아요"라며 사랑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남라 역의 조이현을 "형"이라고 부른 에피소드도 밝혔다. 또래 배우들로 구성된 '지금 우리 학교는' 현장은 윤찬영에게 남다른 온기가 남아있는 곳이었다. 같은 반 친구들처럼 늘 모여서 토론을 했고, 각자의 생각을 나눴다. 그렇게 '지금 우리 학교는'의 케미는 완성됐다.

"모난 배우가 한 명도 없고요. 각자 캐릭터와 성향이 겹치지 않고, 다 달라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이 캐릭터는 이렇게 생각하고, 다른 캐릭터는 다르게 생각했고요. 같은 좀비를 보면서도 누군가는 겁에 질리고, 누군가는 지켜야겠다는 생각부터 하고요. 그런 부분이 다채롭게 나와서 너무 좋아요."

"에피소드가 있다면, (조)이현 누나랑 되게 편하게 지냈거든요. 정말 어른스럽고, 친근한 사람이라서요. 어느 날 (조)이현 누나랑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제가 저도 모르게 '형'이라고 했어요. 깜짝 놀랐는데 (조)이현 누나도 '너 지금 나한테 형이라고 했어?'라면서 '찬영이가 저보고 형이라고 했어요'라고 이야기하면서 다녔어요. 그다음부터 누나를 형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밝은 분위기에서 촬영했습니다.(웃음)"

윤찬영은 아역배우부터 출발해 단단하게 성장해온 배우다. 그가 연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이었다.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중학교 3학년 때 본 영화 '라라랜드'는 윤찬영을 꿈꾸게 했다.

"아직도 기억나요. 중학교 3학년 11월경에 '라라랜드'를 봤어요. 정말 아름다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도 멋있는 배우가 되어서,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을 만들고 싶다, 예술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요즘에도 주기적으로 '라라랜드'를 보며 그때 감정을 다시 느끼고 있고요."

"배우로서의 목표는 아직 중학교 3학년 때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라라랜드'를 연출한 데이미언 셔젤(Damien Chazelle) 감독님과 같은 작품에 서는 게 꿈이자 최종 목표이고, 더 많은 분께 웃음과 감동과 재미를 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우리 학교는'을 데이미언 셔젤 감독님께서 보셨는지, 못 보셨는지가 제일 궁금합니다. (웃음)"

올해 촬영에 돌입할 차기작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윤찬영은 오는 3월 25일(금)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seezn(시즌)에서 공개되는 ‘소년비행’(극본 정수윤, 연출 조용익)에서 18살 소년 윤탁 역으로 대중과 만난다. 그는 여태까지 해왔듯이 그렇게 열심히 2022년을 채워갈 생각이다.

"차기작은 논의 중인 것 같아요. 올해는 촬영하면서 못했던 대학 생활을 하고 싶어요. 수강 신청도 마쳤고요. 새 학기 준비를 하고 있어요. 정말 다양한 작품에서 인사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인간 윤찬영으로서의 모습도 많이 보여드리고 싶어요. 기대 많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꾸준히 열심히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