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내용 중 '고요의 바다'의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배우 공유가 선택하면 본다'는 믿음이 있었다. 액션('부산행')부터 판타지, 로맨스('도깨비')까지 장르를 가리지 않고 '공유의 작품'은 흥행의 작품이 됐다. 그만큼 공유가 처음으로 도전하는 OTT 시리즈에 기대감이 쏠렸다. 공유, 그리고 배두나가 주연을 맡은 넷플릭스 시리즈 '고요의 바다'가 '오징어 게임'과 비교 선상에서 출발한 이유인지도 모른다.

'고요의 바다'는 기후의 변화로 물이 부족해진 근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특수 임무를 받고 달에 버려진 연구기지로 떠난 정예 대원들의 이야기가 담겼다. 단편영화를 시리즈화 한 작품으로 최항용 감독은 연이어 메가폰을 잡았다. 공유는 제작보고회 당시 '고요의 바다' 시나리오를 읽고 "유레카"를 외쳤다고 했다.

"저도 단편을 봤는데요. 근 미래에 충분히 예상 가능한 황폐해진 지구의 모습, 그 속에서 우리에겐 필수 자원이 고갈됐고, 그러면서도 물에 의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모습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졌어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졌고요. 월수라는 설정이 신선했어요. 절대적으로 필요한 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물, 서클링이라고 할까요? 하나의 원으로 연결되는 느낌이었고요. 그것이 작품의 세계관에서 좋은 요소였다고 생각해요. 완성도를 보고 저는 만족합니다."

공유는 탐사대의 대장 한윤재 역을 맡았다. 한윤재는 아픈 딸을 가진 아빠였고, 대원을 이끄는 대장이었다. 부성애와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동시에 지닌 인물을 맡아 공유는 "수만 가지 선택 중 지금의 선택으로 한윤재가 완성된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윤재가 다소 표현이 적어서 드라이한 편이고요. 한국에 홀로 두고 온 아픈 딸이 있어서 임무에 집중해야 하는 인물이었잖아요. 극이 진행되며 잃게 되는 대원도 생기지만, 윤재는 나아갈 수밖에 없고요. 연기하면서 불편했어요. 그때마다 감독님과 이야기하며 수만 가지 선택지 중 선택을 해서 지금의 결론이 나왔어요. 급박한 상황에서도 캐릭터는 앞으로 나아가야 하니까요. 상황적으로 배우가 충분히 감정을 드러내고 표현을 하기에 시간이 없는 상황이에요. 다소 건조하게 보시는 분도 있는데, 저는 지금의 윤재가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나마 포인트를 꼽자면, 윤재가 유일하게 웃는 한 컷이 딸 앞에서거든요. 전 그 컷이 개인적으로 소중한 컷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딸에 대한 윤재의 모습을 좀 더 보여주길 바라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윤재의 마지막 얼굴에서 힘겹게 흘리는 한 방울의 눈물에서 저는 충분히 표현됐다고 생각하는데요. 보시는 분들은 어떻게 받아들이셨는지 모르겠어요."

외적으로도 변신이 있었다. 특히, 목에 새겨진 문신은 한윤재라는 인물에 단단함을 부여했다. 공유는 "기존 제가 가진 이미지가 부드러운 이미지가 많다 보니, 조금은 더 거칠어 보이도록 선택했어요. 감독님께서는 오히려 조금 더 빌런 같은 느낌을 고민하고 원하시긴 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문신은 사실 크게 의미는 없었어요. 윤재 전사를 생각할 때 윤재는 군인이었고 제 피부 톤보다 더 어둡게 한 것도 윤재의 살아온 삶이 녹록지 않았고 고단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작은 시도였어요. 문신도 그렇고요. 문신은 실제 윤재가 군대에서 있을 때 윤재가 굳건하고 강직한 군인 스타일이라 부대 마크를 타투로 한 거예요. 어찌 보면 충성심을 나타낼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고요. 그런데 문신이 큰 부분을 차지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부성애와 액션, '고요의 바다'를 보면서 '부산행' 석우를 떠올리기도 했다. 공유는 "설정상 딸을 가진 아빠, 어찌보면, 희생하는 부분이 유사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저는 크게 신경 안썼던 것 같아요"라며 답변을 이어간다.

"석우는 좀 이기적인 느낌이었는데 윤재는 그런 느낌은 아니었어요. 제가 생각한 윤재의 전사는 고단한 감정과 이어지는 부분이 있어요. 서사의 많은 부분이 지안(배두나)을 중심으로 흐르다 보니, 상대적으로 윤재의 서사가 보여지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요. 몇몇 중요한 포인트를 가져갔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게 딸과 있을 때, 윤재가 고단한 아버지의 얼굴을 가졌으면 했어요."

미혼이지만 연이어 부성애 연기를 보여주기도 했다. 공유는 "다섯 번째"라고 정확하게 이를 집었다. "저는 아빠 연기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아요. 제 연령대와 맞는 연기이기도 하고요. 제가 아빠 캐릭터를 한 번 해서 그런지 편하게 제안해 주시는 것 같고요. 저는 특별한 계기는 없어요. 제가 '남과 여' 때도, '부산행' 때도 이런 질문 많이 받게 되는데요. 부성애를 표현하면서 특별히 노력하는 지점을 꼬집기는 어렵고요. 같이 연기하는 아역의 도움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지난해 공유는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20년 동안 작품 속에서 그는 신뢰를 주었고, 대중은 그에 대한 사랑으로 응답했다. 최근 인스타그램을 개설하고, 대중과 소통에 나선 공유는 그 이유의 중심에 팬들이 있었음을 이야기했다. 국내외에서 큰 사랑을 받아왔기에 편하게 소통을 하고픈 그다.

"제가 팬들을 위해 뭔가 특별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20주년 고민 끝에 인스타그램을 개설했어요. 해외 분들은 온라인 카페에 가입 자체도 제약이 많더라고요. 회사에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인스타그램이라서요. 꾸며지고 멋진 모습은 회사에서 관리하는 게시물이라고 보시면 되고요, 날 것 같은 모습은 제 모습으로 봐주세요. 꾸며진 모습으로 SNS에 올라가는 게 좀 오글거리더라고요. 팬들에게도 그게 제 모습이니까 실망하지 말고 귀엽고 유쾌하게 봐 달라고 글을 남겼어요.(웃음)"

20년을 돌아보며 공유는 자신에게 한 번 더 칭찬해주고 싶다고 말한다.

"저는 20년을 돌아보면서 '내가 나에게 인색했구나'라는 걸 알았어요 2·30대에는 그런 걸 모르다가 40대가 되고 나서 돌아보니, 나에게 인색했던 건 아닌가 싶었어요. 나에게 좀 더 칭찬해주고, 나를 더 응원하고 사랑하자는 생각을 하며 20주년 맞은 것 같아요. 큰 탈없이 여기까지 와준것에 칭찬하고 싶고요."

"연기는 하면할수록 어렵더라고요. 제가 한동안 고민을 깊게 하다가 요즘 쉬는 시기라서 좀 내려놓고 (고민을) 쉬고 있어요. 힘든 고민을 지나 휴식기를 주는 타임인 것 같아요. 사실 명징하게 고민이 해결됐다고 답을 낸 적은 없었어요. 다만 내 마음을 좀 더 비우고, 내려놓고, 어떻게하면 좀 더 잘 내 마음을 헤아리고 컨트롤해서 고민을 덜 수있을까. 그게 제 삶인 것 같고 그게 과정에 놓여있는 것 같아요. 끝나는 날이 언제인지 모르겠지만 계속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