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①에 이어] "좋았던 분들과 좋은 현장에서,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했고, 여기에 반응까지 좋으니까 앞으로의 일들 역시 이런 분위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
'옷소매 붉은 끝동'은 이준호가 전역 후 선택한 복귀작으로도 많은 관심을 얻었다.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묻자 "대본을 볼 때 캐릭터가 어떻다는 것에 대해 생각을 안 하고, 재미있게 느끼려고 한다"라며 "'옷소매'의 경우, 대본이 편안하게 잘 읽혔다. 다음 편이 궁금해졌고, 이야기의 힘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답했다.
-
대본을 완성한 정해리 작가와의 소통은 어땠는지 묻자, 이준호는 "대본을 처음 7부까지 보고 작품을 확정했다. 작가님은 드라마 촬영 전에 한 번 뵙고 이번 '연기대상'이 두 번째였다"라며 특별한 소통은 없었지만, 강한 신뢰가 있었다고 답했다. "주시는 대사 하나하나가 묵직하게 다가왔다. 고백할 때도 직접적이지 않게 '휘둘렸느냐' 같은 은유적인 표현이 멋있었다. 어떻게 해야 기분 좋게 들릴까 고민하는 좋은 스트레스를 받게 해주셨다."
정지인 감독은 이준호에게 많은 힘이 됐다. 이준호는 "감독님께서는 정말 현장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며 "8~9개월의 시간, 길게는 1년 동안 작품을 준비하셔서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었을텐데 단 한 번도 티를 내지 않았고,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주셨다. 메이킹 보신 분들을 아실 수도 있는데, 그 웃음소리가 있다. 그게 정말 큰 힘이 됐다. 필요할 때는 확실한 디렉팅을 주시고, 때로는 온전히 배우를 믿고 간다는 믿음도 주셔서 저 또한 책임감을 갖고 작업할 수가 있었다. 유연함과 포용력이 있는, 멋진 감독님"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준호는 TMI라며 "감독님께서 가장 크게 웃으셨을 때는 제가 수염을 분장했을 때였다. 박수를 치고 발까지 구르면서 크게 웃으셔서, 그때가 기억에 남는다. 그 웃음에 큰 힘을 얻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
이러한 신뢰에 힘입어 이준호 역시 자신만의 이산을 완성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있었다. 드라마를 앞두고 출연한 예능 '나 혼자 산다'에서는 젓가락질부터 연습하는 모습이 담겼는데, 이에 대해 이준호는 "드라마를 시작하면서 그 인물이 되고자 했다. 시청자들로 하여금, 정조 이산의 모습이 살아있으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만족을 드리고 싶었다"라며 운을 뗐다.
"한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사소한 습관까지도 생각하며 캐릭터화 시켜야 했다. 그게 처음에는 젓가락질이었다"라며 이준호는 "어떻게 표현됐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시청자들께서 잘 봐주셨다면 감사하다. 완벽한 인물이 되는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이 잘 맞아떨어진 것 같다"라고 답했다.
물론 어려운 시간이었다. 이준호 역시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준호가 아닌, 이산이 되었기에 어느 것 하나 허투루 할 수 없다는 답답함이 컸다. 그럼에도 이준호는 "내면에 아픔이 있고, 생명의 위협도 많아 많은 신경을 쏟고 있기 때문에, 외적으로 보이는 (완벽주의) 이미지가 크게 다가왔다"라며 "정자세로 책을 읽는다거나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을 몸에 적응시키려고 노력했고, 대사나 눈빛, 말투, 걸음걸이까지도 차분하게 절제했다"라고 말했다. -
- ▲ '옷소매 붉은 끝동' 이덕화, "이준호, 이렇게 괜찮은 애가 없더라고... 진실성" | '옷소매 붉은끝동' 제작발표회
이산을 연기하며 이준호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이준호는 "아직은 정확히 모르겠다. 곰곰히 생각해볼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라며 "시간이 날 때 드라마를 정주행할까 한다. 촬영하면서 제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고 아쉬웠던 부분이 많아서 스스로를 많이 다그쳤었다. 군백기를 거치면서 가수로서, 또 배우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열망이 컸던 것 같은데, 그 마음만큼 따라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냉정하게 스스로 평가를 해야할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하지만 이준호의 노력은 함께 호흡을 맞춘 대선배 이덕화에게도 깊은 영감을 안겼다. 이덕화는 이준호를 향해 '이렇게 괜찮은 애가 없다', '진실성이 있다'며 남다른 극찬을 보내기도 했다. 이준호는 "내가 진실성과 진정성이 있는 연기를 했나 돌이켜 생각해 봤는데, 선배님께서 제작발표회가 끝난 이후에도 그런 말씀을 해주셔서 너무 기뻤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현장에서 영조와 정조로 있으면서 큰 힘을 받았다. 에너지가 정말 대단하시고, 나이스한 분이다. 대화를 나누면서도 서로 실없이 농담할 수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정말 감히 말씀드리겠지만, 생각과 이런 모든 것들이 후배들의 눈높이에서 대화를 해주는 분인 것 같다. 제가 오히려 그 에너지를 따라가게 됐다"라며 "곁을 내주고, 벽을 허물어주시는 분이셔서 저도 그런 좋은 분위기의 좋은 에너지를 주는 선배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라고 말했다. -
이준호의 '진실성'은 시청자들에게도 와닿았다. '옷소매 붉은 끝동'은 최고 시청률이 17%를 넘어서는 등 시청률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던 MBC 드라마국의 구원투수로 활약을 했다. 이준호는 "많은 분들이 '옷소매'를 사랑해 주시니 마냥 기뻤다"라며 "세상에 드라마가 알려지기 전부터 우리끼리 촬영하며 즐거운 현장이었다. 이런 현장에서 계속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반응까지 좋다 보니까 모두가 행복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15% 시청률로 내세웠던 '우리 집' 곤룡포 버전을 만날 수 있게 되어 기대감을 높인다. 이준호는 "아직 종영한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배우들과 같이 이행할 분이 계신가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다"라며 "다른 배우들도 15% 공약을 거신 분들이 있는데, 그분들도 같이 하실지 모르겠다. 이 공약은 무조건 지키려고 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많은 사람 속의 신뢰 속에서 노력한 덕분에 이준호는 '이산'이 될 수 있었고, 시청자들 역시 '이산'하면 이준호를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가에 대해 이준호는 "제가 연기 인생이 9년 차인데, 참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김과장' 서율을 했을 때도 인생 캐릭터라는 말을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즐거운 칭찬이다. 앞으로도 꾸준히 그 인물과 혼연일체 되고자 노력하면서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인터뷰③] "이준호의 계절? 해 온 대로 꾸준히 한 것이 원동력" 기사로 이어집니다.
- 하나영 기자 hana0@chosun.com
최신뉴스
Copyright ⓒ 디지틀조선일보&dizz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