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인터뷰] '술도녀'로 꽃피운 배우 한선화

기사입력 2021.12.24.18:58
  • 한선화 인터뷰 / 사진: 키이스트 제공
    ▲ 한선화 인터뷰 / 사진: 키이스트 제공
    천천히 성장하고 있던 한선화가 배우로서 꽃을 피웠다. 어떤 배우여도 소화하기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는 극강 텐션의 캐릭터를 맡아 '찰떡'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한선화가 출연한 '술꾼도시여자들'은 다음 웹툰 '술꾼도시처녀들'을 원작으로, 하루 끝의 술 한잔이 인생의 신념인 세 여자의 일상을 그린 본격 기승전술 드라마다. 원작이 큰 사랑을 받은 만큼, 드라마 역시 많은 시청자를 매료했다. 작품은 현실 우정과 직장인의 애환, 리얼한 술자리 풍경 등으로 공감을 이끌었다.

    한선화는 통통 튀는 발랄함과 빛나는 외모를 가진 요가 강사 '한지연'으로 분했다. 어딜 가나 남자들의 시선을 독차지하는 지연이는 사랑을 찾는 과정을 겪으면서 점점 성장하는 인물이다. 작품을 마치고 시즌2를 확정 지은 한선화와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마주 앉았다.
  • 한선화는 감당하기 힘든 텐션을 가진 인물을 완벽하게 연기했다. 하지만 배우에게는 지연이에게 스며드는 그 과정 자체가 쉽지 않았다.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텐션이었기에 톤을 잡는 것부터 시행착오가 많았다.

    "일단 텐션 높이고 톤을 높이는 건 리딩 연습하면서 높였아요. 작가님, 감독님이 원하시는 톤에 맞추려고 했죠. 사실 처음 리딩 하러 갔는데 너무 확고하게 원하시는 텐션과 톤이 있으셔서 자신감이 안 생기더라고요. 제가 생각한 것과 달랐거든요. 이 역할을 잘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걱정과 고민이 많았어요"

    "버거워서 포기하고 싶기도 했지만, 재밌으니까 또 욕심은 나더라고요. 그래서 그 압박감에 준비도 많이 했어요. 애드리브도 준비를 많이 했죠. 재밌는 장면들은 현장에서도 이렇게 해볼까 저렇게 해볼까 하면서 나온 것들이 많아요"
  • 배우는 캐릭터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끌어내곤 한다. 한선화와 지연이는 어떤 면이 닮았을까.

    "닮았다는 걸 평가하자면 반반 정도 같아요. 지연이가 마냥 밝고 해맑기만 한 역할이었으면 입체적이지 않았을 것 같아요. 저와도 닮은 점이 있죠. 저를 밝게 생각해 주시는 분들도 많지만, 저도 양면성이 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모르는 저만의 다크한 부분도 있는데 그런 모습이 있어서 제가 지연이 말고도 다른 캐릭터를 잘 소화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 그런 그에게 지연이를 맡기고, 또 용기를 준 건 위소영 작가다. 앞서 위 작가는 매체 인터뷰에서 한선화와의 일화를 전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배우와 작가의 사이를 넘어 뭔가 끈끈한 것이 두 사람을 이어줬을 터다.

    "리딩 하는 내내 정말 힘들었어요. 작가님은 정말 확고하셨고요. 그래서 '진짜 잘 못할 것 같다. 힘들다. 내가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어요. 우선 그 얘기를 접어두고 작가님과 밥 겸 술을 곁들였는데 작가님께서 그냥 사적인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그러다가 작가님도 본인이 잘 안 풀리는 것 같다고 말씀하신 게 저를 건드렸어요. 동질감도 느꼈고, 인간미도 있었고요"

    "'나만 믿으라'고 했던 건, 작가님 인터뷰 보고 아차 싶었어요. 제가 위험한 말을 했더라고요. 그렇게 말했던 건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그런 마음으로 할게요'라는 뜻이었어요.(웃음)"
  • 걱정과는 달리 첫 방송부터 호평을 이끌어낸 한선화다. 한선화는 작품이 사랑받을 수 있었던 공을 자신 때문이 아니라 이선빈, 정은지, 그리고 모든 스태프들의 덕으로 돌렸다. 특히 세 여자친구의 리얼한 케미를 보여준 이선빈, 정은지와의 촬영은 그 자체로 행복했다고 했다.

    "성격들이 다 털털해서 빠른 시간에 친해질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더 좋은 호흡을 나눌 수 있었죠. 선빈 씨는 보는 것과 다르게 털털해요. 도시적인 이미지도 있지만, 털털하기도 해서 되게 귀여웠어요"

    "오랜만에 춤추니 정말 힘들었고, 사이키 조명 아래서 하니까 어지럽더라고요.(웃음) 곧잘 따라는 하는데 힘들었어요. 셋이 다 같이 연습실 가서 연습을 했어요. 촬영 중간에 제가 허리 디스크가 있어서 연습이 어렵기도 했지만, 꾸준히 해온 게 있어서 잘 찍을 수 있었어요"
  • 주옥같은 신을 만들어낸 것 역시 한선화였다. 닭발을 머리 위로 들고 캐럴송을 부르는가 하면, 소맥을 말면서 음주송 '과수원길' 노래를 부르는 것도 한선화의 애드리브였다.

    "보통 여자들은 술 마시고 나면 살찔까 봐 몸을 만져보곤 하잖아요. 다 같이 술 마시고 '소희는 어디 간 거야?' 하는 지구의 질문에 지연이가 답하면서 몸을 주무르거든요. 그런 디테일을 챙겨가려고 했어요"

    "첫 회에 닭발 필승이나 입안에 없다고 입 벌리는 것도 지문에 없었어요. 이 대사를 어떻게 재밌게 하지하면서 이렇게도 해보고 고민도 많이 했죠. 집에서 '아라라라' 하는데 현타가 오더라고요.(웃음) 이미지에 손상이 있지 않을까 싶어요. 리딩 연습할 때 했더니 다들 빵 터지시더라고요"
  • '술꾼도시여자들'은 종영과 동시에 시즌2에 대한 폭발적인 요청이 쏟아졌다. 시즌2에서 보여줄 한선화의 모습이 더 기대됐다.

    "글쎄요. 저는 시즌1에 영혼을 탈탈 털어서 거기까지는 힘들 것 같기는 해요. 그래도 몸이 기억을 하겠죠. 자유로운 현장에서 연기할 수 있었던 점이 보탬이 된 것 같아요"

    '술도녀'를 마치고, 또 차기작 영화 '교토에서 온 편지'까지 크랭크업한 한선화는 잠시간 휴식시간을 갖게 됐다. 평소 산을 좋아한다는 그는 버킷리스트였던 한라산 등반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올 한해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온 자신을 위한 선물이었다.

    "'영화의 거리', '강릉'이라는 영화도 나오고, '언더커버'도 나오고, '술도녀' 촬영도 하고. 바로 다음에 '교토에서 온 편지'도 찍었어요. 선배님들과 한 작품 안에서 녹아날 수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에요. 올해 많은 작품이 오픈 되니까 더없이 감사하고, 기대하지 못한 큰 관심과 사랑을 받게 돼서 저도 원동력을 얻을 수 있었어요. 한 해가 정말 알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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