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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서울 도심에서 택시 잡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자정 이후 심야 시간대에 특히 심하다. 가장 큰 원인은 택시를 타려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택시 기사 수는 줄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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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반에만 해도 전국에 법인택시 운전자가 10만명이 넘었었다. 그런데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되던 지난해 8월 7만7000명까지 줄어들었다. 택시 기사 수가 예전 보다 20% 넘게 줄어든 것이다.
법인택시 기사들이 떠나는 것은 팬데믹 여파 때문이다. 2년간 영업시간 제한 등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시행하면서 택시 수요가 급격히 떨어졌다. 그런데 개인택시 기사와 달리, 법인택시 기사는 업을 유지하기 위해 고정적으로 나가는 비용이 있다. 택시 회사에 내는 사납금이다. 택시 회사가 기사에게 차량을 빌려주는 명목으로 물리는 돈이다. 법인택시 기사는 정해진 사납금을 회사에 내고 나머지 소득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영업해왔다. 공식적으로 사납금은 폐지됐다. 대신 '전액 관리제'라는 월급제가 시행됐다. 하지만 여전히 변형된 형태의 사납금이 존속하고 있다. 손님을 태우지 못해 소득은 줄어드는데 회사에 내야 할 사납금은 고정돼 있는 상황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카카오T 등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에게 각종 수수료까지 챙겨줘야 했다. 그래서 다수 기사들은 택시 업계를 떠나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물류나 배달 업계에 주로 흡수됐다는 이야기가 많다. 택시와 정반대로 팬데믹 기간에 수요가 급증한 업종이었다.
공급을 늘리는 방안도 나왔다. 지난달 16일부터 내년 1월 1일까지 심야 시간대 개인택시 3부제를 해제했다. 현재 서울 개인택시는 운전자 과로 방지, 차량 정비, 수요·공급 조절을 위해 가·나·다 3부제로 운영하고 있다. 이틀을 근무하면 하루는 쉬게 하는 게 3부제다. 서울시가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서 이 조치를 해제해 심야 시간대에는 매일 영업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효과는 크지 않다.
3부제를 해제한다고 해도 이게 승차난을 해결할 수는 없다. 3부제 시행 이유가 택시 기사들의 과로를 방지하고 차량을 정비하는 목적도 있기 때문에 근무 시간이 길어지면 자연스럽게 사고가 날 위험도 커진다. 기사들도 고령층이 많아 더 위험하다. 또한, 다음 날 출근길에 운행하는 택시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생길 수도 있다.
서울시는 휴업신고 없이 무단으로 운행하지 않는 개인택시에게 행정처분을 내려서 운행률을 끌어올릴 거라고 했지만 이런 방법으로 부족한 택시를 얼마나 더 끌어올릴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서울시 조치들 보다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바로 열악한 기사들의 처우 개선이다. 안정된 직장이 되게끔 만들어주고, 기사들의 생계를 이어줄 수 있게끔 업그레이드시켜 주는 등 실질적인 보완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택시 부족 현상 더 심각해지기 전에 빨리 원인부터 제대로 찾아서 추운 밤거리에서 시민들이 택시를 잡으려고 추위에 떠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 성열휘 기자 sung1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