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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지킬앤하이드' 신성록X아이비, 디테일로 완성한 마스터피스

기사입력 2021.12.14.16:11
  •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리뷰 / 사진: 오디컴퍼니 제공
    ▲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리뷰 / 사진: 오디컴퍼니 제공
    인간의 본능적인 광기, 그 무의식의 깊이는 어디까지일까.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인간의 양면성과 선악의 대립을 소재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 '스릴러 로맨스'를 더해 흡인력을 높이고, 눈을 뗄 수 없는 마스터피스를 완성해낸다.

    작품은 선과 악을 철저히 분리해 의지대로 컨트롤하고자 했던 한 박사의 이야기를 다뤘다. 원작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을 무대로 옮겨 1990년부터 전 세계 뮤지컬 팬을 매료한 명작이다. 원작이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소재에 더 집중했다면, 무대 위 '지킬 앤 하이드'는 로맨스를 한 스푼 더해 다채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 작품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위험한 연구에 매진한 지킬 박사의 모습으로 시작한다. 지킬은 사람의 정신에서 선과 악을 완전히 분리하는 방식으로 정신질환자를 치료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실험을 앞두고 이사회의 반대에 맞닥뜨린다. 이사회는 지킬의 생각이 '미친 짓'이라며 환자 치료 보다 수익 사업에 열을 올린다. 지킬은 겉으로는 고고한 척하지만 속내는 비열한 위선적인 귀족들의 행태에 분노한다.

    결국 지킬은 연구를 시작할 방법을 찾는다. 바로 자신이 임상 대상이 되는 것. 자신에게 치료제를 주입한 지킬은 일지를 적는다. 처음에는 실패하는가 싶더니, 그의 또 다른 인격 '하이드'가 튀어나오기 시작한다. 지킬은 점점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하는 하이드로 인해 점점 자신을 잃어간다.
  • 지난 10월, 아홉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그간 함께 해온 캐스트뿐만 아니라 뉴 캐스트로 공연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믿고 보는 배우 류정한, 홍광호에, 뮤지컬 '드라큘라', '레베카' 등에서 역량을 뽐내 온 신성록이 합류해 트리플 캐스팅을 완성했다.

    지킬과 하이드는 선과 악의 프로토타입과도 같다. 선함을 전하려는 지킬 박사와, 욕망만을 따르는 하이드의 대립은 보는 이마저 그 괴리감에 빠져들게 한다. 그렇기에 혼란스러운 상황을 목도해야 하는 관객을 잘 이끌, 배우의 역량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공연으로 '지킬 앤 하이드'를 처음 소화한 신성록은 그간 쌓아온 탄탄한 연기력과 노래로 무대 장악력을 제대로 선보였다.
  • 극 초반, 'I Need to Know' 독창으로 지킬의 간절하면서도 절박한 심경을 표현한 그는 넘버 'This is the Moment'에서 섬세한 강약 조절로 관객을 압도했다. 특히, 폭주하는 하이드와 지킬의 대결을 극적으로 표현한 넘버 'The Confrontation'에선 절정을 제대로 보여줬다. 퀵 체인지로 진행되는 야수 같은 하이드와 이성적인 지킬의 양면을 이질감 없이 소화했다.

    아이비는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가녀린 루시 역을 맡아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보여줬다. 'Bring On the Men'에선 매혹적인 무대 매너로 보는 이를 매료했고, 'Someone Like You', 'A New Life'에서도 섬세한 감정선으로 감동을 자아냈다.
  • 지킬의 약혼녀 '엠마'로 분한 최수진은 지고지순한 캐릭터를 넓은 스펙트럼으로 표현했다. 극 초반 사랑에 빠진 모습부터 지킬의 아픔을 보듬고 제자리를 찾아가려는 단단함까지, 특유의 유려한 연기력이 몰입도를 높였다. 특히 루시와 엠마의 듀엣을 만끽할 수 있는 'In His Eyes'에서는 짙은 감성으로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아이비와 최수진은 신분도 상황도 다른 각 캐릭터의 상황을 디테일한 차이로 표현, 하나의 곡을 완성해냈다. 작품의 메시지를 관통하는 'Facade'도 빼놓을 수 없다. 인간의 이중성을 노래하는 앙상블은 그야말로 눈과 귀가 즐거운 신을 보여줬다.
  • '지킬 앤 하이드'를 향한 한국 뮤지컬 팬들의 사랑은 지극하다. 2004년 한국 프로덕션 초연부터 매진을 기록했고, 객석점유율 95%, 누적관객수도 150만 명을 넘겼다. 뮤지컬계의 내로라하는 톱스타들이 이 작품을 거쳐갔다. 게다가 논 레플리카 방식으로 제작됐기에 한국 프로덕션 만의 매력을 가득 담을 수 있었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주옥같은 넘버와 신춘수 프로듀서의 섬세한 연출, 그리고 변화무쌍한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배우들까지. 말 그대로 하모니를 만끽할 수 있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오는 2022년 5월 8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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