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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전종서는 최근 영화 '콜'을 통해 만나게 된 이충현 감독과 열애 사실을 인정했다. 최근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다는 것. 사실 영화 '연애 빠진 로맨스'의 개봉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 당시에는 이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전종서는 '연애 빠진 로맨스'로 첫 로맨스 코미디 장르에 도전했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엔 그 이유로 충분했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연애에 지친 29살 여성 함자영(전종서)과 마음은 주지만 상대방에게 돌려받는 마음은 없는 33살 남성 박우리(손석구)가 데이팅 어플을 통해 만나며 벌어지는 로맨스를 담았다. 이름만큼 개성 강한 두 사람은 여러 만남을 통해 솔직한 성과 사랑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나누기에 이른다.
전종서는 과거 소속사와 계약 당시에도 '로맨스 장르는 못 하겠다'라고 못 박을 정도로 거부감이 있었다. 하지만 '연애 빠진 로맨스'를 선택한 이유에는 "시나리오"가 있었다. "로맨스 장르치고는 파격적이었고, 솔직해서 기분 좋게 자극적이었고,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정가영 감독님 특유의 대사들이 극대화되어있는 시나리오라서 읽고, 얼마 안 되어서 빠르게 결정했던 것 같아요." -
'연애 빠진 로맨스'를 선택하고, 촬영에 임하고, 완성본을 본 후 로맨스에 관한 생각이 달라졌다. 전종서는 "개봉 전 기술 시사회가 있어서 개인적으로 보러 갔는데요. 그때도 보러 갈 용기가 나지 않더라고요. 얼마나 낯간지러울지 겁이 났고요. 그런데 다 보고 나니까 그런 걱정들도 없어졌던 것 같아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되게 리드미컬하게 편집이 되어있잖아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가수 선우정아 님이 음악감독을 맡아주셔서, 노래와 함께 본 음악은 또 새로운 느낌을 주더라고요. 이 작품을 보고 나서 로맨스 장르를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 '어바웃 타임' 같은 느낌도 좋고요. 그보다 진한 로맨스, 멜로물, 아니면 이별 후에 찾아오는 그런 감정들을 담은 영화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로맨스 장르를 하면, 제 모습이 드러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더 부담감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연애 빠진 로맨스'는 사랑의 과정을 그렸다기보다 사랑이 시작되는 알쏭달쏭하고 서로 탐구하는 과정이 있잖아요. 그래서 어딘지 모르게 내 모습을 확인하게 되는 영화였던 것 같아요. 전형적인 로맨스 코미디는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존 작품들과는 다른 매력이 분명한 것 같아요." -
함자영은 당돌한 캐릭터다. 성에 대한 자기 생각을 솔직히 털어놨고, 여자 친구들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부분을 우리(손석구)앞에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솔직함, 당돌함, 발칙함이 함자영의 키워드라면, 과연 전종서는 그에게서 어떤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된 걸까.
"원래 제가 많이 짖궂은 편이에요. 자영의 짖궂은 모습들이 저랑 비슷한 것 같아요. 대사가 한정적이라서 굳이 다른 말을 더하지는 않았어요. 애드리브도 거의 없었고요. 그런데 어떤 표정이나 눈빛, 행동, 눈으로 말하는 부분, 툭툭 건드리는 듯한 자영의 모습이 실제 저와 닮은 것 같아요."
사랑 앞에서 전종서는 어떨까. -
"기다리는 편인 것 같아요. 그리고 확신하기 전까지 먼저 사랑에 잘 빠지지 않는 것 같아요. 많은 여성분들이 그럴 것 같아요. 저는 사랑은 다 주는 거로 생각해요. 서로 다 주는 것. 내가 이 사람에게 다 줬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네 모든 걸 다 줘'라고 하는 건 잘못된 거지만요. 저는 다 주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연애 빠진 로맨스' 이전 전종서는 영화 '콜'과 '버닝'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정말 등에 못이 박힌 것 같은 공포를 '콜'에서 느꼈고, 미스터리라는 단어를 '버닝' 속 전종서를 통해 떠올렸다. 손에 닿지 않을 것 같은 멀리 있는 캐릭터, 전종서는 이를 바로 등 뒤로, 바로 머리 위로 끌어당겼다.
"저는 캐릭터에 임할 때, 좀 반대로 접근하는 것 같아요. 자영이는 개방적인 것 같은데, 보수적으로 봤거든요. 이성에게 거침없이 직진하는 것 같지만, 사실 알고 보면 자기 마음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캐릭터를 만드는데, 이렇다 하는 시스템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결국에는 본능적으로 하는 것 같고. 계산하지 않는 것 같아요. 빌런이라면 빌런대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런 사람대로. 발칙하면 발칙한 대로. 그런 식으로 그 사람의 매력이 있다고 생각해요. 매력을 극대화할 방법에 대해 생각을 하며 캐릭터에 다가가는 것 같아요." -
데뷔 후 내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여전히 전종서는 '버닝'에 대한 생각이 많이 난다. 하지만 달라진 점은 없다. 차이점이 있다면 과거보다 현재에 더 '관객들이 재미있게 보시려나'라는 생각이 더해졌을 뿐이다. "결국 관객이 없으면, 연기도 의미가 없는 거니까"라고 이유를 덧붙이는 전종서다.
"제가 연기자로서 어떤 힘이 있는지, 아직 잘 모르겠어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도 지금 당장 말하라면, 모르겠고요. '잘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도 가끔 들어요. 그런데, 연기가 너무 재미있어요. 연기, 영화, 이런 것들을 정말 누구보다 사랑해요. 영화를 계속 보고 싶고, 연기를 계속하고 싶고, 이런 마음이 정말 진심인 것 같아요. 이전에도 그랬고, 이후로도 쉽게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전종서는 영화 '모나리자 앤드 더 블러드문'의 여주인공으로 할리우드에 진출했다. 미국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비범한 능력을 가진 소녀가 정신병원을 탈출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여러모로 전종서의 도전에 기대감이 쏠린다. 다양한 이야기 속에 주인공으로 임했던 그는 또 어떤 도전을 꿈꿀까. 우주까지 뻗어갈 것 같은 그의 대답이 앞으로 '배우 전종서'를 더욱 기대하게 한다.
"저는 정말 정말 잔인한 액션 영화 같은 것도 해보고 싶고요. 완전히 초 미래의 AI 인간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한 집에서 가정에 대해 낱낱이 파헤치는 가족에 관한 영화도 해보고 싶고요. 아주 평범한 드라마도 해보고 싶고요. 그러면서도 초 빌런도 해보고 싶고요. 불안에 떠는 여자 같이 매력적인 캐릭터도, 사람들이 다양한 사람들이 많아서 만들어질 캐릭터도 엄청 무궁무진한 것 같아요. 해보고 싶은건 정말 많아요."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