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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3년마다 반복되는 카드 수수료 갈등, 상생 방안과 제도 개선 필요

기사입력 2021.12.02 08:52
  • 카드 수수료 개편안 발표가 12월 말로 연기된 가운데 카드사와 금융당국이 수수료 인하 여부를 둘러싸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카드사는 비용 등을 감안해 더 이상 낮출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고려해 더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다.

    카드 수수료는 여신금융전문법에 따라 2012년부터 3년마다 원가 분석을 기초로 산정된 적격비용을 검토해 당정이 수수료율을 정하고 있다. 적격비용에는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VAN(카드결제중개업자) 수수료, 마케팅 비용이 포함된다. 금융당국은 재산정 시기가 돌아오면 중소·영세 가맹점 보호 등의 이유로 2007년 이후 13차례 카드 수수료율을 낮췄다. 그 결과 2007년 4.5%에 달하던 일반 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은 1.97~2.04%로 낮아졌다.

  • 사진=픽사베이
    ▲ 사진=픽사베이

    올해도 카드 수수료율 인하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생계를 위협받는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보호한다는 이유다. 앞서 15일 카드노동자협회는 “카드 산업은 살아남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그것이 다시 원가로 반영돼 3년 뒤 수수료 인하 여력이 되고, 카드 산업 노동자의 목을 조르는 황당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며 수수료율 인하가 생존권까지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수료율 인하 반대와 적격비용 재산정 폐지 등을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정부가 재난지원금·상생소비지원급 지급 등 정책을 시행하는 데 있어 카드사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정작 카드 산업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도 실질적인 시장가격체계를 반영하는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몇 년간 카드사가 결제 수수료 사업 부문에서 적자로 마케팅 비용 등을 줄여 소비자 혜택을 줄여왔다”며, “추가 수수료 인하로 인한 카드사 손실분이 일반 카드 이용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카드사는 수익성 높이기 위해 대출금리를 인상했다. 국민·롯데·삼성·신한·현대·롯데·우리·하나 등의 카드사 중 지난 10월 말 카드론(장기카드대출) 평균금리가 지난해 12월 말 대비 오른 곳은 4곳에 이른다.

    최근 카드업계 안팎에서 적격비용 재산정에 대한 우려와 촉구의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금융당국은 11월 말 예정한 적격비용 기반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개편안 발표를 12월 말로 미뤘다. 이러한 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업계 갈등의 반복은 원천적인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카드업계와 가맹점이 변화의 흐름 속에서 실질적으로 상호 상생할 수 있는 방안과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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