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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자동차 시장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전기차'다. 세계 각국 정책의 초점이 친환경에 맞춰지며 가솔린·디젤 등 내연기관차 시대 종결을 앞당기고 있어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시장을 정조준할 수 밖게 없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급변하는 것을 두고 한 편으론 우려가 나온다. 자동차 자체의 기술력은 발전했을지 모르겠지만, 제도와 인프라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내 전기차 시장 활성화에 가장 큰 걸림돌은 부족한 충전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전기차 등록 대수는 20만2000대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쏠리기 시작한 2018년 말 5만6000대에서 2년 9개월 만에 3.6배 증가했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기는 9만1927기(급속 1만3731기, 완속 7만8196기)에 불과하다.(국토교통부 자료 2021년 8월 기준)
특히 급속충전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급속충전기는 1기가 평균 전기차 14대까지 감당해야 하며, 지역별로 편차도 크다. 전기차가 상대적으로 많이 보급된 부산(26.2대), 서울(22.2대), 인천(21.4대), 대전(21.0대)의 급속충전기 1기당 전기차 수는 20대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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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충전기는 완전 방전 상태에서 80%까지 충전하는데 30분 밖에 소요되지 않지만, 완속충전기는 완전 충전까지 4∼5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아파트나 주택 주차장 등 장시간 차량을 세워둘 수 있는 곳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외부 차량은 사용할 수 없어 차주들은 충전기를 찾아다니는데 적잖은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 기껏 찾아도 다른 차량이 주차돼 있거나, 완충된 전기차가 출차하지 않고 버티는 상황을 맞닥뜨리곤 한다.
이런 상황을 지켜본 차주들에게 이동의 편안함을 위해 구매하는 차량이 오히려 불편을 초래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서는 게 당연해 보인다. 전기차 구매는 시기상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앞으로도 전기차 보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급속충전기 확충이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지난 7월 2025년까지 급속충전기는 고속도로 휴게소를 중심으로 1만2000곳, 완속충전기는 도보 5분 거리 생활권을 중심으로 50만기 이상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한, 내년부터 새 아파트는 총 주차면수의 5%, 이미 지어진 아파트는 2% 이상 규모로 전기차 충전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접근성이나 일정 등 세부 계획이 확정되지 않아 설치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장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줄줄이 전기차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 늘어날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전기차 차주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보다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만약 이러한 방안이 현실화된다면 더 이상 전기차 충전을 위해 가까운 대형마트, 고속도로 휴게소를 찾거나 충전기 독점에 따른 운전자 사이의 얼굴 붉힘도 사라진다. 전기차를 구매하고자 했던 구매자들도 머뭇거림 없이 차량을 구매하지 않을까 기대된다.
- 성열휘 기자 sung1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