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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은 지극히 주관적이다.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고, 어디에도 없을 수 있다. 배우 이주영은 그 자체의 아름다움이 있다. 작품 속에서 그는 때로는 꼿꼿한 새 같았고(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송소라), 행동으로 더 큰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영화 '독전' 농아 동생). 독특한 캐릭터를 배우 이주영이 보여줄 때, 어딘가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다. 그것이 이주영을 아름답게 느끼는 이유다.
영화 '보이스'에서 이주영은 깡칠이 역을 맡았다. 깡칠이는 해커로, 보이스 피싱으로 피해를 본 가족과 지인의 복수를 위해 범죄 조직의 본거지로 침투하는 한서준(변요한)의 조력자다. 이주영은 "기존에 해커들이 너드한 이미지나 딥한 느낌으로 그려졌다면, 깡칠이는 그와 달리 자유분방한 느낌의 해커"를 생각하며 깡칠이에 임했다.
"깡칠이라는 이름부터 너무 좋았어요. 여자인데 깡칠이? 1차원적이지만, 왠지 깡이 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만화 같은 느낌을 받았고요. 깡칠이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부터 기대를 많이 했는데요. 전도연 선배님께서 나오셨던 영화 '피도 눈물도 없이'가 문득 떠올랐어요. 그래서 감독님께 '깡칠이가 가발을 쓰고 있다가 벗겨지면 어떨까요?'라는 아이디어를 말씀드렸고, 감독님도 이를 받아들였어요. 제가 첫 등장에 쓴 가발이 '피도 눈물도 없이' 속 전도연 선배님 스타일과 비슷해요. 쉬운 장면은 아니었지만, 흥미롭고 매력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하며 집중해 찍었던 것 같아요." -
이주영은 캐릭터를 마주하면 "인물이 풍성해 보일 수 있게, 보이지 않는 것들이 쌓여있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캐릭터에 다양한 질문을 던진다. 깡칠이에게도 그랬다. 깡칠이가 돈을 벌려는 목적부터 서준과의 서사 등 다양한 것들을 생각했다. 그는 깡칠이가 서준이 형사일 때부터 경찰서에 오갔고, 서준이는 그런 깡칠이를 여동생처럼 바른길로 인도해주려고 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자신을 챙겨준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 거라고.
"직업병 같기도 한데요. 배우를 하기 전에도 사람들의 특징을 찾는 걸 좋아했어요.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 연기에 도움이 되기도 하고요. 저에게도 사실 여러 가지 면이 있거든요. 연약한 면도 있고, 강한 면도 있고, 못난 면도 있고요. 작은 부분이라도, 캐릭터에 맞게 크게 부풀려서 극대화해서 연기를 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연기할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정말 진짜 같은가, 아닌가'인 것 같아요."
깡칠이는 계속 쫓기는 인물이었다. 잡혀서 땅에 묻히기도 했고, 피해서 끝없이 달리기도 했다. 이주영은 "은근히 난이도가 있는 장면이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도망치는 장면을 찍을 때, 새 신발을 신고 있었어요. 신발이 딱딱한지도 모르고 계속 뛰다 보니, 발이 아프더라고요. 당연히 많이 뛰었으니, 발이 아픈 거라 생각해서 촬영이 끝날 때까지 계속 뛰었죠.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보니, 양쪽 엄지발톱에 피가 고여있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라면서 약간 뿌듯했어요. 예전에 모델했을 때도 발을 많이 다쳤었거든요. 까지고 물집도 잡히고요. 그때도 내가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에 항상 기분이 좋았어요. 영광의 상처 같은 기분이었는데요. 이때도 그 마음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며칠 뒤에 발톱이 빠지더라고요. 좀 놀랐지만, 그래도 저에겐 뿌듯하고 좋은 기억이에요." -
이주영은 앞서 모델로 활동을 했었다.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모델 활동을 먼저 한 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낯도 많이 가리고 내성적인 편이었어요. 친구 사귈 때도, 먼저 다가간 적이 없었고요. 모델 일은 나를 표현하고 드러내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안쓰는 면을 많이 쓰게 된 것 같아요. 저는 멋있는 척을 못하지만, 모델은 완전 멋있는 척을 해야하잖아요. 제가 못하는 부분을 발달시킬 수 있었다는 점에서 저에게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제가 늘 하는 말이 있는데요. 배우는 자기 밑바닥까지 다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모델은 반대예요. 가장 최고의 모습만 보여줘야 해요. 두 직업이 보여주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완전히 다른 모습인 거죠. 모델 일을 할 때,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마음고생을 한 적도 있어요. 연기는 모델 일에 비해 늦게 시작했지만, 비교적 빠르게 자리를 잡은 편이죠. 마음고생을 했던 것이 그 당시엔 힘들고 괴로웠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많은 감정의 폭이 재료로 쓰이더라고요." -
늘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일에 대한 동경은 있었다. 하지만 내성적인 성격이 이주영을 망설이게 했다.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대학교 때, 문예창작과를 복수전공으로 선택하는 식의 접근이었다. 하지만 모델 일을 하면서 달라졌다.
"모델 일을 할 때, 광고 미팅에 간 적이 있는데요. 연인 같은 연기를 해달라는 거예요. 너무 부끄러워서 그걸 못하고 왔어요. 그 정도로 성격이 내성적이었죠. 그런데 지금 저를 보면 저도 신기할 때가 있어요."
여러 단계를 거쳐 배우가 됐다. 배우 조우진, 김소진, 김선영처럼 신스틸러가 그의 목표다. 누군가는 이주영에게 '너는 연기를 안 하는 게 장점이구나'라고 했고, 누군가는 느슨한 말투가 그의 매력이라고 했다. 이주영은 그런 면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을 한다. 그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정형화되어있지 않은 것, 어떤 아우라다. -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은 깊은 내면에서 숙성된 듯한 그런 기운 같아요. 겉으로 드러나는 단순한 '예쁘다, 안 예쁘다'가 아닌 거죠. 어떤 '아우라'라고 생각을 해요. 본인만의 내공을 쌓고, 색을 만들다 보면, 그게 일반적인 기준에서 예쁘지 않더라도 아름답다고 느껴지고, 더 나아가 그렇게 되는 순간이 있잖아요."
"제가 꼭 지켜야 할 존재는 너무 많지만, 가장 이주영다운 제 모습을 지키는 것. 그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큰 키와 인위적이지 않은 얼굴이 장점이지 않을까. 그래서 센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같고요. 또한, 이것이 저의 숙제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앞으로는 이런 것들을 극복하면서 장점을 더 살려보고 싶고요. 그렇습니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