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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이스'는 대한민국 최초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담았다. 중국에 본거지를 두고 대상을 파악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팀을 이뤄 조직적인 범행을 저지른다. 영화 '보이스'는 이 과정을 고스란히 노출하며 경각심을 일깨운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그 피해는 자신의 탓이 아니다.
6일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에서 영화 '보이스'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현장에는 배우 변요한, 김무열, 김희원, 박명훈, 이주영, 그리고 김곡, 김선 감독이 참석했다. 영화 '보이스'는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가족과 지인의 복수를 위해 본거지에 잠입한 한서준(변요한)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배우 변요한은 전직 경찰 한서준 역을 맡았다. 그는 "시나리오를 받으면, 그 인물이 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보이스'는 조금 달랐다. 피해자를 만나 고통스러운 아픔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을 했다"며 진심 어린 마음을 표현했다. 피해자의 고통을 아는 듯 자만하고 연기하는 것보다, 서준의 아픔으로 캐릭터에 임했다. -
본거지로 침투해 보이스피싱 범죄단을 온몸으로 맞섰다. 거친 액션을 소화해야 했던 이유다. 변요한은 액션 스쿨에서 스파르타로 훈련 과정을 거쳤던 당시를 설명하며 "액션 영화를 찍으면 촬영이 끝날 때까지 다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들어간다. 저도 그런 마음이라, 큰 부상은 없었다"고 밝혔다. 보통 연고 바를 정도의 부상이었다고.
김희원은 지능범죄수사대 팀장 이규호 역을 맡았다. 그가 전한 진심은 이규호 팀장의 대사에도 등장한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라는 것. 김희원은 "저도 그렇고 한 번쯤은 보이스피싱 전화를 받아보셨을 거다. 피해자분도 계시고, 다행히 전화를 끊으신 분도 계실 거다.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형사들도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잡고 있다는 것을 이규호 팀장을 통해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주영은 한서준(변요한)의 조력자가 되는 깡칠 역을 맡았다. 그는 자신의 존재도 잊을 정도로 몰입해서 봤다고 했다. 이어 첫 등장 장면에서 가발을 벗는 아이디어도 추가하며 강렬함을 선보였다. 함께 호흡을 맞춘 변요한과 조재윤에게 "제가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배려를 많이 해주시고 챙겨주셨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
이들에 맞선 보이스피싱 범죄단의 악랄함은 김무열, 박명훈 등이 그려낸다. 김무열은 보이스피싱 범죄의 브레인인 곽 프로 역을 맡았다. 개인정보를 사서 그에 맞는 시나리오를 쓰는 인물. 그는 "감독님과 제작진의 세밀한 조사를 토대로 준비했다. 제 의견을 많이 수렴해주셔서 조금 더 많은 이들의 상상력이 가미된 캐릭터가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박명훈은 영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속 하비에르 바르뎀을 연상케 하는 강렬한 외모의 캐릭터를 선보였다. 그는 "콜센터 본거지의 한 부분이고 싶었다. 어느 국적인지 미스터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배우들과 감독님 등과 상의 후, 준비했다"고 남다른 고민을 전했다.
영화 '보이스'를 보면, '내 핸드폰에도 혹시 악성 앱이 깔린 건 아닐까?'라는 우려가 될 정도로 범죄의 치밀함에 놀라게 된다. 이를 김곡 감독과 공동 연출한 김선 감독은 "보이스피싱은 대한민국에 만연한 범죄이지만 그 실체를 풀어내기는 쉽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지능 범죄수사팀 등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수법, 사기 전략을 연구하고 녹여내는 것이 영화를 보는 재미도 더 높여준 것 같다. 피해자분들에게 상처가 아닌 힐링이 될 수 있는 영화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진심을 전했다.
영화 '보이스'에서는 2020년 보이스피싱으로 인한 범죄 피해액이 7,000억 원에 달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피해자들도 늘어났고, 피해액도 커졌다. 그들의 실체를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를 마주하며 경각심을 키울 수는 있다. 영화 '보이스'가 '보이스피싱 백신 영화'로서의 진심을 다해 전하고자 한 이유다. 오는 9월 15일 개봉.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