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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 시대에 핵심 기술로 떠오른 인공지능(AI)의 국내외 현황을 살피고, 미래를 전망하는 'AWC 2021 in Busan'이 1일 부산 벡스코에서 시작됐다. 부산광역시, 디지틀조선일보, 더에이아이,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벡스코 공동 주최로 마련된 AWC 2021 in Busan은 미래학자 버나드 마와 건축자 겸 엔지니어 칼로 라티를 비롯한 10여 개국의 AI 전문가가 참여해 'AI for SDGs'와 'AI for SmartCity'를 주제로 한 강연과 토론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진행한다.
AWC 2021 in Busan에서 김지현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SDGs혁신연구단장은 'SDGs 이행을 지원하는 국제개발협력과 포용적 AI'를 발표했다. SDGs는 선진국 개발도상국을 막론하고 전 세계가 함께 이루어가야 할 목표다. 2015년 8월 제70차 UN 총회에서 채택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전환: 2030년까지의 지속가능한 발전 의제'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각 국가가 처한 상황과 이행수단들을 고려해 국가별로 SDGs를 이행할 전략을 수립하고 이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글로벌 의제로서 SDGs 달성을 위해서 선진국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도상국들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SDGs를 이행하는 것을 지원하는 파트너십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제2차 국제개발협력 기본계획(2016~2020)을 수립하면서 'SDGs 이행목표 달성에 기여'함을 목표로 설정하면서 공적개발원조(ODA, 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를 통한 개발도상국의 SDGs 이행 지원전략을 수립하고 관련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또한, 2018년 국제개발협력기본법 개정을 통해 제3조(기본정신 및 목표) 내에 SDGs 달성에 기여함을 우리나라 국제개발협력의 목표로 포함함으로서 법적인 근거 역시 갖추게 됐다.
각 국가는 SDGs를 고려한 국가발전전략을 수립, 국별 상황에 맞는 우선순위를 설정해 SDGs를 이행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글로벌 의제가 내재화되는 과정으로 보기도 한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특수한 상황(미세먼지 문제, 소득 양극화와 일자리, 남북관계 등)과 지구공동의 목표를 반영해 2018년 5대 전략(사람, 번영, 환경, 평화, 협력)과 17개 목표, 122개 세부 목표와 214개 지표로 구성된 K-SDGs가 수립되게 됐다. 이후 제4차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2021~2040) 수립을 통해 4대 전략(사람, 번영, 환경, 평화·협력) 17개 목표·119개 세부 목표와 236개 지표로 개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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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2021~2040)에서는 포용과 혁신을 통한 지속가능국가 실현을 비전으로 2040년까지 달성해야 할 전략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포용 사회', '혁신적 성장을 통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 '미래세대가 함께 누리는 깨끗한 환경', '지구촌 평화와 협력 강화'와 17개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17개의 목표는 SDGs와 동일하나 각 목표별 세부 목표의 내용은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반영해 일부 삭제되거나(예: SDGs 세부 목표 1.1, 2030년까지 현재 기준으로 하루에 $1.90 미만으로 사는 절대빈곤 인구를 모든 곳에서 근절한다), 추가(예: K-SDGs 세부 목표 16.13, 평화와 번영을 위한 남북한 협력 증진)됐다. 세부 목표가 유사한 경우에도 표현의 수정이나 달성 여부를 측정할 지표를 변경해 설정하기도 했다.SDGs와의 차별점은 K-SDGs는 각 세부 목표별로 정책 과제를 설정하고 담당 주무부처를 지정해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2030년을 목표시한으로 정하고 있는 SDGs와는 달리 제4차 지속가능발전 기본계획은 이행 주기에 따라 각 지표의 2030년 목표, 2040년 목표가 지정돼 있다는 점이 차이다.
우선 K-SDGs 세부 목표 17-3의 '개발도상국 과학기술혁신시스템 강화를 지원한다' 이행과 연계된 ODA 사업으로 '국제기술혁신협력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수행해온 이 사업은 과학기술혁신 정책자문과 교육연수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과학기술혁신 역량 강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발전을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를 시작으로 2021년 현재 가나, 라오스, 캄보디아, 인도네시아에 이르기까지 지난 8년간 13개국에서 국가과학기술 마스터플랜 수립, 국가과학기술단지 설립 및 운영 방안, 과학기술혁신 관련 기관 설립 및 운영 방안 등 약 30여개 사업을 수행했으며, 과학기술혁신 분야에 특화된 정책자문활동을 통해 협력국의 경제·사회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이 사업 이외에도 SDGs를 위한 과학기술혁신 논의 동향과 한국의 대응, 국제개발협력에서의 과학기술혁신 활용과 역량 강화 등 우리나라의 SDGs 이행을 위한 과학기술혁신 정책 전반에 걸친 연구도 확대해가고 있다.
SDGs는 원론적인 얘기지만 환경-경제-사회의 3대축이 균형을 이루는 가운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No one behind left)' 발전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했던 처음의 수립목표를 상기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간 글로벌 의제들이 국가 단위의 이행을 목표로 하고 추진해가면서 놓치고 있었던 지표 밖의 현실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근의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 성장이 둔화되고 글로벌가치사슬(GVC)이 붕괴되거나 새로 재편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면서 동시에 언택트 사회와 이에 맞물린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욱 심화되는 디지털 격차, 줄어든 일자리, 사회적 약자의 회복력 약화 등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면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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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단장은 "AI를 선진국의 산업 발전에만 쓸 게 아니라 개도국의 빈곤, 불평등, 차별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며, "AI 기술로 인해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발생할 새로운 격차를 방지하는 노력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어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AI 등 첨단과학기술을 활용한 SDGs 달성 노력에 있어서도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부터 발생되는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이나 소외가 발생하지 않는지 면밀히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며, "한편에서는 글로벌 의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이 다른 한편에서는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SDGs 이행 수준이 국제적으로 비교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무리가 있어 어느 수준이라고 명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몇몇 기관에서 지표를 내놓고 있지만 모든 면에서 모두가 동의하는 결과를 제시하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인용되는 유엔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UN 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 Network, UN SDSN)의 지표를 통해 우리나라의 현황을 가늠해볼 수는 있다. UN SDSN은 UN 목표별 이행 수준을 수치화하는 SDG 지수(index)를 비교해 세계 각국의 SDGs 이행상황을 발표하고 있는데, 올 6월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평가대상 165개국 중 28위를 기록하고 있다.(1위 핀란드, 2위 스웨덴, 3위 덴마크, 4위 독일, 18위 일본, 31위 미국 등)
- 성열휘 기자 sung12@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