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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이어 올여름에도 하늘길이 막히면서 많은 여행객의 발길은 국내 호텔로 향했다.
최근 ‘여기어때’가 대한민국 남녀 1,9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휴가 중 하고 싶은 것’으로 ‘호캉스(57.4%)’가 1위에 올랐다. 숙소 선정의 중요한 기준으로는 ‘위생적이고 청결한 객실(85.9%)’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상대적으로 위생과 방역에서 안전하다고 인식되는 호텔에서 머무는 호콕(호텔에서 콕 박혀 여유를 즐김)이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호텔들은 발열 체크, QR코드 등록, 손소독제 호텔 전역 비치 등 철저한 방역으로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투숙객들이 몰리는 체크인·체크아웃 시간대에 혼잡한 로비를 보면 마스크를 철저하게 착용했다 하더라도 코로나 시대에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든다. 넓은 로비를 보유한 대형 호텔은 실내 2미터 거리두기가 가능하지만, 중소형 호텔은 좁은 로비에서 투숙객들이 붙어서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대형 호텔도 로비가 넓다 하더라도 투숙객이 몰리는 시간대가 되면 2m 이상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특히 체크아웃 시간이 되면 호텔 엘리베이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체크아웃 시간에 맞춰 로비에 키를 반납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인원이 몰려 밀폐된 공간에 많은 인원이 대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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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일부 대형 호텔들은 키오스크(Kiosk) 설치, AI 배달 로봇 등 비대면 서비스를 호텔에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 이전인 2019년 11월 야놀자는 자체 개발한 와이플럭스(Y FLUX) 키오스크를 통해 국내 최초로 온라인 예약 플랫폼과 자동 연동되는 호텔 셀프 체크인 서비스를 선보였다. 플랫폼에서 예약 시 발급되는 QR코드를 키오스크에 인식하면 5초 안에 체크인 완료와 동시에 객실 키를 수령할 수 있다.
국내 대형 호텔에서는 이런 편리한 시스템 도입이 왜 빨리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까. 전통적인 호텔들은 데스크팀, 예약팀, 관리팀, 하우스키핑팀 등 팀별로 인원을 배정하고 직원들을 상주시키는 방식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비롯한 고정 비용 지출의 비율이 높다. 또한, 호텔은 ‘대면 접객’이라는 인식 때문에 호텔의 디지털 전환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건비를 감소시켜야 그 비용으로 디지털 기술 도입에 속도를 낼 수 있어 디지털 전환은 마치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실제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는 한 음식점에서는 인건비로 인한 부담으로 키오스크를 도입했고, 그 결과 매월 나가는 고정 인건비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대신 음식값을 대폭 낮춰 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음식을 팔기 시작하자 음식점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음식점을 찾는 소비자는 경제적인 면에서 부담이 줄고 음식점 사장님은 소득이 늘었다는 긍정적 효과 이면에 '고용 감소'라는 양립할 수 없는 부분이 함께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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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전환은 더욱 가속화됐으며, 호텔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전문가들은 호텔의 승패가 정보기술(IT) 투자 속도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글로벌 호텔 브랜드인 힐튼은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자사의 최고 우선순위를 ‘빅데이터에 기반한 초개인화된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다 함께 직면한 위기 속에서 호텔의 생존은 누가 더 얼마나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주도하고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그동안 사람이 해 왔던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는 IT 기기에 맡기고, 호텔은 자사 홈페이지와 앱을 통해 수집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초개인화된 마케팅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투숙객에게 최적화된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지속해서 호텔을 방문하게 하는 충성 고객으로 확보해야 한다.
코로나 위기 속에 많은 호텔의 존속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국내 호텔들은 디지털 전환과 인력 운영 차별화에 있어 어떤 자구책들을 마련할 것인지 고민해봐야 할 시기다.
- 서미영 기자 pepero9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