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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질'은 타이틀에는 없지만, 정면에 배우 황정민을 내세운다. 하지만 그 무게감은 가볍지 않다. 강남 한복판에서 납치된 배우 황정민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은 조연들과의 완벽한 앙상블로 관객들의 주먹을 94분 동안 꽉 움켜쥐게 만든다.
5일 서울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영화 '인질'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이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는 배우 황정민과 필감성 감독이 참석했다.
배우 황정민은 '천만 배우 황정민' 역을 맡아 "저도 잘해야 했지만, 인질범과 인질의 조화로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고민한 지점을 전했다. 그는 "저만 겁내고 있는 게 아니라, 갇혀있는 공간에서 5명이 뿜어내는 느낌이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으로 만들기 위해 수많은 이야기와 리허설을 했다"고 밝혔다. -
촬영 전 약 한 달 동안 인질이 된 공간을 만들어놓고, 리허설을 진행했다. 황정민은 "작업실을 빌려서 인질범을 맡은 배우들과 연극을 하듯이 함께 동선을 만들었다. 가구의 위치를 잡아 그 속에서 연습했다. 그래서 막상 촬영장에 갔을 때는 정말 편했다"고 남다른 노력을 전했다.
황정민은 인질 역을 맡아 맞고, 달리고, 구르고 몸 사리지 않는 액션을 펼쳤다. 그는 "크게 다친 적은 없다. 고통스러웠던 것은 묶을 때, 진짜로 피가 안 통할 정도로 꽉 조였다. 감정이나 표현들이 쉽게 와 닿지 않아서 줄을 묶고 풀고 하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전했다.
육탄전을 벌일 때는, 완벽한 합보다는 '리얼리티'를 담고 싶었다. 황정민은 "무술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액션 느낌을 덜고, 살고 싶어 하는 몸부림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겁에 질린 사람이기에 합을 짜기보다는 합이 있지만, 없는 것처럼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며 몸과 몸이 부딪히는 액션을 만들어낸 배경을 전했다. -
배우 박성웅의 캐스팅도 직접 부탁했다. 박성웅은 '인질' 속에서 황정민과 영화 '신세계'처럼 "브라더" 호흡을 펼친다. 황정민은 "(박)성웅이에게 전화해서 도와달라고 했다. 인질범도 처음 보는 사람들이어야 관객들이 '이게 사실인가?, 팩트인가?' 심도있게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이야기를 많이했다. 그 속에서 박성웅이 나온다면, 관객들이 반가워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필감성 감독은 영화적 설정을 '리얼'하게 담아내기 위한 노력을 전했다. 그는 "강남 한복판에서 황정민이 납치당하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데, 사실 '황정민'이라는 이름을 정면에 내건 만큼 리얼함을 담고 싶었다. 그래서 해외, 국내 납치 사례를 많이 참고했다. 배우들에게도 납치당한 분들의 수기나 심리상태 자료를 공유하면서 탄탄한 준비를 하려고 노력했다. 경찰분들도 많이 만났다"고 밝혔다. -
황정민은 실제 캐스팅 오디션에 참여하는 등 작품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졌다. 그는 "제가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영화가 저 혼자만으로 되는 건 아니었다. 수많은 배우가 자신의 포지션에서 연기를 잘 해줘서 영화가 찰지게 나온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를 보면서 행복했다. 처음에 이야기한 모든 것이 오롯이 잘 담겨있는 것 같아서 행복했다. 그리고 '인질'을 통해 황정민만 보이는 게 아니지 않나. 연기 잘하는 사람들이 모인 종합 선물 세트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만족감과 애정을 덧붙였다.
한편, 영화 '인질'은 오는 18일 개봉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