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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은희, '킹덤: 아신전' #전지현 #성저야인 #엔딩크레딧 말하다

기사입력 2021.08.07.07:00
  • 넷플릭스 오리지널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우측 포스터)를 집필한 김은희 작가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넷플릭스 오리지널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우측 포스터)를 집필한 김은희 작가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우리나라에도 이름만으로 믿음을 주는 작가가 탄생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시리즈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에게 K-좀비 열풍을 이끌어냈고, 국내에서는 드라마 '시그널' 등의 작품을 통해 '작가 김은희'라는 믿고 보는 이름이 됐다. 이는 작품이 나올수록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김은희는 '킹덤: 아신전'에 대해 "시즌 3에 가기 위한 스페셜 에피소드"라고 밝혔다. '킹덤: 아신전'은 아신(전지현)의 이야기가 담겼다. 어린 아신은 가족의 죽음을 마주하고 복수를 위해 살아온 인물이다. 김은희 작가는 "'킹덤: 아신전'이 없이 시즌 3으로 갔다면, 너무 낯선 세계와 공간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거부감을 줄이고 스포일러가 되지 않는 선에서 92분으로 스페셜 에피소드를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킹덤' 시리즈를 가로지르는 질문은 "정치란 무엇인가"라고 했다. 김은희 작가는 '킹덤' 시즌 1에서 결핍을, 시즌 2에서 핏줄을, 그리고 '킹덤: 아신전'과 시즌 3에서 '한'의 정서를 담아낼 예정이다. 그가 끊임없이 던지는 질문은 아마 전 세계 사람들이 '킹덤' 시리즈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는 아닐까. '킹덤: 아신전'이 공개되며 진행된 김은희 작가와의 인터뷰를 질문과 답으로 정리해봤다.

  • '킹덤: 아신전'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킹덤: 아신전'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킹덤: 아신전'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이 있다면.

    A. 결국에는 '아신'(전지현)이라는 인물이죠. 시즌 3에서 창(주지훈) 일행의 대척점에 서서 극에 긴장감을 넣어줄 죽음과 파멸을 원하는 인물, 아신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를 그리고 싶었고요. 죽은 자를 살리는 생사초의 비밀도 다 보여 드릴 수는 없지만, 생사초가 발견된 폐사군이라는 장소가 시즌 3의 중요한 배경이 되는 곳이거든요. 그곳에 어떤 비밀에 숨어있는지 중요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 그곳에 대한 소개도 중점을 둔 것 같습니다.


    Q. 아신이란 캐릭터를 조선과 여진의 경계인으로 설정한 이유가 있다면.

    A. 북방의 기록을 찾다가 '성저야인'을 찾았거든요. 이 사람들의 정체성은 뭘까 생각했어요. 정체성이 없다는 건 그 자체로 슬픈 이야기잖아요. 시즌 1, 2 는 지배계급이 이끌어온 이야기라면 시즌 3은 좀 더 넓은 계층이 이끌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속에서 '한(恨)'이라는 감정을 이야기하고자 했는데요. 거기에 걸맞은 인물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성저야인으로 설정하게 됐고요. 피지배계급의 한이라는 게 사실 시즌 1, 2부터 이어진 이야기지만 '정치란 무엇인가'에 대한 것과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잘못된 정치로 피해는 최하층이 받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시즌 1, 2에서 나온 것보다 훨씬 더 큰 아픔,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정치에 대한 의미도 더 강렬하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킹덤: 아신전'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킹덤: 아신전'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아신이 성적으로 조선군에게 유린당하는 설정이 꼭 필요했을까 묻는 시선도 있는데, 이를 담은 이유가 있을까.

    A. 사실 그 부분에 대해 '킹덤: 아신전' 대본을 쓰면서 가장 고민을 한 부분인 거 같아요. 고민하다가 표현이 된 이유는 아신의 한에는 긴 시간 동안 무뎌지지도 않고, 자신 안에서 칼처럼 갈아져 올 수밖에 없는 절박함이 있거든요. 복수를 절대로 놓을 수 없을 것 같은 간절함을 표현하기 위해 '한'을 표현해보고자 고민 끝에 결국에는 마지막으로 그런 결정을 했는데요. 지금까지 저도 계속 고민이 되는 부분이긴 합니다.


    Q. '킹덤: 아신전'에 이어 '지리산'에서도 전지현 배우와 호흡을 맞추는데, 어떤 분이라고 생각되는지.

    A. 사실 그렇게 호탕한 웃음소리는 처음 들어본 것 같아요. 배우분들이 사실 낯을 많이 가리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진짜 정말 털털하다고 생각했어요. 약간 천송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참, 밝은 에너지를 가진 배우구나'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 부분이 '지리산'에서 좀 투영이 되고요. 가끔가다 보면 암살, 베를린 눈빛도 있거든요. 이런 눈빛을 보면 '아신전'이 생각이 나고요. 두 작품을 함께한 느낌은 '진짜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다' 같아요. 비슷한 시기에 찍었는데 극도의 한을 가진 아신을 찍고, '지리산'을 찍었잖아요. 어찌 보면, '엽기적인 그녀'가 성장해 레인저가 됐다면 '지리산' 속 전지현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반짝반짝한 캐릭터거든요. 그런데 두 캐릭터를 이렇게 잘 소화해주신 걸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 '킹덤: 아신전'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킹덤: 아신전' 스틸컷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킹덤: 아신전'을 통해 김뢰하, 구교환 배우의 캐스팅에도 의견을 전했는지.

    A. 저는 사실 캐스팅은 감독님의 권한이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의견을 드리기는 하지만요. 김성훈 감독님과 연출팀이 캐스팅에 대해 고민하시고, 저도 물론 고민하지만 결국 현장에서 마주쳐야 할 분들은 감독님과 스태프들이고요. 또, 김성훈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높아서요. 김뢰하 배우님은 생각도 못 했는데 김성훈 감독님께서 여쭤보셔서 '잘 어울리겠다' 생각했고요. 구교환 배우는 저도 혼자서 '해주시면 좋겠다'고 생각만 하고, 말씀은 안 드리고 있었는데 감독님께서도 '구교환 배우 어때요?'라고 물어봐 주셨어요. 구교환 배우로 인해 눈빛만으로 서늘한 위엄을 가진 새로운 아이다간이 나올 것 같고, 김뢰하 배우로 인해 민초의 상징이 잘 표현될 것 같고요. 두 분 모두 너무 감사드립니다.


    Q. '킹덤: 아신전'을 통해 기존에 등장한 인물 민치록(박병은)의 이면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됐다. 기존 인물들이 그려낸 시즌 3에 대한 스포를 해본다면.

    A. 누구도 선인이 될 수 없고, 착하게만 태어난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그 사람의 목적,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들을 스스로 선택하며 인물이 성장해나가는 거로 생각하는데요. 시즌 3에서는 훨씬 더 큰 역병이 등장하며 각 인물이 어떻게 움직이고, 선택해나갈지를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자연스러운 경계지만 압록강과 두만강이 있잖아요. 그 위에는 파저위, 그 아래는 역병. 아신(전지현)은 양쪽을 모두 죽이고 싶고, 민치록(박병은)은 조선을, 아이다간(구교환)은 파저위를 보호하고 싶은 욕망이 있고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재난 앞에서 인물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결말을 맺을지 기대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 사진 : 넷플릭스 제공

    Q. 엔딩크레딧을 보면 '고마운 분들'에 남편 장항준 감독과 딸의 이름이 등장한다. 이들에게 직접 영향을 받은 부분이 있었을까.

    A. 제 작업을 위해, 저를 위해, 계속 응원해주고 격려해준 분들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장항준 감독이 모니터해준 건 전혀 없었고요. 요즘에는 바빠서 저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은데요.(웃음) '이런 건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보면, '너 생각대로 해' 이런 영혼 없는 멘트를 날리기도 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하게 작업할 수 있게 해주고, 가장 크게 응원해주는 건 가족들인 것 같아요. 그게 가장 큰 힘이죠.


    Q. 커다란 세계관 속에서 작가로서 '이것만은 놓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까.

    A. 신인 작가일 때 기획 PD님이 질문하셨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를 통해서 하려는 이야기가 뭐야? 그때는 '재미만 있으면 됐지, 왜 그런 걸 물어보시지?' 생각했는데, 그게 정말 중요한 핵심이더라고요. 제가 이야기를 쓰다가 흔들리거나, 막히거나, 왜 이야기가 재미없어지려고 하지? 생각할 때면 그 핵심을 잊고 있더라고요. 흔들릴 때마다 '또 기획 의도를 놓쳤구나'라고 스스로 생각하거든요. 언제나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키려고 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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