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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감은 크게 없어요. 저에게는 여전히 쑥스럽고요. 지금 좋은 말씀을 해주신다면, 그건 정말로 진심으로 다음 인물을 연기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배우 구교환이 말했다. 지난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꿈의 제인'으로 올해의 영화상을 받으며 수면 위로 거세게 올라온 그는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중요한 것은 그대로다. 영화 '반도'의 서대위, '모가디슈'의 태준기 참사관, 넷플릭스 오리지널 에피소드 '킹덤: 아신전'의 아이다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 호열 역까지 그의 필모그래피는 화려하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교통을 타는 것이 편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아서, 그 일원이 되고 싶어 배우도 감독도 할 수 있다는 그다.
구교환은 영화 '모가디슈'에서 북한 대사관 태준기 참사관을 맡아 열연했다. 태준기 참사관은 북한의 이념으로 똘똘 뭉친 인물이었다. 북한 림용수 대사(허준호)까지도 소말리아 내전 상황에서 "우리의 목표는 생존"이라고 말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신념을 저버릴 수 없는 인물이다. -
"(태준기가) 저와는 많이 다른 기질의 인물이라서 궁금했어요. 끝없이 의심하고, 신중하고, 그리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계속 탐색하는 태도, 무엇이 저 사람을 저렇게 만들었는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하면서 접근했고요. 또 그게 태준기가 궁금한 이유였어요. 그런 부분도 호기심 있게 다가왔어요. 태준기는 사실 생각보다 장난꾸러기인데 남을 웃기지 못하는 장난꾸러기 같더라고요. 자기는 재미있는데, 남들은 불편한? 그의 기질적 요소가 흥미롭게 다가와서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4개월 동안의 해외 로케이션 촬영, 북한 언어, 액션, 운전 등 다양한 도전이 가득했던 작품이다. '모가디슈'의 제안을 받을 때 구교환은 운전면허증도 소지하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드라이빙 실력이 아닌, 드라이빙 연기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태준기 캐릭터에 임했다. 구교환이 운전하는 차에 탑승한 허준호는 언론시사회에서 "무서웠다"고 당시를 회상했지만, 현장에서 그는 가장 든든한 선배였다. 그리고, 문 열면 촬영 현장이 펼쳐지는 해외 로케이션에 함께 임한 모든 배우들이 그의 든든한 아군이었다. 구교환이 "태준기를 좋게 봐주셨다면, 남과 북의 대사관 사람들이 그렇게 만들어 준 것"이라며 애정을 전했다.
"허준호 선배님에게 작은 팁들을 받았는데요. 돌이켜보면 그게 가장 핵심적인 요소들이었던 것 같아요. 또 운전 실력도 대단하셔서 핸들을 돌리는 법이나, 프레임 안에서 어떻게 하면 능숙하게 태준기 참사관의 운전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원포인트로 알려주셨던 것 같아요. 김윤석 선배님과는 많은 대사를 주고받지는 않았지만, 문득문득 장면 안에서 던져주는 눈빛들을 통해 묘한 에너지를 던져주셨던 것 같아요." -
'모가디슈'를 본 관객들은 구교환과 조인성의 케미에 주목했다. 남과 북의 참사관 역을 맡은 두 사람은 오랜 남과 북의 역사를 요약해놓은 듯 부딪혔다. 몸으로 부딪쳐 피를 보기도 했고, 입으로 부딪히며 분위기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결국 그들의 끝은 '모가디슈'에 담겨 있다.
"조인성 선배님은 유머러스한 분이세요. 저는 조인성 선배님의 오랜 팬인데요. 그래서 현장 갔을 때 설레는 마음이 있었어요. 그게 장면 안에서 느껴질 거예요. 선배님과 호흡을 맞추는 것에 대한 설렘이 장면 안에서 드러난 게 지금의 결과물인 것 같습니다."
"저희 두 사람이 마구잡이로 던지면서 싸우잖아요. 사실 내부 소품들이 스펀지처럼 되어있었어요. 장면 들어가기 전에 만져보고, 던져보기도 하고, 치워보기도 하면서, 어떻게 하면 관객들에게 둘의 충돌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 태준기의 마지막 말에 다 있는 것 같아요. '사과하라'고. 끝까지 태준기는 사과를 받고 싶어 하는 입장이죠. 아마 그 말을 듣기 전까지는 끝까지 물고 늘어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듭니다." -
구교환은 '올해의 영화상'을 받기 전부터 독립영화계에서 빛이 나는 배우였다. 그리고 감독이었다. 그가 연출한 단편영화 '왜 독립영화 감독들은 DVD를 주지 않는가?'는 2014년 '제13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희극지왕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미쟝센 단편영화제는 '엑시트'를 만든 이상근 감독, '검은 사제들'을 만든 장재현 감독 등의 등용문이 된 영화제이기도 하다. 그래도 감독으로서 구교환이 와닿지 않는다면, 그의 작품과 이옥섭 감독과 함께한 작품들은 유튜브 채널 [2X9HD]구교환X이옥섭에서 만나볼 수 있다.
장황하게 구교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것은 감독으로서의 그 역시 빛이 나기 때문이다. 구교환은 감독의 삶을 택한 이유도, 배우의 삶을 택한 이유도 모두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야기 속 요소가 되고 싶고, 일원이 되고 싶은. 배우로서 모습이 아니더라도, 후반 작업을 하며 편집자로, 연출자로, 어떤 방법으로든 이야기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요. 각자 다른 매력이 있지만, 결국 관객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잖아요. 제가 말을 잘 못 하는데, 배우는 말을 잘 못 해도 그 감정을 전달할 수 있으니 참 좋은 이야기꾼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배우라는 업을 선택했나. 지금 생각해봤어요." -
구교환은 초반에 말했던 필모그래피를 완성했다. 아직 'D.P.'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개된 작품 속 그의 모습을 통해 믿음이 있다. 구교환은 자신의 작품 중 자신과 가장 닮은 캐릭터를 묻는 말에 자신에게 '올해의 배우상'을 안겨준 영화 '꿈의 제인'을 꼽는다.
"사실 다 제 모습이 있는 건 아니라서요. 되고 싶은 인물은 '꿈의 제인'에서 제인? '그런 인물이 되고 싶다'라는 마음을 갖게 한 인물은 제인이었던 것 같아요."
그를 눈여겨보게 된 관객이라면, '어떻게 이런 캐릭터를 선택했을까'라는 의문이 이어진다. 구교환은 작품과 캐릭터를 선택하는 눈에 대해 말한다.
"여러 기준이 있는데요. 그냥 계속 똑같은 건 그것 같아요. 잘 모르겠다는 것. 도대체 어떤 인물인지 몰라서 계속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인물, 옆에 앉혀놓고 싶은 인물, 그런 인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자꾸 인물들이 도망가는데, 계속 알고 싶어 지는 호기심이 저의 기준인 것 같아요." -
반갑게도, 감독으로서 구교환의 계획도 있다. 최근 이옥섭 감독이 연출을 맡고 구교환은 제작으로 참여해 단편영화 '너를 위해 문을 열어 놓을게'를 만들었다. 그리고 배우로서가 아닌 제작자나 감독으로서 구상 중인 작품을 묻자 기대하게 하는 대답이 돌아왔다. 빨리 감독 구교환도 만나고 싶은 마음이다.
"생각하는 이야기가 많이 있어요. 최근에 'SAVE OUR CINEMA'에 대한 이야기로 극장에서 일어나는 일을 담은 시나리오를 완성했고, 긴 이야기로는 광고회사 이야기를 다룬 오피스물인데요. 밖에 많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완성해서 꼭 영상화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웃음)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