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랑종'은 여러모로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수위의 문제도 그렇고, 금기라고 여겨졌던 것들을 과감하게 깬 연출도 그랬다. 영화 '곡성'을 연출한 나홍진 감독이 무당(황정민)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구상했고, 제작한 작품. '랑종'은 태국의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배우 나릴야 군몽콘켓, 싸와니 우툼마 등이 열연했다.
'랑종'은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진행된다. 태국의 이산지역에서 무당 님(싸와니 우툼마)을 취재하던 다큐멘터리팀은 그의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에게 신내림 증상이 있자, 대물림을 포착하기 위해 두 사람을 카메라에 담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무당이 되길 원치 않았던 밍에게 이상한 증상이 나타난다.
밍 역을 맡은 나릴야 군몽콘켓은 오디션을 통해 '랑종'에 캐스팅됐다. 그는 오디션에서 "이상 증상이 발생한 이후에 몸동작이나, 행동을 보여주시길 원하셨고, 이런 장면을 연기했다. 이상 증상이 있기 이전, 통통 튀고 발랄한 신세대 여성의 모습도 요구하셔서 그런 모습도 보여드렸다"고 답했다. -
"이런 형식의 시나리오는 처음"이라고 시나리오를 처음 마주했을 때를 회상했다. 시퀀스 별로 중요한 내용은 있었지만, 디테일한 대사는 없었다. 나릴야 군몽콘켓은 "시나리오를 받은 후 감독님과 많은 대화를 나눈 것 같다. 각 장면의 상황, 의도, 밍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셔서 촬영 전에 확실하게 숙지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랬기에 촬영에 임하기 전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은 나릴야 군몽콘켓에게 많은 자료를 공유했다. 오랜 시간 동안 무속 신앙과 귀신에 대해 조사한 내용부터 신내림을 받거나 이상 증상이 발현된 사람들의 영상을 전해줬다. 나릴야 군몽콘켓은 "무속신앙을 종교로서는 섬기지 않지만, 존재는 한다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랑종'을 본 관객들이라면, 밍 역할을 맡은 배우를 걱정하게 된다. 악령을 몸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금기를 몸으로 옮겨내야 했기 때문이다. "연기에 집중해서 무섭다던가 이런 감정을 느낄 겨를이나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고 했지만, 역시 체력적으로도 힘들었다. 나릴야 군몽콘켓은 '랑종'의 촬영 초반에는 4~5kg 체중을 증량했고, 후반부에는 10kg 체중을 감량했다. -
"워낙 감독님을 비롯한 동료들, 그리고 전문가이신 영양사와 심리 치료사들이 저를 잘 보살펴주셔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제가 배우로서 연기를 사랑하고, 열정이 있어서 '힘들었다'는 마음보다 '내 인생에서의 도전이다,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나홍진 감독은 '랑종'의 언론시사회에서 표현 수위에 대해 "말리는 입장"이었다고 했다. 나릴야 군몽콘켓은 "모든 캐릭터가 감독님과 협의가 돼 촬영했다. 워낙 대단하고 유능한 감독님으로 저는 감독님을 100% 믿었다. 스토리 자체도 태국에서 조상으로부터 입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믿음에 관한 이야기라 걱정한 부분은 없었다"고 현장에 대한 신뢰를 전했다.
한국에 대한 관심도 깊었다. 그는 "향후 1~2년 안에 한국어를 마스터하고자, 열심히 하려는 의지가 있다"며 "어떤 감독님이라고 특정 지을 수는 없지만, 미래에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도록 한국어 공부부터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
작업해 보고픈 한국 배우를 묻자 소녀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한국에 관심이 많고, 한국 연예계에도 관심이 많다. 한국 드라마도 많이 봤고, K-pop에도 관심이 많다. 한국 배우 중 저에게 아이돌인 분이 많은데, 특히 이민호 배우를 정말 좋아한다. 이민호 배우가 나온 작품을 봤고, 개인적으로 팬이다."
'랑종' 개봉 후 한국 관객의 반응 역시 체크하고 있다. 자신의 첫 영화인 만큼 "굉장히 값진 경험"이라며 "카메라에 잡힌 화면들이 기대 이상이라, 기쁘면서도 좋은 감독님과 일하게 된 것이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힘들었던 점도 있지만, 완성된 작품에 만족감이 더한 나릴야 군몽콘켓이다. 그는 한국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한국에서의 반응은 SNS 계정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저도 기쁘게 잘 지내고 있다."
- 조명현 기자 midol13@chosun.com